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에는 열정이 넘쳤고, 옳고 그름에 대한 나름의 기준이 명확”했지만, 스물다섯이 된 지금은 “나의 가치관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게 됐다”는 장재인. 서른이 되면 그는 “여유와 편안함을 주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했다. 사진제공|미스틱엔터테인먼트
끝을 보는 성격…그간 너무 열심히 살아
‘근육긴장이상’ 희귀병…스트레스 원인
이제 기타마저 내려놓고 가사에만 집중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나’를 표현했죠
장재인은 연습벌레다.
“연습하지 않으면 금방 표가 나고 뒤처져” 그러기도 했지만, 애당초 가만있는 자신을 한시도 내버려두지 못했다. 대학(호원대 실용음악과) 입학 후 “술자리만큼 의미 없는 게 없다”는 생각도 했다.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신인시절 돈을 벌어 미디(여러 전자 음악장치를 연결해 서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기계)와 피아노부터 샀다.
장재인은 또 “뭔가에 꽂히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다. 어릴 적부터 미술에 빠졌다. 게임에도, 심지어 인라인스케이트, 타자에도 빠져들었다. 좀 성장해서는 옷과 화장품에도 몰입했다. 비틀스에 꽂혀 그들의 개인사까지 공부했다.
2012년 12월, 장재인은 근육이 마비되는 증상을 겪었다. 왼팔이 심하게 떨리고, 몸의 근육이 툭툭 튀어 오르는 증세가 계속됐다. 기타를 칠 수 없었고 노래도 부를 수 없었다. 2013년 2월 처음 찾아간 병원에서는 진단을 내리지 못했다. 이후 5곳의 병원을 더 찾아가서야 병명을 알게 됐다. ‘근육긴장이상’이었다. 지속적인 근육 수축으로 신체 일부가 꼬이거나 운동과 자세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다.
스트레스가 주 원인이라고 했다. 입퇴원을 반복했다. 그리고 많은 것을 떠올렸다. “어린 나이에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그동안 자신보다 남에게 더 신경 쓰며 살았다고 생각했다. “희귀난치성 질환이지만, 분명 완치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로 자신의 병을 받아들이며 다짐했다. “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나를 아끼며 더 챙겨야겠다”고.
결국 ‘집착’을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 모든 일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게 행복의 방법이란 생각에 이르렀다.
증상이 완화되고 윤종신을 찾아갔다. 음악을 하고 싶어서였다. 이후 1년 반 만에 앨범이 나왔다. 11일 발표한 ‘리퀴드’다. “감정이 흐르는 대로” 만든 앨범이다. 데뷔 음반부터 자작곡을 담아온 싱어송라이터지만, 6곡을 수록한 이번 앨범에선 작사만 했다. 기타도 치지 않았다. 대신 가사에 집중했다. 멜로디는 윤종신, 정석원, 조정치가 썼다.
“기타를 놓으니 집중력이 더 생겼다. 가사 표현력이 더 풍부하고 좋아졌다.”
투병 후 첫 음반을 통해 “여성으로서 또 감성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음반 표지에서 과감히 상의를 벗은 것도 “‘자연스러운 나’일 때 가장 편안하다”는 메시지의 표현이다.
‘리퀴드’의 6곡은 모두 다양한 인간관계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사랑 이야기로 풀어냈다.
“‘감정의 흐름에 맡기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동안 너무 빡빡하게, 너무 빠듯하게, 너무 열심히 산 것 같다. 자연스럽게 흐름에 맡기고 살아도 될 것 같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