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장기집권 삼성의 힘은 ‘軍테크’

입력 2015-08-0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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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구자욱이 방망이로 사격자세를 취하며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구자욱은 군복무부터 마친 뒤 팀에 복귀해 올 시즌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배영섭 군 보내고 박해민·박찬도 키우고…
고졸 유망주 박석민·구자욱은 조기 입대
이상적인 순환…류중일 “구단 계획 덕분”

삼성은 1999년 시즌 종료 후 한국프로야구사상 첫 프리에이전트(FA) 이강철(현 넥센 수석코치)과 김동수(현 LG 퓨처스 감독)를 영입했다. 앞서 김기태를 쌍방울에서, 임창용을 해태에서 트레이드하는 등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선수 싹쓸이를 벤치마킹한 듯 공격적인 투자로 리그를 뒤흔들었다. 대대적인 전력강화로 2002년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성과를 얻었지만 “돈으로 모든 것을 이뤘다”는 비아냥거림, ‘돈성’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었다.

삼성은 2005년 심정수 박진만을 끝으로 단 한 명의 외부 FA도 영입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외부 FA가 모두 팀을 떠난 2011시즌 이후 4년 연속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이라는 금자탑도 쌓았다. 치밀한 계획 하에 이뤄진 선수 육성이 빛을 발했는데, 그 중 ‘군테크’는 타 구단이 가장 부러워하는 효율적인 투자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9월에 배영섭(경찰야구단)이 전역한다. 바로 엔트리에 넣을까말까 고민 중이다. 내가 좋아하는 오른손타자 리드오프 아니냐. 들어오면 포스트시즌에서 쏠쏠한 활약을 할 것 같은데, 기존 멤버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어야 할지, 시즌 종료 후 열리는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 관리도 신경을 써야 할지, 여러 가지로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류 감독의 행복한 고민은 또 있다. 베테랑 외야수 박한이가 부상에서 회복돼 복귀 시동을 걸었다. 이미 병역을 마친 22세 구자욱도 외야수다. 리그 정상급 거포 최형우와 수비와 주력이 톱클래스인 박해민도 있다. 류 감독은 “이게 다 구단이 제때 계획을 잘 세워서 선수들을 군에 입대시킨 덕분이다. 행복한 고민은 언제든지 환영이다”고 웃었다.

삼성은 박세웅(롯데)보다 지명 순서가 앞섰던 미래 에이스 후보 이수민도 일찌감치 군에 보냈다. 배영섭과 함께 내야수 정병곤, 포수 김민수도 군복무 중이다. 이들은 상무와 경찰에서 충분히 경기를 뛰며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배영섭은 2013년까지 리그 정상급 선수로 올라섰지만 대체 자원에 자신감을 가진 구단은 망설임 없이 입대시켰다. 그 사이 박해민과 박찬도가 급성장했다. 배영섭이 없었기 때문에 충분히 1군 경기를 뛸 수 있었다. 다시 배영섭이 돌아오면 둘 중 한명이 입대해서 가장 이상적인 선순환 구조가 연이어 이뤄질 전망이다. 박석민, 구자욱 등은 팀 내 최고 고졸 유망주였다. 그러나 2∼3년차 때 모두 입대시키며 미래를 대비했고 군복무에 대한 부담을 덜고 최고의 전력으로 성장했다.

모두 조기입대시키는 것은 아니다. 김상수와 차우찬의 경우 2014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에 자신감을 갖고 기다렸다. 조동찬은 부상 등으로 시점을 미루다 역시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혀 병역 특례를 받았다. 류 감독은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상무와 경찰이 원하는 선수가 누구인지가 중요하다. 경쟁이 치열한데 자칫 떨어지면 낭패다. 포지션 순환도 잘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한화는 2010년 송광민이 시즌 중에 입대 영장을 받는 등 병역 관리를 하지 못해 전력적으로 큰 손실을 겪어야 했다. KIA 역시 선동열 감독 시절 병역 계획 수립이 어긋나 김선빈, 안치홍이 지난 시즌 후 동반 입대했다. 팀 전력을 극대화하는 삼성의 군테크는 수십 억 원이 투입되고 큰 리스크도 따르는 FA시장보다 훨씬 스마트한 운영이다.

수원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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