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김택형, 고개를 들자 제구가 살아났다

입력 2015-06-1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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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김택형. 스포츠동아DB

■ 조상우처럼…진화하는 김택형


투구 동작 시 고개를 젖히는 나쁜 버릇
엔트리 말소 후 보름간 고개 드는 훈련
구속보다 제구에 집중…데뷔 첫 선발승
1년 전 조상우 경우와 유사…성공 확신

점점 조상우(21·넥센)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넥센이 또 한 명의 걸출한 고졸 투수 김택형(19)을 발견했다. 김택형은 16일 목동 롯데전에서 5이닝 3안타 1홈런 2볼넷 8탈삼진 1실점으로 데뷔 첫 선발승을 거뒀다. 시즌 2승째(무패). 한화와의 개막전에서 고졸 신인 최초의 개막 구원승을 거뒀지만, 이날 승리는 선발로 얻은 것이라 더욱 값졌다. 불과 1년 전인 동산고 시절, 시속 130km대 후반을 던졌던 투수가 짧은 시간 안에 직구 최고구속 146km를 찍었고, 불안했던 제구마저 잡아가고 있다. 넥센 입단 이후 6개월, 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고개 들었더니’ 잡힌 제구

넥센 염경엽 감독은 11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전날(10일) 선발등판한 김택형에 대한 뒷이야기를 전했다. 김택형은 10일 5이닝 5안타 4탈삼진 1실점으로 KIA 선발 양현종과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2.1이닝 2안타 4볼넷 3실점(1자책점)을 기록했던 첫 선발등판(5월 24일 목동 NC전)보다 한결 나아진 모습이었다. 염 감독은 대뜸 “손혁 투수코치와 혼을 많이 냈다”고 말했다. “모자가 벗겨지는 문제점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스프링캠프부터 지적했지만 “김택형이 좀더 빠르고 강한 공을 던지려는 욕심에 나쁜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투구 동작 시 공의 궤적을 적지 않고 관성에 의해 고개를 젖히면서 제구력이 요동쳤고, 자칫 타구가 투수를 향해 날아오면 반응속도가 떨어져 부상의 위험 또한 컸다. 결국 넥센은 5월 29일 1군 엔트리에서 김택형을 말소하고 보름여 간 집중 점검에 들어갔다. 김택형은 투구 시 집중적으로 고개를 드는 훈련을 했고, 최근 2차례 선발등판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구속보다 제구와 변화구에 중점을 뒀다.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바꿨으면 훨씬 좋았을 텐데, 그래도 보름 만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만족스러워했다.


● 조상우의 성공가도 따라가나?

‘필승조’로 거듭난 조상우도 1년 전 같은 길을 걸었다. 2013년 대전고를 졸업하고 넥센의 1차 지명을 받았지만 제구력이 엉망이었다. 시속 150km 넘나드는 강속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투구동작을 마칠 때까지 포수 미트를 바라보는 훈련을 반복했고, 지난해 여름 무릎 부상을 딛고 돌아와 필승조의 일원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넥센은 조상우의 전례를 따라 김택형의 성공을 확신했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버릇을 고쳐가고 있다. 겨우내 체중을 10kg 가까이 늘리면서 팀 내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투수가 됐다. 염 감독도 양현종과의 비교를 통해 동기를 부여해주려고 노력한다. 토종 ‘좌완 에이스’가 없었던 넥센에 첫 희망이 움트고 있다.

목동|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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