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도전하기 딱 좋은 나인걸!” 출사표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먼지와 바람이 불어도 피하지 않으며 길을 따라 진군할 것이다. 도전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 열정만 필요할 뿐이다. 고희를 넘긴 노인네들이 무슨 모험이냐고 비웃지마라. 내 나이가 어때서, 도전하기 딱 좋은 나이다.”
70대 어르신 3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횡단에 나선다. 문광수(71) 송무광(71) 허정본(73) 씨 등 3명으로 구성된 2015 유라시아 대륙횡단 원정대(대장 문광수·이하 원정대)가 13일 오전 9시30분 서울시 용산구 대한노인회관 앞에서 출정식을 갖고 서울-블라디보스토크-모스크바-유럽을 거쳐 다시 한국으로 귀국하는 대장정의 시동을 켠다.
이날 출정식에는 이심 대한노인회장, 김성헌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장 등 기관장과 김석만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등 1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특히 오토바이 라이딩클럽인 이타세(이륜차 타고 세계일주) 회원 30여명이 참석해 장도를 축하한다. 이타세 회원들은 출정식이 끝난 뒤 경기 양수리까지 오토바이 라이딩으로 원정대를 에스코트할 계획이다.
대한노인회중앙회가 주최하고 대한노인회연합회가 주관하는 이번 2015 유라시아 대륙횡단 원정 행사는 우리 조상들이 누볐던 아시아 대륙을 달리며 조국통일을 염원하고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의 자기계발과 실현으로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을 물론 세월호 침몰사고 등 대형 재난으로 슬픔을 겪고 있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마련됐다.
BMW R1200 등의 3대의 오토바이와 3인의 ‘꽃보다 할배’라이더들은 14일 동해항을 출항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다. 원정대는 그곳에서 매일 200~300km를 달려 블라디보스토크-바이칼호수-모스크바-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독일-네덜란드-벨기에-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크로아티아를 거쳐 세르비아-오스트리아-헝가리-체코-폴란드-리투아니아-라트비아-모스크바로 돌아와 시베리아 대륙횡단 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는 총 2만여km의 대장정을 펼치게 된다.
원정대 문광수 대장은 “우리는 철저히 자연에 순응해 비바람,추위, 먼지, 뜨거운 태양에 순응하며 갈 것이다. 우리의 긴 여정에서 현지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일상적인 삶과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우리 나이에 어울리는 삶의 가치가 무엇인가 깨닫고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원정대가 귀국하는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미리 짜여진 계획에 얽매이기보다 현장 상황을 보며 그때그때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다. 문 대장은 “오늘은 어디까지 가야 된다는 목표는 없다.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고 소통하며 그들의 삶과 전통을 존중하고 진정한 삶의 의미를 생각하며 자유로운 영혼이 되려한다”고 소개했다.
원정대가 유라시아 대륙횡단을 계획한 건 3년 전. 문 대장이 등산학교 교장 마치고 오토바이에 빠지면서부터다. 막연히 그려왔던 광활한 유라시아대륙을 바람을 가르며 자유롭게 누비는 모습을 상상하곤 바로 실행에 옮겼다. 처음엔 단독 라이딩을 계획했다. 횡단 계획을 고등학교 동창들에게 알리자 “그 위험한 곳에 친구 홀로 가게 할 수는 없다”며 친구 2명이 동참했다.
오토바이 면허도 없던 ‘덩달이’ 친구 두 명은 그날부터 오토바이를 배우고 이마에 땀을 흘리며 면허증을 손에 넣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체력과 라이딩 기술. 아무리 머리와 가슴이 20대 청춘처럼 뜨겁다하더라도 몸은 예전의 몸이 아니었다. 체력훈련에 돌입했다. 1주일에 두 번 북한산 등반으로 소진되어가는 몸에 강건한 근육을 충전시켰다. 라이딩도 문제였다. 초보 라이더이기에 서울서 지리산 동해 등을 오가며 도로에 적응해 나갔다.
이젠 준비는 끝났다. 70대 ‘젊은 그대’들은 삶이 가르쳐준 겸손과 도전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새기고 곧 오토바이 시동을 켠다. “부릉~, 부르릉~”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두 바퀴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내의 삶이 그러하듯이.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