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선수들 보내” vs “안 보내”… 배구대표팀 ‘솔로몬의 지혜’를 찾아라

입력 2015-06-1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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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유광우 대신 김광국 차출 계획
3명 내준 우리카드 형평성 문제 제기
“밑빠진 독이다” 우승팀 후원도 무산

대한배구협 “KOVO·구단들 이기적”
KOVO “항상 우리에게 기대기만 해”

요즘 프로야구에선 ‘프리미어 12’에 출전할 대표팀 구성과 감독 선임 논의가 한창이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때와 달리 이번에는 서로 나가지 않으려고 하는 분위기다. 프로배구도 마찬가지다. 인천아시안게임에는 병역혜택이 있어 그나마 구단들이 협조적이었지만, 올해는 아니다. 선수를 보유한 프로구단과 한국배구연맹(KOVO)에선 “대한배구협회가 선수를 제대로 관리도 해주지 않고, 항상 우리에게 기대기만 한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대표팀 운영을 책임지는 대한배구협회는 “KOVO와 구단들의 이기주의 때문에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남녀배구대표팀이 리우올림픽 본선에 오르기 위해선 대표팀 선발과 훈련, 관리 등에 대해 대한배구협회와 KOVO가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한시라도 빨리 올바른 계획을 세워 협력해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는 않다.


● 부상자 속출하는 남자대표팀

2015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홈 6연전 도중 부상으로 신영수가 대표팀에서 빠진 데 이어 전광인도 중도 탈락했다. 20∼21일의 일본 원정에서 제외됐다. 전광인은 13∼14일 수원 한일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무릎에 이상이 생겨 월드리그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대표팀에선 재활을 병행하기 어려워 일단 소속팀 한국전력으로 복귀했다. 7월 26일부터 벌어지는 아시아선수권대회를 목표로 한국전력에서 재활을 마친 뒤 대표팀에 다시 합류한다.

신영수와 전광인이 빠진 공격라인은 최홍석∼송명근∼서재덕 등이 있어 다행이지만, 문제는 세터다. 유광우가 고질인 발목신경 이상으로 난처한 상황이다. 8년 전 수술을 받았으나 의료사고가 났던 부위다. 신경이 손상돼 일주일에 한 번씩 특수한 약물이 들어간 주사를 맞아야 한다. 이런 발목으로 장시간 비행기를 타는 유럽 원정을 떠날 경우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발목이 괴사될 가능성도 있다.


● 유광우가 일본 원정 뒤 대표팀 떠나는 속사정은?

남자대표팀과 삼성화재 사이에 많은 얘기가 오갔다. 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했던 신치용 삼성화재 단장이 ‘통 큰’ 결단을 내려줬다. 대표팀 사정을 고려해 유광우를 일본 원정까지는 동행케 한 뒤 유럽 원정에선 빼도록 했다. 김찬호 대한배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 이사는 “신치용 단장이 많은 배려를 해줬다”고 밝혔다. 이에 대표팀은 프랑스∼체코 원정 때 우리카드 세터 김광국을 데려가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카드도 사정이 딱하다. 송병일의 은퇴로 세터가 모자란다. 이미 박상하, 정민수, 최홍석을 대표팀에 내줬다. 김광국까지 대표팀에 가면 팀 훈련이 어렵다.

우리카드는 다른 구단들과의 형평성을 문제 삼고 있다. 일부 구단은 7∼8주짜리 진단서를 제출해 특정 선수를 대표팀에서 하차시켰다. 그 정도 증상은 국가대표선수 대부분이 갖고 있다. 결국 협력하겠다는 의지의 문제다.


● 남녀 모두 스폰서도 없는 대표팀

그동안 월드리그는 V리그 남자부 우승팀이 스폰서를 맡아줬다. 관례였다. 삼성화재가 연속우승을 차지할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OK저축은행이 우승하면서 변수가 됐다. 대표팀 관계자는 “OK저축은행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해서 되는 줄로만 믿고 있었는데, 개막 사흘 전에 못한다는 통보가 왔다. 너무 늦게 생각지도 못한 결과가 나와 당황했다”고 말했다. 대한배구협회는 기대했던 2억원대의 스폰서 후원금이 없어 허덕인다. 배구회관을 무리하게 구입해 ‘하우스푸어’에 빠진 대한배구협회로선 난감한 형편이다. 여자대표팀이 출전하는 월드컵도 여자부 우승팀에서 스폰서를 맡는 것이 관례였지만, 이마저도 깨질 듯하다.

KOVO나 프로구단들도 나름 할 말은 있다. 그동안 많은 지원을 했지만, ‘밑 빠진 독’이었다고 주장한다. 대한배구협회가 스폰서를 비롯한 마케팅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스스로 살 길을 찾지 않고, 자꾸 프로에만 손을 벌리는 생각과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 대표팀에 대한 혜택과 제재 사이에서

대표팀 구성을 놓고 해마다 반목과 불신이 되풀이되는 상황에서 해결책은 무엇일까. 대한배구협회는 대표팀 구성에 불응하는 경우 제재하겠다는 생각도 품고 있다. 문제는 그 같은 제재가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것이다. 감독이나 선수에게 제재를 가해도 구단으로선 아쉬울 게 없다. 김찬호 이사는 “배구인들이 먼저 대표팀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소속팀에서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그러다보니 갈수록 대표팀을 보는 시선이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사실 몇몇 감독들의 경우 프로팀에 있을 때와 대표팀을 맡았을 때의 말과 행동, 입장이 정반대로 달라진 경우가 많았다.

당근도 생각해봐야 한다. 대표팀 구성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 팀만 피해를 본다”는 의식이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 대표팀 차출 인원을 팀당 2명으로 제한하는 방법도 있다. 만약 대표팀 구성상 차출인원에 차이가 난다면 더 많은 대표선수를 내준 팀에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구단에 금전적 보상을 해주거나 선수 1명당 리그 승점을 몇 점씩 더 주는 방안 등이다.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 완화나 연봉 인상 같은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

대한배구협회가 이런 혜택을 줄 위치가 아니라면, 대표팀 구성 때부터 프로구단의 이사들을 모두 참여시켜 스스로 합리적 룰을 만들게 하면 된다. 다행히 이사회 구성 멤버에 대표팀 감독 출신 단장이 2명이나 있다. 국가대표팀의 가치를 올리는 것은 배구인 스스로의 몫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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