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김연경 건재와 김희진의 성장…리우올림픽 본선 가능성 확인

입력 2015-09-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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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VB 여자 월드컵 김연경-김희진(오른쪽). 스포츠동아DB

■ 2015 FIVB 여자월드컵 결산


김희진 타점 높은 강타·빠른 이동공격 굿!
김연경 타점·스피드 못살린 세터는 ‘숙제’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본선 진출을 향한 여자대표팀의 첫 번째 도전이 실패로 끝났다. 8월 22일부터 9월 6일까지 일본에서 벌어진 2015 국제배구연맹(FIVB) 여자월드컵에서 한국은 5승6패(승점 16)로 6위에 머물렀다. 도미니카공화국(세계랭킹 7위)과 승수와 승점이 같았지만, 세트 득실률에서 앞섰다. 세계랭킹 10위의 한국은 리우올림픽 본선 티켓이 걸린 2위 안에 들기에는 버거운 전력이었다.

리우올림픽 개최국 브라질(세계랭킹 2위)을 제외하고 5개 대륙의 상위 2개 팀과 홈팀 일본,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팀 미국 등 12개국이 참가했기에 대표팀 이정철 감독(IBK기업은행)도 ‘6위 이내 입상’이라는 현실적 목표를 정했다. 세대교체를 단행한 데다, 2주 남짓 손발을 맞춘 까닭에 이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어린 선수들이 많은 경험을 쌓고 내년 5월 일본에서 열릴 세계예선을 통해 올림픽 본선에 도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번 대회에선 중국(세계랭킹 3위)이 우승했다. 2위 세르비아(세계랭킹 8위)도 리우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냈다. 한국으로선 나쁘지 않은 결과다. 내년 세계예선에서 경쟁해야 할 아시아권 라이벌이 하나 줄었기 때문이다.

남자대표팀도 8월 이란에서 벌어진 아시아선수권대회 참패로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아직 한 가닥 희망은 남아있다. 일본에서 펼쳐질 2015 FIVB 남자월드컵(8∼23일)에서 아시아대표로 출전한 이란과 호주 중 한 팀이 2위 안에 들 경우, 한국은 내년 6월 벌어질 세계예선에 출전할 수 있다.

김희진의 성장은 성과

김희진, 박정아(이상 IBK기업은행), 이재영(흥국생명), 이소영(GS칼텍스)의 성장은 6번의 패배를 잊게 만들었다. 이정철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키플레이어로 김희진을 꼽았다. 라이트와 센터를 오가며 많은 공격 가담을 요구했다. 지난 시즌 V리그에서 선풍을 일으켰던 OK저축은행 시몬의 역할이었다.

김희진이 라이트에서 타점 높은 강타와 빠른 이동공격을 시도해 레프트 김연경(페네르바체)과 공격의 좌우균형을 맞춰줄 것을 기대했다. 또 후위에선 백어택으로 김연경에게 집중되는 상대의 블로킹을 분산시켜 득점 루트를 다양하게 만들려고 의도했다. 김희진은 이번 월드컵에서 김연경(197득점·전체 1위)에 이어 2번째로 많은 136득점을 올렸다. 전체 공격수 순위 10위지만, 미들블로커로는 1위다.

김희진의 공격가담이 많아지면서 대표팀은 중앙에서의 파괴력과 라이트에서의 스피드를 동시에 살릴 수 있었다. 김희진은 V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지만, 자신보다 높은 블로킹 앞에선 어떻게 공격할지 검증이 필요했다. 큰 경기 부담감을 이겨내는지도 확인해야 했다. “부담이 커서 긴장했다”던 김희진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성장했고, 대표팀에 좋은 공격 옵션 2개를 선물했다.

레프트 한 자리를 나눠서 책임졌던 이재영의 탄력, 이소영의 파괴력, 박정아의 넓어진 시야를 이용한 공격도 잘 어우러졌다. 이들을 잘 조합하고 경험을 쌓게 하면, 올림픽 본선 진출도 가능해 보였다.


월드컵에서 드러난 숙제

젊지만 경험이 적은 세터와 공격진의 연결이 문제였다. 조송화(흥국생명), 이다영(현대건설)의 토스는 우리보다 블로킹 능력이 좋은 상위 랭킹 팀과의 대결 때 많은 아쉬웠다. 특히 김연경의 타점과 파워, 스피드를 살려주지 못했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우승 당시의 주전 세터 이효희(하이패스)가 부상으로 빠진 자리를 이어받은 조송화는 부상당한 무릎으로 헌신했지만, 우리가 지닌 공격능력을 100%로 끌어올려주지 못했다. 이다영도 가능성 있는 자원임은 확실하지만, 경험부족이 드러났다. V리그에서 한 시즌을 경험한 이다영은 소속팀의 주전 세터도 아니다.

세터는 많은 경기출전을 토대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성장한다. 그런 면에서 흥국생명의 주전 세터로 처음 한 시즌을 보낸 조송화와 이다영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기는 어려웠다. 다음 대표팀 구성에서 기존 멤버를 고수할지, 아니면 베테랑 세터로 교체할지는 이정철 감독과 대표팀 경기력향상위원회가 심사숙고해야 할 과제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높이가 아주 높은 것도, 파괴력이 아주 빼어난 것도 아니었다. 수비와 조직력에서도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조금씩 잘하지만, 한 가지가 특출한 팀은 아니었다. 이 감독은 일본처럼 빠른 플레이와 조직력을 원하고 있다.

다음 대표팀에서 반드시 수정해야 할 과제는 또 있다. 리시브 불안과 범실이다. 이는 대표선수들이 반복훈련을 통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V리그는 내년 KOVO컵 일정을 9월 이후로 미루며 대표팀 지원에 전력을 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프로구단들의 전폭적 후원 속에 최고의 선수를 조기에 뽑아 철저히 준비하는 것만이 해결책으로 보인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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