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끼기 논란? ‘장르의 유사성’이라는 방패

입력 2015-07-10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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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절 시비에 자유로운 TV예능…왜?

예능프로 특성상 독창성 요구 어려워
새로운 장치 추가 땐 발전된 포맷 인정

최근 인기 중심에 있는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 시청자 게시판에 한 누리꾼은 “곧 다른 방송사가 베끼겠군!”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동안 한 예능프로그램이 화제를 모은 뒤 곧이어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잇따라 생겨난 상황을 비꼰 것이다.

지난해 케이블채널 tvN ‘꽃보다 할배’가 소위 ‘대박’을 치자 KBS 2TV는 할머니들이 여행을 떠난다는 콘셉트의 ‘마마도’를 만들어 비난을 받았다. 당시 시청자는 ‘꽃보다 할매’라고 비아냥 거렸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 성공 이후 연예인 아빠의 육아기를 다룬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오 마이 베이비’ 등도 줄줄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표절 논란과는 거리가 있었다. 표절의 수위를 교묘하게 비껴가며 후발주자로 나선 프로그램 제작진이 “절대 베끼기가 아니다”고 주장하면 끝이었다. 그렇다면 왜, 예능프로그램은 표절 시비에서 ‘자유로운’ 것일까.

‘아류작’이라는 꼬리표로 비난을 받지만 인기 프로그램의 포맷에 새로운 장치를 추가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더 발전된 포맷으로 인정받는다. ‘장르의 유사성’이라는 그럴듯한 방패도 만들어진다. 또 예능프로그램 특성상 독창성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대기도 어려워 표절 시비로까지는 번지지 않고 있다. 비슷한 포맷이라고 해도 출연자 개개인의 특색에 따라 프로그램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한 예능프로그램 관계자는 “베끼기는 해묵은 논쟁거리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 예능프로그램의 포맷을 그대로 가져다 쓰기도 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특성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쏠림 현상이 심한 것이 문제지만, 창의성이나 개성이 점점 없어지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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