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4번으로 나선 11경기서 ‘7타점’ 맹타
지역언론 “앞으로 클린업 유지” 전망
이제 강정호(28) 없는 피츠버그 타선은 상상하기 어렵다. 강정호가 중심타선, 그것도 팀 타격의 기둥인 4번타자로서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정호는 9일(한국시간) PNC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홈경기에 4번 3루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2루타 1개)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지난달 26일 신시내티전 이후 12경기만의 멀티히트다. 시즌 타율도 0.259에서 0.263으로 올랐다. 무엇보다 2회말 첫 타석에서 중견수 쪽으로 안타를 때려낸 뒤 공이 굴절된 틈을 타 2루까지 내달리는 적극적 베이스러닝과 투지가 돋보였다. 피츠버그의 5연승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이었다.
강정호는 주전 4번타자인 스탈링 마르테와 주전 3루수 조시 해리슨이 부상으로 빠진 뒤 둘의 공백을 동시에 메우는 중책을 맡았다.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은 3경기 연속 강정호를 4번타자 겸 3루수로 낙점했다.
강정호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타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과시하며 일말의 우려를 씻어냈다. 피츠버그 전문 칼럼니스트인 봅 스미직은 이날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 “허들 감독은 4번 자리에 강정호를 선택했고, 강정호는 2경기에서 모두 결정적 안타를 날렸다. 앞으로도 클린업 역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넥센 시절부터 인정받았던 강정호의 담력은 메이저리그 4번타자 역할에 안성맞춤이다. 강정호는 올 시즌 4번으로 나선 11경기에서 타율 0.268(41타수 11안타)에 2루타 2개, 3루타 1개, 홈런 1개를 기록했다. 4번 타순에서 올린 7타점은 5번타자로 출전한 20경기에서 따낸 9타점에 육박한다. 여기에 한동안 침체됐던 타격감도 회복세로 돌아섰다. 최근 7경기 타율이 0.273까지 올라갔고, 4연속경기안타도 때려내고 있다.
팀 내에서 강정호의 존재감도 그만큼 더 커졌다. 현지 중계진은 한국에서 도착한 강정호의 택배에 ‘홈런볼’이라는 과자가 포함됐다는 사실을 알고 직접 과자를 클로즈업하며 소개할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이제 강정호는 더 위로 올라갈 일만 남았다. 그는 최근 피츠버그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경기에 나설수록 자신감이 생긴다. 부상 없이 매일 출장해 팀 승리에 더 도움이 되고 싶다”며 “시즌 초반에는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주변의 기대치가 높아 부담이 됐지만, 이제 스프링캠프 때보다 투수들의 공에 조금 더 익숙해졌기 때문에 확실히 여유가 생겼다”고 털어 놓았다. 또 “현재 성적에 만족하지 못한다. 기록에 집착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지금까지보다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