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8년 만에 건네는 삐삐밴드의 새로운 인사 ‘pppb’

입력 2015-06-17 07: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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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밴드, 사진|팝뮤직

삐삐밴드는 확실히 우리 가요계에서 두 번 다시 나오기 힘든 독특한 밴드이다. 이들이 활동한 시기는 데뷔년도인 1995년부터 1996년까지 단 2년에 불과하고 정식 앨범 역시 1집 ‘문화혁명’과 2집 ‘불가능한 작전’ 두 장뿐이지만(‘붕어빵’은 이윤정 탈퇴 후 발표된 리메이크 앨범) 아직까지도 이들의 이름과 음악은 인구에 회자될 만큼 이들이 활동기간동안 남긴 임팩트는 큰 것이었다.

물론 그 주제는 기행에 가까운 퍼포먼스가 주를 이루지만(참고로 가장 유명한 ‘카메라에 침 뱉기’는 삐삐밴드 시절이 아닌, 삐삐롱스타킹 시절 발생했다), 지금 가요계에서도 쉽게 듣기 힘든 아방가르드적인 음악 역시 가요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있다.

그런 삐삐밴드가 돌아왔다. 무려 18년 만에 원년멤버가 뭉쳐 새로운 EP앨범 ‘pppb’를 발표했다. 그렇다고 원년멤버(달파란 이윤정 박현준)가 뭉친 데에는 무슨 거창한 목표나 포부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란다.

삐삐밴드의 재결성 자체는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이는 과거 삐삐밴드의 매니지먼트를 맡았던 현 팝뮤직의 김진석 대표의 제안으로 이루어졌다.

김진석 대표는 “삐삐밴드가 활동할 당시는 지금처럼 대형 페스티벌이 없었다. (20주년이 되고)삐삐밴드의 ‘안녕하세요’를 떼창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삐삐밴드의 짧은 활동기간에)조금 아쉬움이 남았다”라고 이들의 재결합을 추진한 계기를 밝혔다.

이에 이윤정은 “처음에 원년멤버로 다시 하자는 제안을 받고 ‘오빠들이 하면 하겠다’라고 했다. 사실 다들 안할 줄 알았는데 한다고 해서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며 “지금 본인들이 각자 하는 일도 있고 다시 모이기가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고 시작하니 옛날처럼 편하게 쉽게 되더라”라고 의외로 쉽게 재회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달파란 역시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재밌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예전에 짧지만 사고만 친 기억이다. 같이하면 또 재밌는 게 나올 것 같았다. 다시 만나니 반갑고 재밌었고, 작업도 예전보다 쉽게 가벼운 마음으로 진행했다”라고 삐삐밴드다운 소감을 전했다.

달파란, 사진|팝뮤직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작업한 ‘pppb’는 본인들의 말에 따르면 독특함이나 파격과는 거리가 먼 대중적인 노래들이 담긴 앨범이다.

달파란은 “특별히 어떤 걸 이야기 하겠다 그런 생각은 아니었고, 그냥 마음 편하게 대중적인 음악을 만들었다. 일단은 삐삐밴드를 모르는 사람에게 이름을 알리기도 하고, 아는 사람에게는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정도의 앨범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윤정 역시 “무난하게 가려는 마음이 많아서 파격적인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에겐 아쉬울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명색이 삐삐밴드인데 당연히 음악방송에서 등장할법한 트렌디한 음악이 담겼을 리는 없다.

달파란은 이번 앨범의 작업에 대해 “옛날부터 음악을 만들 때는 어떤 장르를 고민하지 않았다. 그때 그때 마음에 드는 소리가 있으면 갖다 쓰고 그랬다. 장르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pppb’에 수록된 곡들은 일렉트로닉부터 디스코, 락, 힙합 등 여러 가지 장르가 뒤섞여 요즘 대중가요에서는 흔히 듣기 힘든 사운드를 들려준다.

달파란은 “장르를 한정하면 그 장르 안에 갇혀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수가 있다. 또 워낙에 어려서부터 음악을 다양하게 들어서 그런지 어디 하나에 갇혀있으면 싫다”라며 “장르의 제약이 없이 아무거나 막 갖다 붙이고 하는 게 한국가요계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그게 재밌다”라고 끊임없이 장르의 혼합을 시도하는 이유를 밝혔다.

짧은 활동기간에 워낙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준 삐삐밴드이긴 하지만 데뷔 당시부터 밴드의 음악에는 대부분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가미된 경우가 많았고, 이는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삐삐밴드를 한국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정립한 밴드로 보기도 하지만 달파란은 이를 강하게 부정했다.

달파란은 “우리가 일렉트로닉 밴드를 정립했다고 하면 과대평가다. 그런 식의 사운드를 시도한 친구가 그때에도 꽤 있었다. 우리가 표면에 나와서 부각이 되다 보니 그렇지, 대표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달파란은 기존의 장르를 답습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가요계의 세태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어떤 것이 히트를 하면 그걸 다 따라가는 형국이다. 그러면 각자 개성은 덜한 게 아닌가 한다. 결국 큰 기획사가 끌고 가고 나머지는 다 따라가는 형국이다”라며 “나는 그게 이해가 안 간다. 따라가는 건 안 되는 거다. 그건 앞에 가는 사람이 다 먹는 거다”라고 일부 대형 기획사가 이끌어가고 있는 가요계 상황에 일침을 가했다.

