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위기에서 필승카드로, SK 켈리의 반전

입력 2015-08-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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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투수 켈리. 스포츠동아DB

대개 안 풀리는 팀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첫 번째로 꺼내드는 극약처방이 외국인선수 교체다. 그래도 안 되면 코칭스태프가 개편되고, 그 다음 수순은 감독 해임이다.

그런데 올 시즌 SK는 코칭스태프를 6월에 일부 물갈이했다. 외국인선수는 트래비스 밴와트가 타구에 맞아 팔이 부러져 크리스 세든으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문책성 교체가 없었다. 타자 앤드류 브라운과 투수 메릴 켈리는 이미 7월 24일 웨이버 공시 기간을 지나 2015시즌은 SK와 함께 끝까지 가는 것으로 확정됐다.

사실 내부적으로 SK는 브라운과 켈리의 거취를 놓고 전반기까지 고민이 없지 않았다. 투타의 물꼬를 터줄 강렬한 임팩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올 시즌 3년 만의 가을야구에 사활을 건 만큼 자금력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저런 이유로 믿고 가기로 했다. 특히 켈리는 밴와트가 불의의 부상으로 물러나며 대안부재론 속에 재신임을 받았다. 그런데 이런 고육지계가 후반기 들어 뜻밖의 대박으로 돌아오고 있다.

켈리의 후반기 성적은 7일까지 3경기 등판(21.2이닝)에 2승 방어율 1.66이다. 삼진을 17개 잡아내는 동안 볼넷은 불과 4개다. 전반기 방어율 4.32의 ‘평범한’ 투수가 극적으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6월 방어율이 7.92(1승4패)에 달할 때만 해도 민경삼 단장이 직접 미국까지 날아가 계약을 끌어낸 SK의 야심작은 실패인 줄 알았다. 그러나 7월 5경기에서 방어율 1.26(3승)의 믿기지 않는 반전을 끌어내더니 8월 5일 한화전에서도 8이닝 1실점의 시즌 최고투로 5위 경쟁에서 아주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켈리는 나이도 김광현과 동갑인 27살이다. SK가 동기부여가 강한 투수를 찾은 결과물이었다. 켈리의 최대장점은 9이닝 당 볼넷이 2.41개에 불과할 정도로 안정된 컨트롤과 땅볼유도능력(땅볼:뜬공 비율 1.70:1)에서 발생하는 이닝 소화능력이다. 119.2이닝을 던져 김광현(118.1이닝)과 더불어 SK의 이닝이터다. 7승 6패 방어율 3.84로 언뜻 썩 돋보이지 않는 성적 같지만 후반기부터 위력을 발하는 흔치 않은 성공 케이스다.

SK가 한화, KIA와 경쟁하는 5위 싸움에서 가장 믿을 구석이 ‘선발 원투펀치’다. 아직 나이가 어려 심리적 기복이 있는 것이 흠이지만 야구가 잘 되며 이제 자신감마저 붙고 있다. 지난해 후반기 대체선수로 들어와 9승(1패)을 따낸 밴와트의 ‘기적’이 이번에는 켈리에게 내리쬐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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