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전창진 감독 공범들 통화때만 대포폰 사용”

입력 2015-07-2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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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부경찰서 김성운 형사과장이 21일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남자프로농구 KGC 전창진 감독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경찰은 전 감독에 대해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으로 22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스포츠동아DB

■ 경찰, 혐의 입증 자신하는 이유

2월 20일·27일·3월1일 경기 전 집중 통화
부적절한 경기 운영 등 승부조작 정황 포착

서울 중부경찰서는 21일 “불법 스포츠 도박 및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남자프로농구 KGC 전창진(52) 감독에 대해 22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라며 그간의 수사 내용을 밝혔다.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농구계에선 ‘경찰이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전 감독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 혐의 입증의 결정적 증거 ‘대포폰’


경찰에 따르면, 전 감독은 사채업자 장모 씨에게 3억원을 빌려 지인에게 소개받은 김모 씨와 윤모 씨를 통해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에 베팅했다. 김 씨와 윤 씨는 전 감독의 지시를 받고 2월 2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K-kt전에서 ‘kt가 6.5점차 이상으로 SK에 패한다’는 쪽에 베팅했다. 이날 kt는 SK에 60-75로 패했다. 1.9배의 고배당이 걸린 베팅에서 이들은 5억7000만원을 땄다. 이들은 2월 27일 kt-오리온스전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베팅에 나섰다. 김 씨는 3억8000만원, 윤 씨는 1억9000만원을 걸었다. kt는 75-80으로 졌는데, 점수차가 5점에 그쳐 이들은 베팅한 돈을 모두 잃고 말았다.

경찰은 전 감독이 대리인을 통해 경기정보 제공과 베팅 지시를 한 정황을 포착했다. 전 감독은 타인 명의로 된 휴대전화(대포폰)로 베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전 감독은 현재 구속된 공범으로부터 타인 명의 대포폰을 전달받아 2월 6일부터 3월 1일까지 사용했으며 3월 2일 이를 다시 강모 씨에게 전달했다. 전 감독이 사용한 대포폰은 3월 2일부로 처분됐다.

중부경찰서 김성운 형사과장은 “(경찰 소환 조사 때) 전 감독이 ‘대포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부인했으나, 대포폰 기지국 접속 내역과 통화내역을 들이밀자 결국 시인했다”고 말했다. 또 “전 감독은 공범들과의 통화에만 대포폰을 사용했으며 이들과의 통화는 2월 20일, 27일, 3월 1일 경기 이전 며칠간 집중됐다”고 덧붙였다.


● 적절하지 않았던 경기 운영


경찰은 전 감독의 경기 운영에 있어서도 승부조작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프로농구 감독 출신의 농구 전문가들을 섭외해 승부조작 의심 경기를 분석해왔다. 경찰은 “전 감독은 주전 선수들을 평균 출전시간보다 적게 출전시키고 당일 컨디션이 좋고 경기력이 좋은 선수를 후보 선수와 교체하는 방법, 14점을 앞서다가 득점 없이 역전 당하는 순간까지도 작전타임을 부르지 않는 방법 등 속임수를 사용해 공정한 경기 실행을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2013년 강동희 전 동부 감독의 판례를 들며 혐의 입증을 자신했다. “법원은 ‘구 국민체육진흥법 제47조에 있어서 속임수라 함은 해당 운동경기의 감독이 적극적 사술 행위를 쓰는 경우뿐만 아니라, 대가관계와 연결시켜 상대팀에 져주기 위해 후보선수 등을 기용하거나 시기에 맞는 적절한 작전을 일부러 펼치지 않는 등의 소극적이거나 외견상 재량범위 내의 행위까지 포함한다’고 판시한다”고 전했다. 이어 “본 건은 프로농구 감독이 본인 소속팀의 경기에 대리 베팅을 한 후 패배를 시도한 사안으로, 베팅을 통해 금전적 이득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위 판례에서 판시하는 ‘속임수’의 동기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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