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 ‘너를 기억해’ 표절 논란…왜?

입력 2015-07-10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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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작가 지망생, 아이디어 도용 주장
제작사 “전개 가능한 설정일 뿐”반박
표절 기준 모호…‘당사자만 아는 진실’


일부 드라마와 영화를 둘러싸고 표절이나 아이디어 도용 혹은 설정의 유사성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관련 논란을 전부 ‘표절’이라 규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관련 의혹이 잇따라 논란을 모은다는 점 자체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 관련 논란에 휘말린 작품은 KBS 2TV 월화드라마 ‘너를 기억해’와 영화 ‘국제시장’이다. 두 작품이 방송되거나 개봉하기 전, 이미 비슷한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유사성 문제를 제기했다.

‘국제시장’이 자신의 시나리오 ‘차붐!’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김창의씨는 현재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억울함을 풀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감독 지망생인 그는 2009년 한국콘텐츠진흥원 기획창작아카데미를 수료하며 ‘차붐’을 졸업 작품으로 냈다.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을 파독광부로 설정해 그의 눈으로 보는 현대사의 일부를 그린 이야기다. 김씨는 이를 같은 해 CJ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영화 제안 접수’에도 제출했다. 김씨는 기획창작아카데미 강사 중 일부는 CJ엔터테인먼트 직원이었다고 강조했다.

김씨와 ‘국제시장’의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및 제작사 JK필름은 저작권 침해 의혹과 관련해 올해 3∼4월 콘텐츠진흥원 산하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을 받았다. CJ와 JK필름은 저작권을 침해한 사실이 없다며 위원회가 제안한 조정안을 거부했다.

CJ는 파독 광부 설정이나 현대사 표현은 누구나 구상할 수 있는 아이디어라고 말한다. CJ 측 법무법인 신원은 “동일한 역사적 시대 및 등장인물의 직업은 창작적 표현으로 인정될 수 없는 전형적이고 보편적인 설정”이라고 밝혔다. JK필름 길영민 대표 역시 “이산가족이나 파독광부 아이디어를 오래 전부터 구상해 2010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김씨는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버리지 않고 있다.


‘너를 기억해’는 방송 첫 회부터 아이디어 도용 논란에 휘말린 경우다.

자신을 작가 지망생이라고 밝힌 정모씨는 6월23일 드라마 홈페이지에 “작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CJ E&M을 비롯해 타 방송사 드라마 공모전에 제출한 작품과 비슷하다”는 글을 남겼다. 그가 지목한 유사성은 드라마의 ▲부모 중 한 명이 유명 프로파일러라는 점 ▲첫째 아들의 잠재적 살인자 가능성 ▲어린 시절 아들을 집 지하방에 거두는 설정 등이다.

제작진의 입장은 다르다. KBS 정성효 책임프로듀서는 “최근 장르 드라마가 늘어나면서 프로파일러나 소시오패스 소재가 넘쳐난다”며 “일반적으로 전개 가능한 설정이고 도용이라고 하기엔 주장이 너무 추상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너를 기억해’의 제작사가 CJ E&M이란 점은 여전히 관련 논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정씨는 지난해 3월 CJ E&M 드라마 공모전에 자신의 작품을 제출했다고 말한다. ‘너를 기억해’를 집필 중인 권기영 작가는 CJ E&M과 계약을 맺고 이 드라마를 준비해왔다.

저작권 침해와 아이디어 도용 의혹을 제기한 이들이 기성 감독이나 작가가 아닌 ‘지망생’이라는 사실 역시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한 드라마의 기획프로듀서는 “드라마 작가지망생 가운데에는 비슷한 피해를 당해도 혹시 모를 불이익 때문에 입을 다무는 경우가 있다”고 짚었다.

문화관광부는 ‘영화 및 음악 표절 방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유하고 있지만 이미 아이디어까지 표절의 범주에 포함하는 미국과 유럽 등과 달리 한국에선 아직 표절 여부를 판가름할 법적 기준도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끊이지 않는 논란은 오로지 당사자들만이 아는 ‘진실’로만 남을 뿐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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