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은 1938년 경성의 기숙학교에서 사라지는 소녀들을 한 소녀가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미스터리 영화. 박보영 엄지원 박소담 등 여배우들이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NO.1 미스터리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빨간 일기장
전학 온 첫 날 주란(박보영)은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학교에서 생활교사에게 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쓰던 일기장마저 빼앗기고 만다. 그런 주란에게 연덕(박소담)이 건네준 일기장은 누군가 쓰던 흔적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주란의 소중한 보물이 된다. 빨간 표지 안 곳곳에 꽃을 압화 시켜놓은 일기장은 사춘기 소녀들의 아기자기한 감수성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어떤 비밀이라도 기록하고 싶어질 만큼 소장 욕구를 증폭 시키는 소품이자, 연덕이 사라진 소녀들을 외면하게 된 사연까지 숨겨진 중요한 아이템이다. 소녀들이 하루의 기록을 적는 단순한 일기장을 넘어 학교에 비밀을 파헤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소품으로 보는 재미는 물론 미스터리함까지 동시에 담고 있다.
NO.2 1938년 소녀들의 감수성이 녹아 든 잠옷
영화에서 소녀들은 교복과 잠옷, 체육복 세 가지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그 중 잠옷은 특히 이 영화의 묘한 분위기를 만든 일등공신이다. 소녀들이 움직이는 동선에 따라 하늘거리는 잠옷은 소녀다움 그 자체이다. 해외에서 공수해온 소재로 잠옷을 직접 제작 해야 했던 의상팀은 여성스러운 거즈면에 레이스와 리본 등 디테일을 살려 여성미 가득한 지금의 잠옷 디자인을 완성했다.
교복부터 잠옷까지 학교는 소녀들을 하나의 규칙아래 묶어 놓지만, 잠옷은 특히 여성스러운 디자인으로 소녀들의 감성을 더욱 풍성하게 담아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연약한 모습까지 부각시키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 등장하는 세 벌의 의상 중 특히 관객들의 소장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NO.3 주란의 급격한 변화를 함께하는 레이스 손수건
전학 온 첫날부터 주란의 손을 떠나지 않는 손수건은 천성적으로 약한 주란의 기질을 보여준다. 낯선 환경 속에서 힘겨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주란의 곁을 지키는 손수건 역시 보통의 손수건과는 다르다. 티끌 하나 묻지 않은 새하얀 천 위에 레이스로 마감된 손수건은 소녀적인 감성이 그대로 느껴진다.
극 초반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었던 주란의 급격한 변화는 손수건을 통해서도 유추해볼 수 있다. 연덕과 가까워지고 활기를 되찾은 주란의 손에서는 손수건을 찾아볼 수 없어 학교의 비밀을 파헤치며 적극적으로 변한 주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소녀들의 감수성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소품들로 색다른 볼거리를 더하고 있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은 오는 6월 1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