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달라진 공연문화…경호문화도 달라져야한다

입력 2015-08-20 09: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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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2015년 7월 열린 안산M밸리록페스티벌의 출연진으로 참가한 장기하는 3일 내내 안산에 머물며 다른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관람했고, 슬램을 하거나 목마를 타는 등 일반 관객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하지만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 안전업체의 한 직원은 장기하를 헹가래 치는 관객들을 진압하려 슬램존에 직접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장기하는 아티스트 팔찌가 뜯기고 경호원의 박치기를 맞은 관객은 안와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당했다.

결국 해당 업체의 대표는 직접 사과문을 게재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사례2>

2010년 4월 한강에서는 한 드라마의 야외촬영이 진행됐고, 제작진은 촬영장 일부 구역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하지만 날이 풀리기 시작한 봄의 저녁인 만큼 도보로 혹은 자전거로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많았고, 많은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가던 길을 멈추고 다른 코스로 발길을 돌려야했다.

이중 일부는 시민들은 ‘그냥 지나만 갈 것’이라며 이동의 허가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촬영장을 통제하던 직원과 자전거를 타던 중년 남성의 실랑이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이 남성은 “지금 당장 촬영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평소 지나던 길을 그냥 지나가겠다는 것인데, 마치 (나를)범죄자처럼 막아 세워서 기분이 나빴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사례3>

일본의 최대 페스티벌로 손꼽히는 섬머소닉은 2006년 메탈리카와 린킨파크, 뮤즈, 데프톤즈, 마이 케미컬 로맨스, 폴 아웃 보이 등 당대 가장 핫한 밴드들이 대거 출연하며 락 팬들에게는 역대급 라인업을 구성했다.

특히 헤비한 사운드의 밴드들이 많았던 만큼 이날 객석에서는 크고 작은 슬램존이 형성됐고, 바디 서핑을 타고 스테이지 앞까지 나가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찌는 듯한 더위에 과격한 슬램이 하루 종일 이어졌지만 안전요원들이 이를 말리거나 진압하는 모습은 없었다.

대신 이들은 무더위에 탈진 증세로 쓰러지는 사람들을 긴급 이송하거나 바디 서핑으로 스테이지 앞까지 떠밀려온 사람들을 안전하게 땅으로 내려놓는 일에 총력을 기울였다.


2015 안산M밸리록페스티벌 장기하, 사진|CJ E&M


국내 공연시장은 2013년 한 해 동안 약 6000억원을 넘어서며 10년 전에 비해 268%에 달하는 증가세를 보였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문화생활을 즐기면서 특유의 공연장 문화도 정착되어 가고 있지만 정작 공연장의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요원들이 달라진 공연문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방식으로 일관하고 있어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무대에 오르는 아티스트에 따라 슬램이나 모싱과 같은 과격한 신체 접촉이 발생할 수 있는 콘서트의 경우 이러한 마찰은 더욱 심해진다.

<사례1>의 경우가 대표적으로, 이 일로 인해 부상을 당한 관객은 물론이고 안전업체, 주최 측인 CJ E&M까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안전요원의 강압적인 모습은 비단 콘서트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사례2>에서 볼 수 있듯이 일상에서도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안전사고의 방지를 위한 통제는 필요하고, 많은 인원을 담당해야하는 안전요원의 고충도 충분히 이해하는 바이다.

하지만 국가 원수 의전에서나 볼 법한 딱딱하고 강제적인 이들의 방식이 지금의 공연 문화와 어울린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랫동안 공연 기획 쪽에 몸담고 있는 A씨는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진 편이다”라며 “뉴키즈 온 더 블럭의 내한 공연 때 인명사고가 발생하자, 나중에는 안전요원들이 막대기로 일어서는 사람들의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라고 과거 사례를 밝혔다.

이어 “예전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지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일단 이런 안전업체나 경호업체의 인력이 부족하다”라며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교육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도 있고, 이런 경우 감정 컨트롤을 하지 못해 과잉진압 같은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상황과 비교하면 어떨까.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니 만큼 ‘완벽’이라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가까운 일본이나 홍콩 등을 봐도 우리나라에 비해서는 훨씬 부드럽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최소한의 통제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례3)

이에 대해 A씨는 “일례로 외국 페스티벌을 가보면 안전요원들의 옷차림부터가 우리나라와 다르다”며 “(해외 안전요원은)티셔츠에 스니커즈 같은 편안한 복장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페스티벌인데도 정장차림에 가르마를 타고 각을 잡고 있는 안전요원들이 있지 않나. 정해진 매뉴얼대로 한다고 하지만 융통성이 부족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아무래도 과거 시위에서 군중들을 통제할 때 만들어진 매뉴얼이나 제재방식이 지금 경호업체까지 이어진 부분이 있다”며 “그렇다보니 군중들이 모이면 이렇게 강압적으로 나서야 경호나 통제가 된다는 환상이 있는 것 같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공연시장에서 콘서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티켓 판매액 기준 약 1684억원으로, 이는 뮤지컬(약 1767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그리고 이 규모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즉 앞으로 콘서트를 즐기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고, 경호업체가 여전히 구시대적인 매뉴얼이나 통제 방식에 머물러있다가는 또 다시 사고를 막는 게 아니라 사고를 일으키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일단 전문 인력의 양성이 시급하다”며 “놀이 문화와 시위 문화에 대한 인식의 개선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이 우선시 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상황에 맞는 매뉴얼이 나와야 한다”라고 경호업체의 전문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더불어 “경호 및 안전 업체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관객들 역시 이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배려해주면 더 빨리 건전하고 안전한 공연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라고 당부했다.

2015 안산M밸리록페스티벌 투엔티원파일럿츠. 자료사진으로 위 내용과는 관련 없음, 사진|CJ E&M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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