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여행]징게맹갱 외에밋들, 김제

입력 2015-09-21 1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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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투어 제공

징게맹갱 외에밋들, 김제

끝없이 펼쳐진 망망한 평야를 눈에 담을 수 있는 곳. ‘징게맹갱 외에밋들’이라 불리는 김제평야는 대한민국 최대의 곡창지대로 ‘이 배미 저 배미 할 것 없이 모두 툭 트였다’는 뜻을 가진 곳이다. 벼농사의 풍요로움만큼이나 수탈의 아픔도 깊었던 서글픈 민초들의 삶이 스며있는 땅. 그래서 김제는 그들의 고향이면서 동시에 우리 모두의 고향이기도 하다.

머슴을 섬긴 주인, 금산교회
예로부터 넓은 평야와 금광이 있었던 김제는 무역지대였던 탓에 말을 탄 사람들의 왕래가 많았다. 자연스레 이곳에 대규모 마방이 운영되었는데 이 지역 최고의 유지는 바로 마방의 주인이었다. 1867년생 조덕삼은 마방의 주인인 동시에 김제 금산 지역 최고의 거부였다. 어느 날 마방에 들린 외국인 선교사에 의해 교리를 전해들은 조덕삼은 기독교인이 되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땅에 예배당을 짓는다. 그 당시 금산에서는 그의 땅을 밟고 다니지 않는 사람이 없었고, 모두 그의 땅을 빌어 농사를 짓고 있었기에 지역민들의 대부분이 신자가 되었다. 그렇게 교세는 날로 확장되어 갔다. 시간이 흐르고 금산교회에 장로를 세우기 위한 투표가 진행되었다. 결과는 조덕삼이 아닌 그가 마부로 거둔 떠돌이 ‘이자익’이었다. 김제 최고의 갑부이면서 교회를 위해 자신의 땅을 내어놓은 사람, 그 주인공이 장로투표에서 떨어지자 교회는 술렁였다. 모두가 의외의 결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희 집에서 일하고 있는 이자익은 저보다 신앙의 열의가 대단합니다. 이자익 장로를 세우고 더욱 잘 섬기겠습니다.” 그것이 조덕삼의 간결한 다짐이며 선언이었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그 말을 지키며 평생을 살았다. 자비로 이자익을 평양신학교에 보냈고 아들과 같이 대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머슴을 섬겼다. 조덕삼이 숨을 거둘 때 그의 아들만큼이나 슬퍼했던 이가 이자익이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한국전쟁에도 불타지 않고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ㄱ’자 모양의 금산교회. 입구 남쪽에는 남자가, 동쪽에는 여자가 앉았다. 삐그덕거리는 나무 마루와 흙 담, 낮은 지붕의 이 한옥 교회는 오늘날에도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 아름다운 이야기의 주인공인 조덕삼과 이자익의 초상화가 나란히 걸려있다. 신분을 뛰어 넘은 헌신은 또 그렇게 세월을 뛰어 넘어 큰 감동을 주었다. 100년이 넘은 풍금과 두레박 우물, 소박하지만 운치 있는 종,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서려있는 금산교회는 문화재로 지정, 보존되고 있다.

TIP
전북문화재자료 136호, 금산교회
1908년 4월 미국인 선교사 데이트가 지역주민 조덕삼의 도움을 받아 세웠다. 내부구조가 설립당시 모습으로 잘 보존되어 있다. 한식과 양식교회의 특징을 조화롭게 결합한 금산교회는 초기 교회건축의 토착화과정을 보여주는 소중한 문화재이다.

최대의 고대 저수지, 벽골제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인 벽골제의 역사는 백제 11대 비류왕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거대한 옛 모습은 사라지고 그저 유유히 흐르는 하천의 모습으로 남아 있을 뿐이지만 벽골제가 김제평야를 풍요롭게 만들던 젖줄임에는 틀림없다. 조선 세종 때 폭우로 유실되고 임진왜란을 겪으며 조금 더 헐리고 결국 일제시대에 대규모 훼손이 일어나게 되었다.
현대의 발달된 기술력으로도 물을 관리한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제천의 의림지와 밀양의 수산제, 그리고 김제의 벽골제는 대한민국의 평야를 더욱 영글게 했다. 체험관 옥상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보니 김제의 너른 들판이 시야를 넘치도록 채운다. 여기, 거대한 저수지가 있었다. 그것은 역사적 사실이면서 동시에 기류와도 같은 것이었다. 지평선 멀리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지금도 꿈틀거리는 듯한 벽골제의 물길이 누구나 그것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체험관 밖 마당에는 거대한 용 두 마리가 마주보고 서 있다. 높이가 15미터 길이는 54미터에 이르는 이 엄청난 작품은 대나무를 엮어 만들었다. 제방을 훼손하려는 청룡과 이를 보호하려는 백룡이 살았다는 설화를 형상화했다. 벽골제의 상징물인 거대한 쌍룡이 야트막한 산자락 하나 없는 김제의 광활한 하늘을 채우고 있었다.

