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민서의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출전기 “아쉬움으로 가득”

입력 2015-06-14 1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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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골프 선수 곽민서. 스포츠동아DB

곽민서의 LPGA 메이저 대회 첫 출전기

6년 동안의 2부 투어 생활을 끝내고 올해 처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무대를 밟은 곽민서(25·JDX멀티스포츠). 6월 시작과 함께 그녀에겐 또 하나의 특별한 선물이 찾아왔다. 바로 꿈꿔왔던 메이저 무대를 밟게 된 것. 곽민서는 12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해리슨의 웨스트체스터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총상금 350만 달러)에서 꿈에 그리던 메이저 첫 경험을 했다.


● 장내 아나운서의 소개에 뿌듯

설렘과 떨림 그리고 메이저 대회에 처음 출전한다는 기대감이 마음을 들뜨게 했다.

2부 투어에서 생활하다가 LPGA 투어에 올라오니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대회 때마다 좋은 차도 빌려주고 선물도 줬다. 지난 6년 동안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눈앞에서 펼쳐져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이번엔 조금 더 특별했다. 특히 개막을 앞두고 선수들의 분위기에서 비장함이 엿보이는 게 ‘이런 게 메이저 대회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월요일 오후 골프장에 도착해 곧바로 연습을 시작했다. 벌써 많은 선수들이 도착해 있었다. 숙소는 호텔이 아닌 하우징을 신청해 골프장 앞의 가정집을 빌렸다. 평소에도 우리(엄마와 함께)는 호텔이 아닌 하우징을 자주 이용한다. 비용도 줄일 수 있고 직접 밥도 해먹을 수 있어 좋은 점이 많다.

연습라운드를 해보니 코스 세팅이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과는 또 달랐다. 특히 올해부터는 LPGA 투어가 아닌 PGA of America에서 주관해서인지 선수들 사이에서도 훨씬 더 어렵고 까다로운 코스세팅이 될 것이라는 말들이 많이 나돌았다.

12일 대망의 메이저 대회가 시작됐다. 1번홀에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섰을 때 살짝 마음이 들떴다. 그리고 곧 장내 아나운서가 갤러리들을 향해 선수 한명 한명을 소개했다. 나 역시 짧은 소개가 흘렀다. “시메트라(2부 투어)를 졸업한 유망주”라는 말에 뿌듯한 마음도 들었고 설¤다.

떨었던 탓일까. 첫 홀부터 실수가 나왔다. 파3 홀이었는데 티샷을 그린에만 올려놓자고 생각했는데 공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날아가서 떨어졌다. 2퍼트로 마무리하면 파를 할 수 있었지만, 3퍼트를 하는 바람에 보기를 하고 말았다. 생애 첫 메이저 대회의 시작을 보기로 출발하니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첫 버디는 5번홀에서 나왔다. 버디라고 해서 특별한 느낌은 없었지만, 4번홀에서 또 하나의 보기를 적어내며 마음이 급했었는데 다음 홀에서 곧바로 버디를 기록한 덕분에 조금씩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 나머지 홀에서는 버디와 보기를 1개씩 주고받아 1오버파로 경기를 끝냈다.

목표는 이븐파였다. 1타 차이기에 크게 나쁜 성적은 아니었지만 조금 더 잘할 수 있었고 기회도 많았는데 메이저 대회라는 부담으로 작은 실수를 했던 것들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 아쉽게 끝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다음날은 오전에 경기를 했다. 6시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스트레칭을 한 후 7시 쯤 골프장에 도착했다. 평소에도 경기 시작 1시간30분 전부터 연습을 시작한다. 퍼트와 드라이버, 아이언, 쇼트게임 그리고 다시 퍼트 순서로 연습을 한다.

어제 1타를 잃었으니 오늘은 1타를 줄여야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출발이 좋았다. 10번홀에서 경기를 시작해 12번홀(파5)에서 첫 버디를 잡아냈다. 하지만 이후 보기와 버디를 번갈아 기록하면서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16번째홀까지 버디 4개와 보기 4개를 기록해 커트라인에 걸려 있었다.

남은 홀은 단 두 홀. 그때까지 1오버파였기에 지키기만 해도 컷을 통과할 수 있었다. 8번홀을 앞두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 홀에서 파로 막고 마지막 9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자. 그러면 컷을 통과할 수 있어’라고 스스로 다짐했다. 8번홀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어려운 홀 중 한 곳이다. 티샷 후 왼쪽을 거의 90도 정도 꺾여 있는 도그렉(Dog leg) 홀이어서 공략이 쉽지 않았다. 두 번째 샷이 그린 오른쪽 벙커에 빠지는 위기를 맞았지만 벙커샷으로 핀 4m 지점에 붙였다. 그 정도 거리면 충분히 마를 노릴 만 했다. 퍼트를 앞두고 어떤 순간보다 집중했다. 그리고 홀을 향해 공을 굴렸다. 데굴데굴 굴러간 공은 홀의 오른쪽으로 굴러가면서 안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 공이 홀의 벽을 한바퀴 타고 돌면서 그대로 빠져 나왔다. 그 순간 ‘아, 이렇게 메이저 대회와의 인연은 끝나는 건가’라는 실망과 불안이 머리를 스쳤다. 너무 아쉬웠다.

이제 마지막이다. 2오버파였기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반드시 버디를 잡아야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부담이 경기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세 번째 샷으로 그린에 올라왔지만 공이 경사를 타고 내려와 홀에서 멀어졌다. 버디 퍼트가 빗나갔고 이어 파 퍼트마저 놓치면서 보기를 했다. 컷 탈락이 확정되는 순간이자 나의 생애 첫 메이저 대회는 그렇게 끝이 났다.

첫 메이저 대회를 앞두고 나 자신과 약속한 게 있다.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내가 가진 모든 걸 쏟아내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고 다짐했다. 막상 끝나고 보니 아쉬웠던 순간들이 많았다. 그만큼 아직은 부족함을 느꼈다. 후회도 남았고 숙제도 안았다.

다음 메이저 대회는 7월 둘째 주 개막하는 US여자오픈이다. 대기 순위 2번으로 아직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다시 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생애 첫 메이저 대회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해리슨 (미 뉴욕주)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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