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산부인과 의사 시신유기 사건 의혹 밝힌다

입력 2015-06-12 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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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에서 3년 전 발생한 ‘산부인과 의사 시신유기 사건’ 의 남은 의혹들이 밝혀진다.

“새벽에 들어 와서 갑자기 제사를 지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무슨 제사냐?’ 했더니, 환자가 죽었다면서 그 환자의 제사를 지내달라는 거예요“ - 산부인과 의사의 아내 인터뷰 중

2012년 7월 어느 날 새벽, 서 씨는 악몽과도 같은 현실을 마주했다. 산부인과 의사인 남편이 수술도중 환자가 사망했다면서 시신을 차로 집까지 싣고 온 것이다. 시신 처리를 위해 남편을 따라나선 그녀는 평생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야 만다. 시신유기의 공범이 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튿날 오후, 한강 둔치에 주차된 차량 조수석에서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됐다. 사인은 약물중독으로 특별한 외상이나 타살의 흔적은 없었다. 신원확인 결과, 여성은 다수의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배우의 꿈을 키워온 이모 씨(여, 당시 30세)로 밝혀졌다. 그런데 현장감식이 진행되던 그 시각, 스스로를 범인이라 밝힌 한 남성이 경찰서를 찾아왔다. 변호인과 함께 자수한 그는 바로, 아내 서 씨와 함께 사망한 환자의 시신을 유기했던 의사 김 씨였다.

김 씨는 수사과정에서 피해자 이 씨와 평소 의사와 환자 이상의 사적인 관계를 맺어온 정황을 진술했다. 사건당일, 김 씨가 일하는 산부인과에서 은밀한 만남을 약속한 두 사람의 문자메시지가 그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듯 했다. 그는 이 씨의 죽음에 대한 의료과실을 인정했고, 경찰은 특별한 살인의 동기를 찾지는 못했다.

그런데 지난 5월 말, 의사의 아내 서 씨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 앞에서 그동안 굳게 다물어 왔던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사실이 있다고 했다. 그녀가 법정에서 미처 말하지 못했다는 ‘비밀’은 무엇일까?


단순 과실인가, 미필적 고의인가

김 씨는 업무상 과실 치사 등의 5가지 혐의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다. 사건이 의료행위 중 발생한 의사의 업무상 과실로 인정된 것이다.

“이런 위험한 칵테일을 왜 만들었는지, 잘 이해가 안가네요” - 前 대한의사협회 회장 노환규 인터뷰 중

“의대생들도 본과 4학년 정도 되면 위험하다는 걸 다 아는 사실일 텐데요” - 서울대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 인터뷰 중

국과수 부검결과, 피해자 이 씨의 시신에서 프로포폴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수면마취제인 ‘미다졸람’을 포함해 무려 13종 약물이 검출됐다. 이 중 이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약물은 ‘베카론’으로 추정됐다. ‘베카론’은 수술 시, 전신마취를 위해 사용하는 근육 이완제로 이를 투여할 때는 반드시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 하는 위험한 약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베카론’을 사용한 김 씨는 약물의 위험성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이 자문을 의뢰한 전문의들은 10년차 산부인과 전문의가 외과 수술에서 사용되는 마취제를 몰랐다는 데 의문을 표시했다.

취재가 진행되면서 제작진은 피해자의 지인들과 연락이 닿았다. 그들은 김 씨와 이 씨,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다른 전혀 새로운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이들의 증언에 범죄 심리학자는, 관계에 따라서 사건을 새롭게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드러나지 않았던 사건의 이면에는 어떤 진실이 감춰져 있는 것일까?

그리고 여전히, ‘의사’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김 씨가 최근 지방의 한 요양병원에서 근무했던 정황을 포착했다. 그는 사건 이후 마약류 관리 위반으로 의사면허취소 처분을 받았지만, 통상적으로 3년이 지나면 다시 면허를 재발급 받는데 문제가 없다고 한다. 2007년 경남 통영에서 수면내시경 중인 환자를 성폭행한 인면수심의 내과 의사의 경우 역시, 진료행위를 할 수 있는 게, 현행 제도상 가능한 현실이었다.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약물의 오남용, 나아가 비윤리적 행위들 후에도 의료행위를 지속할 수 있는 ‘의사의 자격’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13일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확인 할 수 있다.

동아닷컴 권보라 기자 hgbr36@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제공ㅣ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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