이윤정, 사진|팝뮤직


이처럼 남이 만들어 놓은 길을 가지 않으려는 삐삐밴드의 성향은 익히 알려진 대로 다양한 에피소드를 탄생시켰다.

특히 달파란은 삐삐밴드라는 이름 자체가 가지고 온 변화를 “유일하게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달파란은 “삐삐밴드에 왜 ‘밴드’를 붙였냐면 그때 당시 ‘밴드’라고 하면 다 노래방 밴드 그런 것을 생각했다. 그때는 밴드를 ‘그룹사운드’라고 했다”라며 “사실은 그룹사운드가 틀린 말이고 밴드가 맞는 말인데 저질 취급하고 그런 게 싫었다. 그래서 일부러 밴드라고 붙였다. 지금은 밴드가 정상적인 말이 됐고 그거 하나는 우리가 기여를 한 것 같다. 아무도 모르지만 그거 하나 자랑스럽다”라고 강변했다.

달파란은 삐삐밴드의 업적으로 ‘밴드’의 활성화를 꼽았지만 아무래도 사람들의 기억에 더 남아있는 일은 이윤정 탈퇴 후 고구마(권병준)가 새로운 보컬로 합류한 삐삐롱스타킹 시절 음악방송에서 카메라에 손가락 욕을 하고 침을 뱉은 사건일 것이다.

이에 대해 박현준은 “우리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그냥 하다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다”라고 의도한 연출이 아니었음을 알렸다.

이어 달파란은 “그걸 ‘사고’라고 하는 것 자체가 한국 방송의 상황이 권위적인 거다”라며 “해외에서 카메라에 침을 뱉었으면 해프닝으로 끝나지 어떤 사람을 실질적인 제재를 하지는 않는다. 방송국이라는 매체가 얼마나 권위적인 위치에 있는지 보여주는 것 같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실제 당시 그 ‘사고’ 이후 삐삐롱스타킹은 MBC에 무기한 출연금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제는 무려 18년이나 지난만큼 출연금지 징계가 해제 됐는지를 묻자 달파란은 “해제가 됐는지 우리도 모른다”라고 아예 관심조차 없는 모습을 보였고, 이윤정은 “그때를 기억하는 (방송관계자가)아직 있을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현준, 사진|팝뮤직


이윤정의 말처럼 이제는 그 무대를 직접 보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라질 정도로 긴 18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만큼 삐삐밴드는 여전히 그 당시와 같은 모습도, 또 달라진 모습도 있었다.

이윤정은 “내가 그때 어렸고, 혼자 좀 일렉트로닉에 빠져있었다. 오빠들은 밴드 출신이다 보니 내가 싶은걸 이야기 했는데 안받아 들여져서 ‘그럼 난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겠다’고 미국으로 갔다. 그 다음 오빠들이 고구마 오빠와 같이 삐삐롱스타킹을 하게 됐다”라고 당시 탈퇴의 배경을 밝혔다.

이어 “옛날에는 너무 어려서 혼자 센척하고 오빠들 말을 선생님이 하는 말처럼 받아들이는 게 있었다. 지금은 더 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어렸을 때는 피해의식같은 게 있었던 거 같다. 난 원래 락 밴드도 아니고 오빠들 때문에 시작한거라 어릴 때는 힙합 같은 걸 좋아하고 그랬다. 이제 20년이 지나니 오빠들이 하는 말이 바로바로 캐치도 되고 말도 통하고 그렇다”라고 과거와 지금의 마음가짐이 달라졌음을 알렸다.

달파란 역시 “그동안 서로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좀 더 편해졌다. 뭔가 큰 변화가 있는 건 아니고, 예전과 달라진 건 받아들이는 마음이 생겼다. 이해시키지 않아도 이해를 한다”라고 한결 편안해진 팀 분위기를 설명했다.

달라진 건 분위기뿐만이 아니다. 달파란은 “음악을 생각하는 폭이 굉장히 넓어졌다. 물감을 더 많이 갖게 됐고 그만큼 표현 할 수 있는 색깔이 많아졌다”라고 과거보다 더욱 음악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넓어진 음악적 폭은 삐삐밴드의 과거 곡들을 2015년 버전으로 새롭게 탄생시키는데 사용될 계획이다.

달파란은 “(콘서트를)한번 하기는 해야 한다. 일정은 아직 안나왔는데, EP곡만 하면 셋리스트가 짧아서 예전 곡을 다르게 편곡하려한다. 그러다보니 준비를 조금 해야 한다”며 “또 너무나 오래돼 다 잊어먹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박현준은 “다른 편곡을 해서 다른 방법으로 (편곡을)할 거다. 여러 가지 스타일을 섞어서 다양하게 보여줄 생각이다”라고 예고했다.

반갑고 또 환영할만한 삐삐밴드의 귀환이지만 사실 이번 앨범은 삐삐밴드의 완벽한 부활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실제 달파란은 “이번 EP는 삐삐밴드 20주년 기념앨범이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면서 우리 존재를 알리는 명함 같은 앨범이다”며 “(멤버들이)다시 자기 일을 시작하면 어쩌면 1회성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윤정은 곧 “개인적으로는 오빠들하고 또 재미있는 걸 해 보고 싶다”라고 앞으로도 함께 작업할 것을 희망했고, 달파란 역시 “안 되리라는 법은 없다”라고 답해 삐삐밴드의 새로운 ‘인사’를 기대케 했다.

삐삐밴드, 사진|팝뮤직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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