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칙의 할릴호지치 vs 뚝심의 슈틸리케

입력 2015-08-0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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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축구대표팀 할릴호지치 감독.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선발 물갈이 예고한 일본, 고작 5명 교체
슈틸리케, 8명 교체…고른 기용 약속 지켜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한국과 일본의 2015동아시안컵(1∼9일·중국 우한) 남자부 2차전이 열린 5일 우한스포츠센터 스타디움. 킥오프를 앞두고 발표된 양국의 출전 명단을 받아든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쓴웃음을 지었다. 한국 취재진도 함께 혀를 찼다.

화제가 된 건 일본 선수명단이었다. 북한과 대회 1차전에서 충격의 역전패를 당한 일본의 바히드 할릴호지치(63·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감독은 한일전을 앞두고 “북한전에서 뛰지 않은 선수들을 투입한다”며 대대적인 명단 교체를 시사했다. 산케이스포츠, 닛칸스포츠 등 일본 매체들도 “북한에 패해 우승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비주전급 멤버들이 대거 나설 것”이라며 큰 폭의 변화를 예상했다.

물론 이를 그대로 믿는 이는 많지 않았다. 결국 상대에게 혼란을 주기 위한 연막작전이란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필드 플레이어의 절반인 딱 5명을 바꿨다. 시바사키 가쿠, 후지타 나오유키, 고로기 신조, 구라타 슈, 오타 고스케 등이 새로 나섰다. 현장의 일본 기자들조차 “우리도 속았다”는 묘한 기류를 연출했다.

한국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반면 태극전사들을 이끈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은 확실히 약속을 지켰다. “선수단 모두에게 고루 출전 기회를 주겠다”고 밝힌 그는 부담스러운 라이벌전에서 무려 8명이나 1차전과 다른 명단을 들고 나왔다. 골키퍼 김승규(울산현대), 수비수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미드필더 장현수(광저우 푸리)만 남겨뒀다. “그래도 한일전인데, 설마 잘했던 선수들까지 죄다 바꾸겠느냐”는 조심스런 예상이 오히려 머쓱할 정도로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내용보다 결과가 훨씬 중요한 한일전에서조차 자신의 뚝심을 밀고 나간 슈틸리케 감독이었다.

우한(중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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