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백상원이 ‘최강 삼성’에서 백업으로 사는 법

입력 2015-08-08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삼성 백상원.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저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삼성 내야수 백상원(27)은 주연보다 조연 역할에 익숙한 선수다. 1군 엔트리에 꾸준히 포함돼 있지만, 항상 그라운드보다 벤치에 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 그런 그가 6일과 7일 SK와의 포항 2연전에서는 당당히 ‘주인공’으로 빛을 발했다. 주전 유격수 김상수가 오른팔 이두근 통증으로 휴식을 취하면서 이틀 연속 9번타자 2루수로 선발출장했다. 확실한 활약으로 존재감도 뽐냈다. 백상원은 쑥스럽게 웃으며 “팀이 최근 페이스가 좋은데 내가 걸림돌이 될까봐 걱정을 했다. 힘을 보탤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삼성은 쟁쟁한 스타플레이어들이 즐비한 팀이다. 1군 선수들 평균 연봉이 10개 구단을 통틀어 가장 높다. 수 년 째 자신의 포지션을 공고히 지키고 있는 주전 선수들도 많다. 그런 팀에서 백업 선수로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몇 배로 더 막막한 일일지 모른다. 백상원은 “워낙 주전 멤버들이 훌륭하니까 나 같은 백업 선수들은 한번 나갔을 때 꼭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든다”면서 “그걸 이겨내야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늘 열심히 준비하면서 기다리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물론 늘 준비하고 기다리기만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백상원은 “솔직히 일주일, 열흘씩 경기에 못 나갈 때는 벤치에 앉아 있다가 문득 ‘나는 언제 나갈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팽팽한 승부에서 경기에 나설 때가 많지 않으니, 모처럼 주자를 앞에 두고 타석에 들어설 때면 긴장감도 그만큼 커진다. 그렇다고 투지마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병살은 절대 치지 말자’, ‘삼진도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그는 “결국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나 자신을 만드는 것 같다”며 “감독님들과 코치님들이 부족하다고 지적하시는 수비도 좀 더 발전시키려고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했다.

백상원은 포항에서의 이틀간 최선을 다해 ‘준비’해온 보람을 느꼈다. 이전까지 통산 6타점이 전부였던 그가 6일 경기에서 하루에만 3안타 4타점을 올렸다. 경기 종료 후 수훈선수로 방송 인터뷰까지 했는데, “너무 떨려서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지금 기억이 안 난다”며 웃었을 정도다. 7일에도 안타와 볼넷을 추가하면서 힘을 보탰다. 5회초 수비 때는 무사 1루서 SK 박계현의 안타성 타구를 넘어지면서 잡아내 선행주자를 아웃시키는 호수비도 해냈다. 백상원은 그렇게 조금씩 그림자 속에 묻혀 있던 자신의 역량을 그라운드에 꺼내 놓고 있다.

포항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