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저릿저릿한 록 음악에서 느껴지는 숭고함

입력 2015-06-19 18: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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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 내려갔지만 공연장의 누구도 소리내지 않았다.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인사하러 나올 때까지 박수 하나 치는 사람이 없었다. 그 곳엔 숭고함이 느껴지는 정적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일반 관객들도 “은혜 받고 돌아간다”고 하는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였기에 가능했던 게 아닐까 싶다.

전 세계 42개국 1억 5000만 명을 열광시킨 브로드웨이의 명작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이하’지크수’)가 2013년 이후 다시 한국 관객을 만난다. 지저스(Jesus·예수)가 죽기 전 7일간의 이야기를 논픽션과 픽션으로 풀어내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던 이 록 뮤지컬은 한층 도전적이고 과감해져 돌아왔다.

2년 전과 마찬가지로 꾸밈없고 깔끔한 사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극은 이야기와 음악에 초점을 맞춰 오리지널 버전의 면모를 살려냈다. 성경 속의 사건들을 충실히 표현해내면서 지저스는 하나님의 아들이자 33살 인간의 번뇌를 겪는 인물로, 은화 30냥에 예수를 판 배신자인 ‘유다’를 민족을 생각하는 인물로, 창녀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를 남성으로 사랑하는 인물로 표현됐다.

혹자가 “종교색을 띠면서도 가장 비종교적인 뮤지컬”이라고 표현하는 ‘지크수’는 과거 ‘신성모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명성이 지금까지 전해진 이유는 탄탄하게 채워진 이야기와 완성도 있는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안정감 있는 연기력 때문이다. 인간의 몸을 입고 세상에 온 ‘지저스’의 가장 인간적인 면모와 유다의 배신이 ‘지저스’의 마지막 의무를 다하기 위한 관문이었다는 파격적인 설정은 설득력이 느껴질 만큼 완벽한 구성으로 짜였다. 또한 인본주의의 유다와 신본주의의 지저스, 그들이 부딪히는 가치관과 “왜 그들은 깨닫지 못하는가”를 외치는 지저스의 애잔한 모습은 반감보다 회개의 마음이 들기까지 한다.

뭉클해지는 이야기 가운데 ‘록 스피릿’이 가득 담긴 음악은 통쾌함이 가득하다. “어렸을 적 록 마니아”였다는 이지나 연출가와 정재일 음악 감독의 시너지가 제대로 발휘해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한다.

지저스를 맡은 마이클 리는 명불허전의 실력을 뽐내며 무대를 장악한다. 지저스의 인간적인 면모부터 신의 아들로 사명을 다하는 내면연기는 관객들에게 없던 믿음도 생기게 하는 숭고함을 전달한다.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부르기 힘들다는 3옥타브 G코드의 ‘겟세마네(Gethsemane)’는 저릿저릿한 록 발성 가운데서 알 수 없는 은혜(?)가 느껴질 정도다.

새로운 유다로 합류한 최재림은 과연 올해의 ‘수퍼스타’다. ‘어쌔신(2012~2013)’이후 학업에 정진했던 최재림은 ‘지크수’로 날개를 펼 준비를 한 것 같다. ‘헤븐 온 데어 마인즈(Heaven on Their Minds)’와 ‘수퍼스타(Superstar)’ 등 중저음과 고음을 오가는 날카로운 샤우팅 창법으로 새로운 유다를 완성시킨 동시에 뮤지컬 배우 최재림을 재발견하게 했다. 전 세계 최초로 여배우로 ‘헤롯’역을 표현하는 김영주는 식민지 유대 땅의 왕으로서 화려하지만 식민지이기에 기를 펼 수 없는, 그래서 남자인지도 여자인지도 헷갈리는 ‘헤롯’ 캐릭터를 표현했다. 이지나 연출가의 과감했지만 부담 없는 연출이다. 9월 13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 문의 1577-3363.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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