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호 쏘고 ‘빵 터진’ 구자욱

입력 2015-08-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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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구자욱은 KBO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루키다. 빼어난 실력에 잘생긴 외모까지 갖춰 미래의 대형스타 후보로 꼽히고 있다. 22일에는 시즌 10호 홈런을 때리며 신인왕 경쟁에서 한층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스포츠동아DB

2개월 만에 아홉수 극복…“이젠 신인왕도 욕심”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 홈런 9개로 끝나는 줄”
1군 첫 시즌 두 자릿수 홈런 달성…자신감 회복


“신인왕, 사실 좀 받고 싶긴 합니다.”

삼성 구자욱(22)이 배시시 웃었다. 오랫동안 남몰래 기다렸던 한 방이 터지면서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간 듯했다. 신인왕 얘기가 나올 때마다 늘 “아닙니다”라며 ‘군대식’ 답변을 내놓던 그가 모처럼 “받으면 좋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속내를 드러냈다.

구자욱은 22일 대구 롯데전 8회말 2사 1루서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시즌 10호 2점홈런을 터트리며 데뷔 첫 해부터 두 자릿수 홈런 고지를 밟았다. 이날 개인 한 경기 최다인 5안타를 몰아쳤는데,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으로 대미까지 장식한 것이다.

웬만한 질문에도 대부분 신인답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아직 멀었습니다”를 반복했던 구자욱이다. 큰일에 요동치지 않고, 작은 일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10호 아치를 그린 뒤에는 가감 없는 진심을 담아 싱글벙글 웃었다. 그는 “진짜로 기분이 좋다. 여름이 되고 나서부터 펜스 근처로 가는 타구도 거의 없어서 올해는 그냥 홈런 9개에서 끝나는 줄 알았다”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럴 만도 하다. 6월 23일 사직 롯데전에서 시즌 9호 홈런을 친 이후 60일 동안 홈런을 생산하지 못했다. 두 자릿수 홈런까지 남아있던 단 한 개의 대포를 너무 오래 기다렸다. 그는 “1번타자라고 해서 딱히 이전과 다르게 타격한 것도 아닌데, 계속 홈런이 안 나와서 솔직히 안타까웠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유독 많이 지쳐 있기도 했다. 얼마 전부터 구자욱은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곤 했다. 1군 첫 시즌부터 풀타임을 뛰고 있는 데다 무더위까지 덮쳤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자신의 몫을 꿋꿋이 해내며 잘 버텼다. 그 결과로 끝내 목표도 이뤘다. 구자욱은 “최근 페이스가 많이 떨어져서 여러 모로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였다”며 “아직 30경기 넘게 더 남아 있는데 이 홈런을 계기로 더 잘 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페이스가 좋든 나쁘든, 여전히 구자욱은 삼성의 보배이자 상대팀이 가장 경계하는 타자 가운데 한 명이다. 롯데 포수 강민호가 23일 경기 전 삼성 류중일 감독을 찾아와 “경기 중에 구자욱을 한 대 맞히도록 하겠다”고 짐짓 선전포고(?)까지 했을 정도다. 류 감독이 이유를 묻자 강민호는 “크게 이기고 있는 데도 구자욱이 홈런을 치고 너무 천천히 돈 것 같다”고 말해 덕아웃에 웃음을 안겼다. 놀란 구자욱이 “그렇지 않다”며 황급히 손을 내저었지만, 근처에 있던 롯데 황재균도 “무릎 쪽으로 (공이) 갈 거다”라고 강민호를 거들었다.

그러나 가만히 있을 류 감독이 아니다. “만약 자욱이를 맞히면, 우리의 다음 타깃은 바로 민호 너다. 내가 직접 던진다”고 껄껄 웃으면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우리 ‘보물’ 건드리지 마라이.”

대구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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