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스·첼리투스…아파트 이름은 집값의 시작?

입력 2015-06-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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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브랜드에 입지나 특성을 나타내는 팻네임이 유행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서울 이촌동에 공급한 ‘래미안 이촌 첼리투스’와 대림산업이 광교신도시에 분양하는 ‘e편한세상 테라스 광교’, 두산중공업이 서울숲에 건설하는 초고급아파트 ‘트리마제’(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가 대표적인 경우다. 사진제공|각 건설업체

최근 입지·특성 나타내는 펫네임 대세
“수요자에 브랜드 각인시키는 효과 커”
‘반도유보라’ 등 건설사주 딸 이름 넣기도
美선 ‘레이크’ 들어가면 평균 16% 비싸

부동산 시장에서 브랜드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브랜드 네이밍에 대한 가치가 높아지면서 톡톡 튀는 브랜드명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 상품의 특성에 따라 브랜드명도 차별화되고 있다. 아파트 네이밍 속엔 어떤 비밀코드가 숨어 있을까.


● 상품특성·입지특성 반영한 펫네임 아파트

최근 아파트 브랜드에 입지나 특성을 나타내는 펫네임(pet name)을 붙이는 게 새로운 트렌드다. 펫네임은 주택이 가진 특성을 수요자들에게 친숙하게 알리기 위해 애칭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아파트 브랜드는 ‘지역명+아파트 브랜드’가 보편적이었다. 대우건설이 일산에 아파트를 지으면 ‘일산 대우 푸르지오’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최근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해 테라스, 파크 등의 펫네임까지 가세한 네이밍을 선보이고 있다.

대림산업이 이달 분양하는 ‘e편한세상 테라스 광교’는 전 세대가 테라스하우스로 시공되어 이름에도 ‘테라스’라는 펫네임을 넣었다. 또 아이에스동서가 하남에 분양중인 ‘하남 유니온시티 에일린의 뜰’은 단지 바로 앞 유니온스퀘어(2016년 완공예정)와 그 옆 유니온파크의 이름을 따 ‘유니온시티’로 단지명을 정했다.

이뿐만 아니다. 첼리투스, 트리마제 등 입주민을 위한 ‘스페셜 네이밍’도 등장했다. 삼성물산이 서울 이촌동 한강변에 공급한 고급아파트 ‘래미안 이촌 첼리투스’는 고급아파트의 가치를 높여주기 위해 흔히 볼 수 없는 펫네임을 붙였다. ‘첼리투스’는 라틴어로 ‘하늘로부터’라는 의미다. 두산중공업이 서울숲 일대에 건설하는 초고급 아파트 ‘트리마제(Trimage)’는 상품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단지의 3가지 프리미엄을 뜻하는 이름을 선정했다. ‘3’을 뜻하는 ‘트리(tri)’와 영상, 인상, 느낌이라는 의미의 ‘이미지(image)’를 결합한 신조어로 이 아파트가 가지고 있는 3가지 큰 특징인 뛰어난 조망, 호텔식 서비스, 프리미엄 커뮤니티 시설을 이미지화해 표현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이 펫네임을 짓는 이유는 아파트 이름만 들어도 그 아파트가 어디에 위치하는지 혹은 그 아파트의 특징을 유추해 볼 수 있어 수요자들에게 각인시키기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오피스텔 상가 호텔 브랜드는 화려하게 더 화려하게

수익형부동산은 오피스텔, 상가, 분양형호텔 등 상품의 종류가 많은 만큼 브랜드 네이밍 또한 다양하고 화려하다. 입지적 장점이나 외관 특징을 반영한 브랜드명이 많다. 이는 투자자, 임차인 등 다양한 수요자들에게 단지의 차별화를 꾀하고, 단지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라온건설이 진주혁신도시 내 공급한 ‘라온스테이 인 페를라’의 ‘페를라’는 스페인어 ‘PERLA’로 진주를 뜻한다. 채우코리아나(위탁사)는 인천에 오피스텔과 호텔로 이루어져 있는 영종 버터플라이 시티를 공급할 예정이다. 영종 버터플라이 시티는 나비 형상을 상징화한 디자인을 외관에 추가할 예정으로 건물의 특장점을 반영해 브랜드명을 지었다. 우미건설이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 중인 스토리텔링형 테마 쇼핑몰인 ‘앨리스 빌’은 영국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했다. 퀸즈 로드(Queen`s Road), 앨리스 로드(Alice Road)등 스토리를 담아 상가 설계를 했다.

우리개발주식회사가 오는 7월 세종시에서 분양예정인 ‘크리스마스(CRE’S MAS)’상가는 creativity(창조성, 독창성)의 ‘CRE’, 복수를 나타내는 s와 mas(축제)의 합성어에서 키 스펠링을 추출한 네이밍으로 ‘날마다 새로운 즐거움이 시작되는 축제’라는 뜻을 담았다.


● 내 아내 아파트?…딸 이름 넣기도

양우건설의 아파브 브랜드명은 ‘양우 내안애’다. 발음상 ‘내아내’가 되도록 이름을 지었다. ‘내안愛’는 마지막 글자인 ‘애’ 자를 사랑을 뜻하는 한자 ‘愛’를 넣어 사랑하는 내 아내를 위해 지은 집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반도건설의 아파트 브랜드명은 ‘반도유보라’다. 이는 반도건설 사주인 권홍사 회장의 장녀 이름인 ‘보라’를 본 따 지었다고 한다. 딸을 키우는 마음으로 아파트를 지어서 고객에게 보답하겠다는 다짐이 담겨있다. 유는 유비쿼더스를 의미한다.

딸 이름 ‘서희’로 건설사명을 지은 서희건설의 ‘서희스타힐스’는 별을 뜻하는 스타와 언덕위의 주거단지를 뜻하는 힐스를 조합했다. 세상의 별처럼 빛나는 고품격 주거단지를 뜻한다. 요즘 잘나가는 호반건설의 브랜드명은 ‘호반 베르디움’이다. 이는 숲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베르와 공간 대지를 뜻하는 티움을 합성해 만들었다. 나무가 무성한 자연과 사람이 함께 숨쉬는 공간은 만들겠다는 의미다.


● ‘레이크’라는 이름이 들어가면 주택 값이 오른다?

그렇다면 아파트명이 아파트 값에 영향을 미칠까. 건설사들은 아파트 이름을 짓는데 많이 사용하는 것은 아파트 주변 입지 환경을 나타내는 용어다. 호수 바다 공원 등이 가까울 경우엔 레이크 오션 파트 등을 사용한다. 또 도시 중앙에 위치할 경우 센트럴을 주로 사용한다. 아파트 이름은 주택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 부동산중개전문사이트 질로에 따르면 ‘레이크’라는 거리명이 있는 주택이 미국 평균 주택 값보다 16%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레이크 선셋에 이어 리버, 파크 등의 순서로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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