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시청자와 방송 관계자 모두가 입을 모아 칭찬하는 몇 안되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다. 그동안 지상파 혹은 케이블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이너로 분류됐던 인터넷 방송을 지상파 콘텐츠와 연결시킨 것은 물론이고, 트렌드에 맞춘 기발한 CG와 자막으로 인해 순식간에 MBC 예능국이 낳은 기린아로 성장했다.
이같은 화제성에 힘입어 시청률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4월 25일 첫 방송 당시 5.8%(닐슨 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한 '마리텔'은 지난 6월 10%의 수치를 나타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최근 한달 간에는 꾸준히 8%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마리텔'이 마냥 샴페인을 터뜨릴 상황은 아니다. 인터넷 방송을 모티브로 한 프로그램이다보니 시청자(혹은 누리꾼)들과의 양방향 소통이 필수적이지만 일부 수준 낮은 이용자들의 생트집이 출연자들에게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리텔'은 구성상 출연자가 전달하는 정보와 이를 받아들이는 이용자들이 채팅으로 나타내는 피드백으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이용자들의 호평과 악평이 방송 분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최근 가장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백종원 방의 경우 일부 이용자들이 가정사로 악의적인 글을 올리거나 집중력이 요구되는 순간에 일부러 맥을 끊을 경우 이 방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방송에 쓸 수 없는 자원이 되고 만다.
또한 백종원을 제외한 다른 출연자들 역시 열심히 준비한 방의 주제나 콘셉트에 일방적인 비판을 받으면 맥이 풀리면서 '마리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침체에 빠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정화되지 않는 '마리텔' 채팅방의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경우 기존 출연진의 하차는 물론 새로운 출연진의 섭외 난항이라는 최악의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이같은 '마리텔' 채팅방의 문제점은 파일럿 때부터 지적 되어온 사안이다. 그러나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 숨을 수 있는 인터넷의 특성상 제작진은 이용자들이 알아서 자제해주길 바랄 수 밖에 없다.
이에 박진경 PD는 SNS를 통해 다시 한 번 채팅방 이용자들에게 당부의 글을 올렸다. 그는 "악의로 똘똘 뭉친 이야기를 건네는 분들께 부탁드린다. 비록 모니터 너머에서 참여하고 있지만 실제 스튜디오에 나와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감사하겠다"면서 "출연자들이 정신을 무장하고 녹화를 진행해도 카메라 앞에서 실시간으로 악플과 마주했을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말해 상황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하게 했다.
'마리텔' 속 동심과 추억을 자극했던 종이접기 아저씨의 말처럼 채팅방 이용자들도 이제 어른이다. 예전에 하기 어려웠던 종이접기를 이제 척척 해낼 수 있는 것처럼 채팅방도 좀 더 성숙하고 깨끗하게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진제공=MBC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