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18.44m] 김용희 감독의 ‘시스템 야구’ 틀 깨기

입력 2015-08-0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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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용희 감독. 스포츠동아DB

브라운 1번·박정권 2번 파격 기용
‘가을야구 중요성’인식 변화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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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컵스 조 매든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창의적인 감독으로 꼽힌다. 2008년 탬파베이를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으로 이끌 때부터 매든은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전술을 곧잘 썼다. 내셔널리그(NL) 컵스로 옮겨서도 당연히 9번을 치는 줄만 알았던 투수를 8번에 배치했다. 일본의 스포츠전문지 ‘넘버’에 따르면 토니 라루사 전 세인트루이스 감독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한다. 루키 타자 애디슨 러셀의 타격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고의4구를 최소화할 수 있는 투수 다음 타석에 둔 것이 목적이다. 또 컵스의 주포이자 출루율 4할대 앤서니 리조를 4번이 아니라 3번에 곧잘 넣는다. 장타력을 갖춘 대형신인 크리스 브라이언트가 리조 앞 타자로 활용된다. 리조가 3번이면 브라이언트가 2번으로 가는 것이다. 컵스는 5일(한국시간)까지 58승47패를 기록해 2008년 이후 7년 만의 가을야구에 도전하고 있다.


# SK 김용희 감독은 지난주 외국인타자 앤드류 브라운을 1번타자로 기용했다. 이어 박정권을 2번타자로 넣는 파격의 연속을 보여줬다. 브라운은 SK 홈런 1위(20개)다. 그러나 득점권타율이 약하고 특히 4번에 들어갈 때 취약(타율 0.254)했다. 박정권은 전반기 타율이 0.261에 그쳐 4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2군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2번에 포진한 뒤 성적은 4일까지 타율 0.529(17타수 9안타) 3홈런이다. 반면 브라운은 1번에서 타율 0.231(14타수 3안타)로 효과를 보진 못했다.


# 결과를 떠나 김 감독이 뭔가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전반기와 다른 행보다. 김 감독은 현역 감독 중 유독 안정을 지향한다. 선수가 맘 편하게 야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만 무기력하고 밋밋한 야구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전반기 유일한 보직 변경은 정우람의 마무리 전환이 거의 유일했다. 엔트리 변화도 최소화했다. 야구계에서는 “김 감독이 승부처를 못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왔다. 이런 김 감독이 후반기 “반드시 승리”를 외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시스템야구라는 프레임에 갇혀 자기 말에 자기가 묶인다’는 지적에서도 초연하려 애쓰는 듯하다. 김 감독은 “좋은 팀을 물려주는 것이 내 목표”라는 말을 임기 초반 곧잘 했다. 그러나 지금은 ‘가을야구를 못하면 SK 구성원 모두가 불행해진다’는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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