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은의 사모곡 “어머니 마지막 순간을…”

입력 2015-06-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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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노경은. 스포츠동아DB

늘 힘이 돼주신 어머니 23일 별세
구단의 배려로 곁에서 임종 지켜

2012년 6월 17일. 두산 노경은(31·사진)의 어머니 전기순 씨가 처음으로 아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잠실구장을 찾았다. 2003년 두산에 입단한 뒤 10년간 늘 ‘유망주’로 불렸던 아들이 팀의 주축투수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시기였다. 아들은 관중석에 앉은 어머니의 얼굴을 보자 더 힘을 냈다. 결국 1808일 만에 선발승을 따내는 감격을 맛봤다. 경기 후에는 싱글벙글 웃으며 “어머니가 처음으로 날 보러 야구장에 오셨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투수가 되겠다”는 소감도 남겼다.

노경은에게는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하루였을 터. 그는 이듬해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힘들어서 여러 번 포기할 뻔도 하고 방황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어머니 얼굴이 떠올랐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을 때도 밖에 나가서 기죽을까봐 늘 좋은 옷 입혀 주시고, 좋은 운동화를 사주신 어머니였다. 늘 ‘우리 아들이 최고’라고 말씀하셨다”고 털어놓았다.

올해 초, 어머니는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쳐 병원을 찾았다가 더 큰 비보를 전해 들었다. 2년 전 건강검진 때 발견됐던 작은 종양이 아무래도 꺼림칙해 재검진을 받았더니, 유방암 4기라고 했다. 이미 손쓰기도 어려울 정도로 암세포가 퍼진 상태였다. 암흑 같은 상실감이 아들을 덮쳤다. 가슴 속의 슬픔을 애써 다독이며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잠시 작은 희망이나마 보이는 줄 알았다. 두산 관계자는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이제 어머니가 항암치료를 시작하셨다면서 웃어 보였다”고 기억했다. 그러나 기대도 잠시뿐. 병세는 급격하게 악화됐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22일 오후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노경은 선수 어머니가 위독하셔서 마지막 순간에 곁을 지키고 싶어 한다”는 전갈이었다. 김 감독도 한 어머니의 아들이다. 곧바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라고 지시했다. 어머니의 마지막 순간을 아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리고 그 이튿날인 23일, 어머니 전 씨는 끝내 눈을 감았다. 고인이 늘 ‘최고’라고 생각했던 한 투수의 곁에서 세상과 작별했다. 그 순간 아들의 모바일 메신저 상태 메시지에는 어머니의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엄마, 빨리 일어나서 아들 공 던지는 거 보러와.’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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