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미 “상금왕은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약속”

입력 2015-07-1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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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사진제공|데상트코리아

■ JLPGA 시즌 상금 1억엔 돌파

이보미를 만나다



“하반기에도 100점짜리 만들어야죠.”

이보미(27)가 활짝 웃으며 귀국했다. 2015년 시작과 함께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상금왕을 목표로 내걸었던 이보미는 6월28일 상반기 마지막 대회로 열린 어스 몬다민컵에서 시즌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순항 중이다. 2주 동안의 휴식기를 맞아 귀국한 그녀는 하반기 준비를 시작했다.






4개 대회 연속 2위 ‘준우승 징크스’ 우려
경기내용 휠씬 좋아서 믿음과 확신 가져
그리고 2번의 우승과 JLPGA 통산 10승
올핸 상금왕 목표로 일본투어에만 전념

● “2승 수확 100점 만점이죠.”

“100점 만점에 100점이죠.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적을 거뒀고 컨디션도 좋아요. 지금처럼만 하면 상금왕 가능할 것 같아요.”

이보미는 2015년을 시작하면서 ‘상금왕’이라는 확실한 목표를 정했다.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 하나는 지난해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약속이다. 생전에 아버지께 상금왕 트로피를 안겨드리지 못한 게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다. 나머지 하나는 자신과의 약속이다. 일본무대에서 정상에 오르고 나면 그때부터는 조금 더 여유로운 투어생활을 꿈꾸고 있다.

출발이 좋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동계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이보미는 3월 개막전인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에서 공동 5위에 오르며 안정된 출발을 보였다. 이보미도 기대가 컸다.

그런데 분위기와 달리 우승은 쉽게 오지 않았다. 4번째 대회인 악사 레이디스 준우승에 이어 야마하 레이디스오픈, KKT 반텐린 레이디스오픈, 후지산케이 레이디스오픈까지 4개 대회 연속 2위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5월 첫 메이저대회였던 살롱파스컵 월드레이디스에서는 전인지(21·하이트진로)와 우승 경쟁을 펼치다 결국 3위로 끝내고 말았다.

“그때만 해도 ‘이러다가 올해 우승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불안하기도 했다. 한 번도 아니고 4번씩이나 연속해서 2위를 하다보니 조금씩 불길한 생각도 들었다.”

불길함을 떨쳐낸 건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이보미는 “우승은 못했지만 경기 내용 면에서는 지난해보다 훨씬 좋아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있었고 ‘조금만 더 기다리면 우승할 수 있겠지’라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고 말했다.

희한하게도 우승은 곧바로 이어졌다. 살롱파스컵 월드레이디스에 이어 펼쳐진 호켄노마도구치 챔피언십에서 기다렸던 첫 우승이 터졌다. 첫날 3위로 출발한 이보미는 2라운드에서 2위, 최종라운드에서는 리더보드 가장 높은 자리에 이름을 올리며 역전우승으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그리고 상반기 마지막 대회인 어스 몬다민컵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마음의 짐을 털어냈다. 이보미는 이 우승으로 JLPGA투어 통산 10승째를 기록했고, 올 시즌 상금도 1억엔(1억318만엔)을 돌파했다.


● “상금왕 이룬 뒤 새로운 무대 가볼 것”

JLPGA투어는 17일 시작하는 사만사 타바사 레이디스 토너먼트까지 2주 동안의 휴식기에 들어갔다. 시즌 내내 숨 가쁘게 달려오면서 지쳐있었던 이보미에겐 천금같은 시간이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가장 먼저 강원도 춘천으로 달려갔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쉬고 계신 곳이다. 2개의 우승트로피를 들고 온 이보미는 다음에 올 때는 꼭 상금왕 트로피를 안겨드릴 것을 약속했다.

그동안 해보지 못한 일도 하고 싶었다. 그 중 하나가 늦잠이다. 매주 대회에 출전해야 하는 골프선수는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한다. 그래서 늘 잠이 부족하다. 그런데 쉬는 것도 마음 같지는 않았다.

“잠을 실컷 자고 싶었어요. 그런데 늦잠 자는 것도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요. 남들처럼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싶었는데 어색하기도 하고 왠지 불안한 마음도 드는 게 9시만 되면 눈이 떠지네요. 어쩔 수 없나 봐요.”

그래도 일주일 동안은 아무 생각 없이 푹 쉬기만 했다. 친구도 만나고 얼마 전 문을 연 동생의 미용실에 나가서 언니, 동생과 함께 수다를 떨기도 했다. 하지만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쪽에선 골프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결국 일주일 만에 다시 클럽을 잡았다. 이보미는 스승 조범수 코치가 있는 경기도 용인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하반기를 준비했다.

이보미는 “집에 올 때는 2주 동안 푹 쉴 생각이었죠. 그런데 일주일 만에 다시 골프채를 잡게 되더라고요. 쉬는 것보다 연습하고 라운드 할 때 마음이 더 편해지네요”라며 웃었다.

이보미가 올 시즌 상금왕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다. 정상에 오른 뒤엔 조금 더 편안한 투어생활을 계획하고 있다.

“가끔 ‘US여자오픈에는 왜 나가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아요. 저도 나가고 싶죠. 그런데 올해는 상금왕이라는 목표를 정해둔 만큼 일본투어에 전념하고 싶어요. 미국 LPGA투어에 갔다 오면 1∼2주 정도 컨디션을 회복해야 하고 그러다보면 다음 대회에 영향을 주기에 그것보다는 차라리 목표를 이룬 뒤 좀더 편안한 마음으로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고 싶어요. 올해는 마지막까지 상금왕을 향해 달려가고 싶어요.”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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