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새얼굴 찾기’ K리거 성장 촉매

입력 2015-09-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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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대표팀 이재성-권창훈-이정협(맨 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이재성·권창훈 등 국가대표 발탁후 급성장
K리그 챌린지 이정협 발굴 등 가시적 성과

울리 슈틸리케(61·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은 10월이면 취임 1년을 맞는다. 2014브라질월드컵 참패 이후 위기에 빠진 한국축구의 ‘구원투수’로 선택된 그는 1월 2015호주아시안컵에서 27년 만에 준우승을 일구고, 8월 2015동아시안컵에서 7년 만에 우승을 탈환하는 등 연착륙에 성공했다.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도 큰 무리 없이 팀을 이끌고 있다.

과거 한국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6명의 이방인 사령탑들은 대부분 취임 초기 어려움에 직면했다. 2002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달성한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전 감독조차도 월드컵을 1년여 앞두고 프랑스와 체코에 잇달아 0-5로 대패하면서 ‘오대영 감독’이라는 비아냥 속에 큰 외풍을 겪어야 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슈틸리케 감독은 ‘기대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짧은 기간에 대표팀 체질개선에 성공했고, 포지션별 경쟁구도를 통해 전반적인 전력상승을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슈틸리케 감독이 높게 평가받는 또 다른 근거는 K리그 선수들을 대표팀에 새로 발탁해 활용하면서 한국축구를 살찌게 한 점이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 2·3차전(3일 라오스·8일 레바논)에 나선 23명의 엔트리 중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처음 대표팀에 발탁해 키운 선수들만 5명에 이른다. 이재성(23·전북), 권창훈(21·수원), 김승대(24·포항), 임창우(23·울산), 황의조(23·성남) 등 5명은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전임 사령탑들로부터 외면 받다가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태극마크를 단 K리거들이다.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의 부상 공백 속에 3월부터 대표팀에 발탁된 이재성, 8월 동아시안컵에서 처음 A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뒤 부쩍 성장한 권창훈 등은 ‘슈틸리케의 작품’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권창훈은 슈틸리케 감독이 말하듯, “대표팀에 와서 성장폭이 가장 큰 선수”다. 이재성과 권창훈은 이제 대표팀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발돋움했다.

부상으로 이번 엔트리에선 빠졌지만 붙박이 대표팀 공격수로 자리매김한 이정협(24·상주)도 슈틸리케 감독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K리그 챌린지(2부리그) 무대를 누비는 평범한 선수였을지 모른다. 슈틸리케 감독은 취임 이후 K리그는 물론 대학교를 비롯한 아마추어 무대까지 직접 누비며 새 얼굴 발굴에 힘썼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성과를 보고 있다. K리거들이 한 단계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해 긍정적인 신호임에 틀림없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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