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갑용 “후배 포수들 잘해서 믿고 떠난다”

입력 2015-08-0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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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왕조를 열었던 진갑용(오른쪽)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진 못했다. 그러나 물러설 때를 아는 모습을 보여줬다. 진갑용이 삼성 한국시리즈 4연패의 시작점이 된 2011년 우승 확정 직후 오승환(현 한신)과 환호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19년 프로생활 은퇴하는 삼성 안방캡틴

6월 중순 2군 내려간 뒤부터 은퇴 계속 생각
2013년 한국시리즈 우승 가장 기억에 남아

“얼마나 좋노. 애들은 땡볕에 야구하는데 나는 앉아서 보면 되고.”

이런 게 19년 프로생활의 관록일까. ‘은퇴’라는 야구인생의 전환점 앞에서도 진갑용(41·삼성)은 변함없이 여유가 넘쳤다. 은퇴를 결심한 소감을 이야기하다 “이쯤에서 한 번 울면 좋은데 눈물이 안 난다”고 농담했고, 야구하는 아들의 반응을 묻자 “지금 워터파크에서 노느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를 것”이라고 장난쳤다. 심지어 자신의 은퇴 소식이 전해진 6일 오후, 하필이면 스마트폰이 물에 빠지는 사고까지 벌어졌단다. 그는 “전원을 켜 보니 100개가 넘는 문자 메시지가 도착한 것을 보고 그제야 내 은퇴가 발표됐다는 것을 알았다”며 싱긋 웃었다.

그러나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 해온 유니폼을 벗기가 어디 쉬웠을까. 진갑용은 6일 포항 SK전에 앞서 “사실 6월 중순에 2군에 내려간 뒤부터 계속 은퇴를 생각했다. 다시 올라가려고 준비는 했지만, 몸이 자꾸 아프니까 마음처럼 안 되더라”며 “만약 후배(이지영·이흥련)들이 못했다면 욕심을 내봤을 텐데, 워낙 잘 하고 있으니 나도 마음을 굳히고 구단에 내 생각을 전했다”고 털어 놓았다. 시즌 초 진갑용이 한 차례 은퇴 얘기를 꺼냈을 때 만류했던 구단도, 이번에는 베테랑 포수의 굳은 결심을 막지 못했다.


포수로서 한국 야구에 큰 족적을 남긴 진갑용이다. 삼성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하던 7번 가운데 6번(끝내기 홈런이 나온 2002년 제외)이나 그가 안방에서 마지막 공을 받았다. 그는 “우승 순간은 다 비슷하게 기뻤지만, 두산에게 지는 줄 알았다가 극적으로 이긴 2013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환희의 순간도 물려줘야 한다. 그는 “난 수비에 치중하느라 공격에는 큰 비중을 두지 못했다. 후배들은 이제 공격 쪽에서도 더 욕심을 많이 내서 공수를 모두 잘 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다치지 말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진갑용은 내년부터 선수 대신 지도자로 새롭게 출발한다. 그는 “올해를 마치면 해외 지도자 연수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 1년과 일본 1년이 될 것 같다”며 “좋은 감독님들 가운데 포수 출신이 많이 계시지 않나. 포수 경험이 지도자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는 당장 전력분석원으로 투입돼 현장 공부를 한다.

진갑용은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면서 다시 한번 좌중을 웃겼다. “선발투수 (장)원삼이에게 사인 내면 어쩌지.”

삼성 진갑용. 스포츠동아DB



● 삼성 진갑용은?

▲생년월일=1974년 5월 8일
▲출신교=부산 하단초∼초량중∼부산고∼고려대
▲키·몸무게=182cm·90kg(우투우타)
▲프로경력=1997년 OB 신인 2차 1번(전체 1순위) 입단∼1999년 7월 31일 삼성 이적(투수 이상훈과 트레이드)
▲2015년 연봉=2억5000만원
▲수상 및 특기사항=7회 한국시리즈 우승(삼성)
▲포수 골든글러브 3회 수상, 한국시리즈 10회 출전, 올스타전 10회 출전
▲국가대표 경력=1998방콕아시안게임 금메달,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6·2012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포항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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