배다해 첫 단독 콘서트, ‘여섯 개의 봄’

입력 2015-06-06 22: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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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지만 확실히 맛있는, 이태리 가정식 저녁식사에의 초대. 가수 겸 뮤지컬배우 배다해의 첫 콘서트 ‘여섯 개의 봄’을 보고 난 느낌은 이랬다.

6월 5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신천역(2호선) 인근의 야기 스튜디오에서 열린 이날 콘서트는 그야말로 ‘작은 콘서트’였다.

작고 소박하고, 세련되지 못했지만 이날의 무대가 더없이 사랑스러웠던 것은 역시 ‘마음’이 아니었을까. 몇 날이고 고민했을 두 벌의 의상, 직접 사다가 장식한 생화 화분들, 가위로 종이를 오려 만든 무대장식. 스크린 속의 직접 찍은 사진들. 무대 위에 모든 것에 배다해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게 없었다고 했다. 게스트가 마시는 생수 한 병(리본을 묶어놓았다)에서조차 호스트의 ‘마음’이 전해져 왔다.

하얀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오른 배다해는 “하고 싶었던 걸 다 해 봤다”며 수줍은 웃음을 지었다. 이날의 콘서트는 ‘공연’이라기보다는 배다해라는 아티스트의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에 초대받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객석의 ‘관객’들은 결혼식에 초대받은 ‘하객’같은 분위기였다. 편하고 따뜻했다.
배다해는 자신이 직접 작곡하거나 가사를 쓴 곡들과 함께 뮤지컬배우답게 뮬란, 사운드오브뮤직의 넘버들을 투명한 소리로 들려주었다. 대중에게 ‘배다해’라는 이름을 알려준 ‘넬라판타지아’를 부를 때는, 객석에서 선우가 뚜벅뚜벅 걸어 나와 관객을 즐겁게 했다.

두 사람은 2010년 KBS 2TV ‘남자의 자격’ 합창단에서 솔로이스트 자리를 두고 경쟁한 사이로 흔히 알려져 있지만, 실은 더 없이 가까운 언니 동생사이라고. ‘남격합창단’의 단원이었다는 사실 외에 두 사람의 공통분모는 하나 더 있다. 두 사람 모두 가수이자 뮤지컬배우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뮤지컬 ‘셜록’의 여주인공 출신이라는 점도 같다.

배다해는 “지난 4년간 고난의 세월을 걸어왔다”며 “그래도 여러분 덕에 아직까지는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 같다”며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배다해가 말을 하는 동안 스크린에는 초등학교 때부터 성악을 전공하던 시절, 그가 데뷔했던 그룹 바닐라루시와 남격합창단의 장면 장면이 차례로 지나갔다.

배다해는 이달 중 공개할 디지털 싱글곡도 들려주었다. 7년이나 호흡을 맞춰 온 팝피아니스트 이범재의 피아노에 얹힌 멜로디, 배다해의 감성이 묻어나는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었다.

이날 콘서트의 출연자라고 해봐야 배다해 외에 피아니스트(이범재), 기타리스트(유지철), 곽진석(퍼커셔니스트)에 게스트 한 명이 전부. 80평 남짓한 공연장. 무대의 전면을 둘러싸듯 원형을 그린 객석. 작은 음향. 박수 칠 타이밍을 왕왕 놓치는 관객들.

그래도 참 좋았다. 아니 그래서 참 좋았을 것이다.

배다해는 앙코르곡을 끝까지 부르지 못하고 목이 메어버리고 말았다. 틀림없이 이번엔 관객의 ‘마음’들이 그에게 전해졌을 것이다. 배다해 ‘첫’ 콘서트의 여운은 오래 갔다. 그녀의 ‘두 번째’ 콘서트는 더 크고 화려하고 멋있어지겠지만, 이날의 소박한 온기만큼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맛있었다. 그리고 초대받을 수 있어 기뻤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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