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몇년째 같은 투수…육성 없는 롯데의 현실

입력 2015-08-0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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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마운드는 마지막 포스트시즌이었던 2012년과 견줘 다를 게 없다. 주축 선수들은 30대 중반 이상의 고참들로 짜여져 있고, 그나마 뛰고 있는 젊은 피는 외부에서 수혈해온 선수다. 정책적으로 성장·발전시킨 투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염종석 투수코치(가운데)가 마운드에 선 송승준(오른쪽)을 다독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육성 투수 전무…마운드 노화·정체 심각
외부 영입 한계…육성 시스템 개혁 절실

“3∼4년 전, 그때 그 투수들을 데리고 하고 있다.”

롯데 마운드를 본 한 야구인의 지적. 정확하다. 롯데가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2012년과 지금, 마운드 구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그때가 나았다. 같은 자리에 있는 투수들 모두 나이를 먹었다.


● 롯데 마운드, 코칭스태프만의 책임일까?


올 시즌 롯데의 추락을 보면서 대부분의 이들이 ‘마운드 붕괴’를 이유로 꼽는다. 주축 타자들의 크고 작은 부상이 있었지만, 롯데는 수준급 타선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투수 쪽은 상황이 다르다. 확실한 4∼5선발 없이 시즌에 들어갔고, 기존 투수들로 꾸려온 불펜도 끊임없는 보직변경을 겪었다.

‘임기응변’ 식의 마운드 운용을 한 코칭스태프도 책임이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엔 선뜻 답을 할 수가 없다. 그동안 구단은 미래를 보는 시선에 인색했고, 눈앞의 성적에만 급급했다.

롯데의 주축 투수들을 보면, 정대현(37) 이정민(36) 송승준 정재훈(이상 35) 강영식 김성배 김승회(이상 34) 이명우(33)까지 30대 중반 이상의 고참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몇몇 선수들이 팀을 떠났지만, 비슷한 선수들이 다시 들어오는 등 2012년과 크게 구성이 다르지 않다. 이종운 감독 앞에 놓인 카드는 양승호, 김시진 두 전임 사령탑과 똑같았다.

선수가 나이를 안 먹는다면 모르겠지만, 세월 앞에 장사는 없다. 선발진에 박세웅(20), 불펜진에 홍성민(26) 이성민(25)만이 ‘젊은 피’다. 그나마 박세웅과 이성민은 올 시즌 kt와의 5대4 트레이드로 영입했고, 홍성민은 2013시즌을 앞두고 FA(프리에이전트) 김주찬의 보상선수로 KIA에서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 정책적 육성 필요, 롯데의 개혁 의지는?

정작 안에서 키운 투수는 전무하다. 상황이 이렇다면, 선수를 선발하고 키우는 스카우트와 육성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30대 투수들을 봐도 정대현(전 SK), 정재훈 김성배 김승회(이상 전 두산)는 외부에서 수혈했다. 또한 최근 드래프트 상위 순번으로 뽑은 선수들은 1군으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롯데는 1군에서 젊은 투수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타 구단에서는 추격조라도 1군에서 경험을 주면서 선수를 ‘정책적’으로 육성한다. 이렇게 해도 1군 투수를 한 명 얻기 힘들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 아무리 방망이를 잘 쳐도 그만큼 점수를 주면 이길 수 없다. 롯데가 이런 식으로 구단을 운영한다면, ‘암흑기’가 오래 갈지도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확실한 방향성이 필요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전임 집행부와 달리, 지난해 폐쇄회로(CC)TV 사찰 사건 이후 부임한 새 집행부의 ‘개혁 의지’가 크다는 점이다. 이창원 사장과 이윤원 단장 모두 ‘새로운 자이언츠’를 꿈꾼다. 이종운 감독 역시 후반기에 영건 구승민(25)과 김원중(22)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다.

울산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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