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채태인.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채태인(33)이 모처럼 ‘야구 천재’라는 별명에 걸맞은 아웃카운트를 하나 만들어 냈다. 모두가 방심한 순간, 홀로 기민하게 상황을 판단한 덕분이다.
18일 대구구장. 두산이 김현수와 홍성흔의 연속타자 홈런으로 2-2 동점을 이룬 4회초 1사 후, 다음 타자 오재원이 다시 중전 안타를 치고 1루를 밟았다. 그런데 1루에 도착한 오재원이 배팅 장갑을 벗고 주루 장갑을 끼는 사이, 갑자기 삼성 1루수 채태인이 조용히 유격수 김상수에게 공을 던져 달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영문을 모른 채 바라보던 김상수는 금세 상황을 파악한 뒤 채태인에게 빠르게 송구했고, 채태인은 곧바로 옆에 서 있던 오재원의 등을 글러브로 태그했다. 동시에 임채섭 1루심은 오재원의 아웃을 선언했다. 어안이 벙벙한 두산 벤치와 오재원이 잠시 항의의 뜻을 표현해봤지만, 야구 규칙상 확실한 아웃이었다.
상황은 이랬다. 오재원은 심판에게 타임 요청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베이스에서 발을 뗀 채 장갑을 바꿔 끼고 있었다. KBO 공식 야구규칙에는 ‘주심이 플레이를 선언한 뒤 심판원이 타임을 선고해 경기를 정지시키지 않는 한 볼 인플레이 상태는 계속 된다’고 명시돼 있다. 볼 데드 상태가 아니라 오재원의 안타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는 얘기다.
오재원이 베이스에 바짝 붙어 있었던 데다 워낙 찰나의 순간이라, 웬만큼 주의 깊게 보지 않고서는 눈치 채기 어려울 만도 했다. 채태인이 순식간에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영민한 아웃카운트 하나를 올린 것이다. 채태인은 “나도 1루심도 계속 오재원의 발만 보고 있었다. ‘곧 다시 밟겠지’ 싶었는데 계속 서 있기에 상수에게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공을 받아서 태그한 뒤 심판을 바라보니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아웃’이라고 하시더라. 내가 가장 가까이 있어서 캐치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이뿐만 아니다. 채태인은 창의적인 수비로 팀의 기를 살린 것은 물론, 타격에서도 시즌 6호 홈런을 포함해 3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공수에서 펄펄 날면서 채태인이라는 선수의 가치를 직접 증명해 보였다. 시즌 내내 계속된 왼쪽 무릎 통증을 참아가면서 뛰었기에 더 빛나는 활약이었다. 그는 “아직 무릎이 많이 안 좋지만, 그래도 올 시즌은 이렇게 계속 버텨야 할 것 같다. 어떻게든 팀이 이기는 데 힘을 보탰다는 게 기쁘다”고 했다.
대구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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