지친 삶을 놓고 돌아오다, 귀신사
청도마을에 자리 잡고 있는 귀신사는 그 이름 덕분에 종종 오해를 받기도 하는 아담한 사찰이다. 돌아갈 귀歸에 믿을 신信, 귀신사의 뜻은 오싹한 예상과는 달리 ‘누구나 돌아와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절’이라는 의미다. 국신사, 구순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귀신사라는 이름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해탈교를 건너면 어느 점잖은 양반집과 같은 귀품 있는 사찰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당 중앙엔 대적광전, 오른쪽엔 명부전, 왼쪽엔 영산전과 요사채가 자리 잡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한 눈에 들어올 만큼 아담한 규모의 사찰이다. 특히 42개의 돌계단을 딛고 뒷동산에 올라야 볼 수 있는 3층 석탑은 귀신사의 소중한 보물이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석탑으로 여러 개의 돌판을 쌓아올린 모습이 이색적이다. 그 곁에는 남서쪽의 솔개봉을 향해 사자상이 낮게 엎드려 있다. 이곳 지형의 나쁜 기운을 없애기 위해 세워놓은 사자상과 돌탑, 그리고 돌계단들이 어우러져 예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커다란 대웅전과 화려한 불상들은 없지만 호젓한 낭만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귀신사.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잔잔한 감동이 인다. 지친 삶을 잠시 내려놓고 돌아와 쉬어가는 곳. 귀신사의 이름과 이곳의 풍경이 더없이 잘 어우러진다.

미륵신앙의 성지, 금산사
귀신사가 아담한 풍경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면 금산사는 광대하고 우람한 사찰 풍광이 매력적인 곳이다. 금산사는 원래 후백제의 견훤이 유폐되었던 절로 알려져 있는데 신라의 통일 이후 현재 절의 기틀이 갖추어졌다고 전해진다. 당시 신라 불교의 중심이었던 교종 계통 법상종의 중심 사찰인 금산사는 석가모니불을 모신 대웅전 대신 미륵불을 모신 미륵전이 절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금산사는 건물의 수가 많지 않지만 모두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절의 본당격인 미륵전은 3층으로 지어진 나무 건물로 층마다 모두 다른 현판이 붙어 있는데 모두 미륵불을 지
칭하는 표현들이다. 더욱 신기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건물은 3층이지만 내부는 한 층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미륵전 내부는 지붕이 높게 설계되어 있어 높이가 12미터에 이르는 미륵입상이 세워져 있다.
겉모양이 3층으로 설계된 대한민국 유일의 법당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곳을 방문할 이유는 충분하지만 미륵전 내부에 남아 있는 벽화는 1800년대의 것으로 이것 또한 금산사를 찾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 전쟁의 고통을 종교로 치유 받고자했던 서민들의 소망이 담긴 금산사, 그곳에는 미륵전 이외에도 수많은 보물과 문화재가 있어 미륵신앙의 성지로 불리고 있다.

TIP
금산사 템플스테이
‘나부터 내비 두세요’라는 흥미로운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는 템플 스테이. 넉넉한 금산사의 풍경에 안겨 산사체험을 할 수 있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세계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특히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1400여 년 동안 금산사를 지켜온 모악산 자락의 아름다움을 여과 없이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새벽예불, 참선, 스님과의 대화, 숲 길 걷기 외에 다양한 계절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365일 평일 상시 운영
A 063-542-0048
T 전북 김제시 금산면 모악 15길
www.sansa.geumsansa.org

초록빛으로 가득한 들녘 끝은 아슴하게 멀었다. 그 가이없이 넓은 들의 끝과 끝은 눈길이 닿지 않아 마치도 하늘이 그대로 내려앉은 듯싶었다. 그 푸르름 속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움직임을 느낄 수 없는 채 멀고 작은 점으로 찍혀 있었다.
-조정래, ‘아리랑 ’중에서

