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 증명한 ‘염기훈의 왼발’

입력 2015-06-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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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훈. 동아일보DB

■ UAE 평가전 프리킥 선제결승골…2665일 만에 A매치 골맛

슈틸리케호, UAE전 3-0 완승

이용재 A매치 데뷔골…이정협도 쐐기골
월드컵예선 앞둔 슈틸리케호 산뜻한 출발

역시 ‘왼발의 달인’이었다. 2665일 만에 A매치에서 골 맛을 본 염기훈(32·수원)을 앞세운 ‘슈틸리케호’가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1차전 미얀마전(16일·태국 방콕)을 앞두고 기분 좋게 리허설을 마쳤다.

축구국가대표팀은 11일 말레이시아 샤알람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와의 평가전에서 염기훈의 절묘한 프리킥 선제골과 이용재(24·V바렌 나가사키)-이정협(24·상주상무)의 연속골에 힘입어 3-0 쾌승을 거뒀다. 염기훈은 1년 5개월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며 슈틸리케호에 처음 승선한 뒤 “K리거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고, 보란 듯이 그 약속을 지켰다. 곽태휘(34·알 힐랄)에 이어 대표팀 ‘넘버 2’ 선참인 그는 전반 44분 아크 정면 오른쪽에서 얻은 프리킥 때 정확한 왼발 슛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염기훈이 태극마크를 달고 골을 넣은 것은 2008년 2월 23일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일본전 이후 7년 3개월 18일만이다. 당시 북한전에 이어 일본전에서 2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던 그는 이후 대표팀에서 골과 인연을 맺지 못하다 자신의 통산 50번째 A매치에서 오랜만에 포효했다.

염기훈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7골·6도움으로 두 부문 모두 1위에 올라있다. 수원이 올 시즌 14경기에서 뽑은 21골 중 무려 13골이 그의 발에서 비롯됐다. 특히 정확한 왼발 슛은 염기훈의 전매특허다.

K리그에서의 맹활약은 결국 대표팀 발탁으로 이어졌다. 울리 슈틸리케(61) 대표팀 감독은 “나이가 많은 염기훈 선발이 최대 고민거리였다. 3년 뒤 러시아월드컵을 생각한다면 되도록 젊은 선수를 선발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K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선수를 대표팀에 합류시키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며 염기훈의 가치를 높이 샀고, 염기훈은 이에 화답하듯 ‘K리거의 힘’을 보여줬다.

염기훈의 선제골로 분위기를 탄 대표팀은 후반 15분과 44분 이용재-이정협의 연속골로 완승을 거뒀다. 이용재는 1980년 이후 A매치 데뷔전에서 골을 기록한 28번째 선수가 됐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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