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 “4년 전 레바논 원정 악몽 갚아주마”

입력 2015-09-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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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이 3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라오스를 상대로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 2차전을 가졌다. 한국 이청용(오른쪽)이 라오스 수비를 뚫고 공격하고 있다. 화성|김종원기자 won@donga.com

2011년 11월 베이루트서 1-2 충격패
FIFA 랭킹 133위 불구 껄끄러운 상대
구자철·이청용·김영권, 악몽 설욕 다짐

3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라오스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 2차전을 마친 축구대표팀의 다음 상대는 레바논(8일·베이루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한국 57위·레바논 133위)에서 보듯 객관적 전력에선 한국이 크게 앞선다. 역대전적도 7승2무1패로 우위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레바논이 껄끄러운 상대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미처 예상치 못한 패배 탓이다.

레바논 원정에서 마지막으로 웃은 기억은 1993년 5월 열린 1994미국월드컵 아시아 1차 예선이었다. 당시 대표팀은 하석주(아주대 감독)의 골로 1-0 승리를 챙겼다. 이후 기류가 달라졌다. 2무1패로 초라하다. 특히 2011년 11월 15일은 ‘쇼크’로 기억된 하루였다.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이었다.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한국은 1-2로 패했다.

파장은 엄청났다. 앞서 8월 삿포로 원정경기로 열린 한일전에서 0-3으로 대패한 데 이어 레바논에도 무너지자, 대한축구협회는 조광래 감독(대구FC 사장)을 전격 경질하고 K리그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

그러나 웃지 못하기는 ‘최강희호’도 마찬가지였다. 양국이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다시 마주친 가운데, 한국은 2013년 6월 4일 같은 장소에서 1-1로 간신히 비겼다. 0-1로 끌려가다 추가시간 김치우(서울)의 동점골로 승점 1을 땄다.

그리고 다시 2년여가 흐른 지금, 한국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의 길목에서 또 한 번의 레바논 원정을 앞두고 있다. 현 ‘슈틸리케호’에서 최근 4년간 2차례 베이루트 격전을 모두 치른 태극전사는 2명이다. 측면 공격수 손흥민(23·토트넘)과 베테랑 중앙수비수 곽태휘(34·알 힐랄)다. 특히 곽태휘는 2경기 모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었고, 손흥민은 2011년 원정 선발로 나서서 전반만 소화한 뒤 후반 시작과 함께 지동원(24·아우크스부르크)으로 교체됐다. 2013년에는 후반 25분 이근호(30·전북)를 대신해 조커로 투입됐으나 역시 아쉬움만 맛봤다. 다만 이번 원정에는 손흥민이 영국 취업비자 발급 절차를 밟기 위해 동행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악몽 설욕’을 꿈꾸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마인츠에서 아우크스부르크(이상 독일)로 이적해 라오스전을 건너뛴 구자철(26)이 5일 레바논으로 합류한다. 그는 중앙수비수 홍정호(26·아우크스부르크)와 2011년 참사를 직접 그라운드에서 경험했다. 페널티킥 동점골을 터뜨렸으나 눈물을 흘렸다. 여기에 중앙수비수 김영권(25·광저우 에버그란데), 왼쪽 풀백 홍철(25·수원)은 벤치에서 동료들의 패배를 지켜봤다. 또 오른쪽 날개 이청용(27·크리스털 팰리스), 중앙수비수 김기희(26·전북)는 2013년 원정 당시 풀타임 소화했다. 이청용은 “모든 원정이 어렵지만 특히 중동은 더 힘들다. 많이 준비하고 노력해도 생각과 다를 때가 많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화성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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