슬픈 디아스포라, 아리랑 문학마을
원고지 2만 장, 12권의 단행본으로 펴낸 대하장편소설에도 채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가 궁금해 아리랑 문학마을로 향했다. 조정래의 소설 ‘아리랑’의 무대가 되었던 내촌‧ 외리마을에 조성된 아리랑 문학마을이다. 문학마을은 소설 속 잔혹한 역사의 현장이었던 주재소와 우체국, 안중근 의사의 의거장소인 하얼빈 역, 소설 아리랑의 스토리를 엮어낸 홍보관 등으로 이뤄져있다. 1904년 김제 만경벌에서 시작된 소설 아리랑은 1945년 일본이 항복하기까지 나라를 잃고 일본, 중국, 연해주, 하와이, 만주 등으로 떠돌아다니던 40여 년간의 서글픈 민족사를 다뤘다. 자신의 고향을 버리고 갈 수 밖에 없었던 이곳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고단한 한국형 디아스포라의 아픈 역사로 남았다.
소설 아리랑은 감골댁 일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동학농민전쟁에서 가장을 잃은 감골댁 일가는 역사적 사건들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으며 생활하게 된다. 1910년부터 8년 동안 실시된 일본의 토지조사사업으로 많은 농민들이 토지 소유권을 잃게 되었다. 그나마 소작도 얻지 못한 농민들은 고향을 떠나 산으로 들어가거나 도시의 품팔이 노동자가 되어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다. 그것조차 허락받지 못한 이들은 결국 거지가 되었다. 하루아침에 풍요롭던 고향에서 거지로 전락한 기막힌 상황에 사람들은 가재도구를 챙겨 해외이주를 시도했다. 가까운 만주, 연해주부터 혹독한 추위의 시베리아와 잔인한 더위의 멀고 먼 하와이 땅이 그들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조정래 작가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지구 세 바퀴 이상에 해당하는 거리를 오가며 취재했다. 중국 2번, 미국 3번, 동남아시아 3번, 러시아 2번, 일본 3번… 세계에 흩어진 그들의 이
야기는 소설이 아닌 현실이었다. 땅을 잃어버린 이들은 불의에 필사적으로 저항했고 그것은 공동체에 연대 의식을 불러일으켰다.
소설 아리랑은 민족 수난사의 보고서인 동시에 김제 역사의 회고록이기도 하다. 친일과 반일의 각축장이었던 이 비옥한 평야는 양심을 지켜낸 사람들과 양심을 버린 사람들을 구분해냈다. 쌀을 수탈하기 위한 일제의 탄압이 거셀수록 김제는 반드시 되찾아야할 민족의 터전이었다.

TIP
아리랑 문학마을
문학마을은 크게 5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는데 우선 홍보관부터 돌아보는 것이 좋다. 문학마을 입구에 위치한 홍보관은 일본이 왜 김제를 수탈의 대상으로 삼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고향을 떠나 이주한 이민자들의 생활공간을 재현한 이민자 가옥을 통해 당시의 가난했던 삶을 엿볼 수 있다. 소설 아리랑을 읽고 방문하면 더욱 의미 있게 돌아볼 수 있다.
A 전북 김제시 죽산면 화초로 180
T 063-540-2927

김제의 먹을거리

지평선한우명품관
벽골제 입구에 위치한 지평선한우명품관은 한옥의 고풍스러운 외관으로 먼저 눈길을 끄는 맛집이다. 친환경 순환농법으로 키워낸 명품 한우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김제에서도 육질이 뛰어난 것으로 소문난 식당이다. 우선 원하는 고기를 고른 후 별도의 상차림 비용을 내고 먹는 정육점형 식당으로 맛깔스러운 전라도의 밑반찬과 싱싱한 천엽을 덤으로 맛볼 수 있다.
A 전북 김제시 부량면 신용리 244-1
T 063-548-9595

그린회관
금산사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비빔밥 전문점. 주로 금산사를 방문한 단체관광객들이 이용하는 곳이지만 각종 나물과 산채비빔밥으로 든든한 한 끼를 채울 수 있는 식당이다. 다른 곳보다 더욱 풍성한 산나물을 맛볼 수 있다.
A 전북 김제시 금산면 금산리 126-11
T 063-548-4090

옥금정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의 한정식 전문점으로 한정식에 포함되어 있는 1등급 이상 총체보리한우 육회가 유명하다. 가격에 따라 다양한 세트메뉴가 준비되어 있으며 박대구이와 시래기 민물새우탕, 게장은 옥금정만의 비법이 녹아있는 특별한 메뉴다. 20만원 상당의 특별한 한정식 코스는 사전예약을 통해서만 맛볼 수 있다.
A 전북 김제시 성산길 107
T 063-544-2530

김제지평선 축제
올해로 17회를 맞는 김제지평선축제는 3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된 전통농경문화 체험축제이다.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벽골제를 중심으로 김제시 일원에서 펼쳐지는 이 축제는 가족 단위의 관광객과 외국인들에게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벽골제 전통설화를 바탕으로 한 ‘전설쌍룡놀이’와 ‘입석줄다리기’, ‘횃불놀이’등 야간까지 이어지는 놀이마당은 가을밤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줄 것이다. 특히 전설쌍룡놀이는 200여 명의 청룡길 놀이팀과 백룡길 놀이팀이 벌이는 대규모 행사이다. 또한 벽골제방과 황금들녘을 배경으로 축제 기간 중 매일 밤 진행되는 지평선 판타지 쇼도 볼만 하다.
지평선축제와 더불어 시내권의 관광명소를 돌아볼 수 있는 ‘힐링시티투어버스’와 농촌체험이 가능한 ‘고고씽 벼고을 농촌체험마을’은 메인 행사와 더불어 더욱 알차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행사정보
2015년 10월 7일~11일
전북 김제시 일원(벽골제 중심)
문의 063-540-3031~7
www.festival.gimje.go.kr

제공 : 모두투어(www.modetour.com, 1544-5252), TRAVEL MAGAZINE GO ON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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