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재인 ‘더 스무드하게, 보다 리퀴드하게’

입력 2015-07-15 07: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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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인, 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장재인을 보면 솔직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단순히 투병생활로 인한 동정심 때문은 아니다. 전도유망한 여가수가 불의의 병마로 인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오랫동안 활동을 쉬어야했고, 그만큼 그녀의 음악을 들을 기회가 사라졌다는 점이 그렇다.

하지만 그 시간이 꼭 헛되게 흘러간 것은 아니다. 이 시간동안 장재인은 다양한 모습을 보고 듣고 겪으며, 물 흐르듯 서서히 또 자연스럽게 자신의 음악에 투영해갔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장재인의 새로운 음악을 담아낸 첫 결과물이 ‘Liquid(리퀴드)’이다.

실제 ‘리퀴드’의 수록곡들은 과거 장재인의 음악들과 조금은 다른 색을 들려준다. 한층 부드럽고 여유가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또 가볍지는 않은 느낌이다. 음악 그 자체에 스스로의 ‘삶’의 일부가 담겨있는 느낌이다.

“데뷔하고 여러 가지를 겪으면서 원래 꿈꾸던 소망이 많이 없어졌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이루어졌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은 어디로 가든지 상관없다. 그냥 즐겁게 하고 싶다”라는 그녀의 ‘리퀴드스러운’ 말은 이와 같은 생각을 확신으로 바꿔주었다.

물론 이번 ‘리퀴드’는 장재인 혼자 도맡아서 만든 앨범은 아니다. 하지만 장재인은 모든 곡의 작사가로 참여하며 노래가 주는 메시지와 의미를 전달하는데 주력했고, 여기에 대단히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장재인, 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장재인은 “작사와 작곡 둘 다 재미있다. 그래도 정말로 짜릿한 건 내가 하는 게 어떤 크레이티브한 일 일 때이다. (그럴 때)희열을 느낀다. 이번 앨범도 그렇다”라고 밝혔다.

이어 “결과물이 멋있으면 내가 다 하지 않아도 좋다. 그런데 직접 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어서 앞으로 (작곡과 작사를) 다 해나가야 할 마음은 있는데, 지금 하려고 하진 않는다. 음악을 할 수 있는 날은 기니까”라며 조급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다른 사람의 곡에 가사를 붙이다보니 음악적으로 장재인 본인이 원하던 방향이 아닐 수도 있다는 우려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장재인은 이를 일방적인 작업이 아닌 하나의 협업의 개념으로 생각했다.

장재인은 “이번 앨범은 협업이라고 생각한다. 타인들이 본 나의 모습을 많이 생각했다. 그 분들이 날 보고 (곡을)써주는 거니까. 나를 찾아가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니까 그것도 재미있더라”라고 곡에 대한 불만은 없음을 밝혔다.

오히려 이번 앨범은 장재인 스스로에게도 만족감이 큰 앨범이다.

장재인은 “완성도가 높고, 특히 가사 만족도가 크다. 나만의 이야기인 동시에 보편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재기발랄할까’ 계속 이런 생각을 했고, 정말 재미있게 나오더라”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장재인, 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이어 “한 문장이 주는 힘이 얼마나 강하냐면, 가사를 듣고 ‘장재인과 관련된 연애담?’이라며 상상의 나래를 막 피지 않나. 이런 상상을 하면서 노래를 더 듣게 되는 것 같다”며 “또 그 연애담이 한번의 연애이야기가 아니라 몇 번의 여러 명의 이야기가 융합이 된다. 분명 나는 나의 경험을 가지고 쓴 거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인데, 이게 사람들과 많은 소통을 하면서 융합이 되다보니 많은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라고 이유를 덧붙였다.

더불어 윤종신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윤종신 프로듀서는 내가 직접 콘택트를 했다. 스스로 협업을 한번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며 “그리고 정말 시간은 길다. 이번에는 협업도 할 수 있고, 다음엔 1부터 100까지 혼자 다 할 수도 있고, 다음번엔 또 50:50으로 할 수도 있고... 그래서 (윤종신과 협업은)새로운 경험이었고 재미있었다”라고 흡족해했다.

그렇다면 장재인 스스로 가장 마음에 드는 노래는 어떤 곡일까. 장재인은 “그때그때 달라져서 꼽기 힙들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에 ‘리퀴드’ 수록곡 중 그 은근한 표현으로 화제가 된 ‘그거’가 인기가 많은 것 같다고 묻자 장재인 역시 “그런 것 같다”라고 수긍했다.

이어 “여성분들이 많이 좋아하더라. 또 요즘 공연하면서 느끼는데, 사운드가 행복하고 아름답다. 그러다보니 나도 부르면서 행복하고 또 그런 게 내 목소리와 잘 맞는 것 같다”며 “가사도 잘 다루지 않는 주제지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은 것 같다. 중의적이면서 조금 은근하게... 재미있게 잘 쓴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장재인의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정확히는 창법의 변화라고 해야 하지만) 데뷔 초와 비교하면 지금 장재인의 목소리는 상당히 달라진 구석이 있다.

장재인은 “초창기와는 많이 변했다. 일단 더 디테일한 부분이 생겼을 거고, 창법 자체도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락킹했다면 지금은 여유 있게 하는 것 같다. 컨트리 음악이나 재즈 음악 보컬 같은 느낌이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런 창법의 변화가 이제 특정한 장르만을 고집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리퀴드’한 장재인은 어디로든지, 어떤 모습으로든지 흐르고 또 변할 수 있다.

이를 확인이라도 시켜주듯이 장재인은 “포크나 어쿠스틱도 계속 해볼 생각이지만, 나는 조금 더 락에 베이스를 둔 아이다. 그래서 나중엔 조금 더 락킹한 노래들을 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장재인, 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g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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