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50홈런. 21일 마산 NC전에서 넥센 박병호는 한국프로야구 홈런의 역사를 다시 썼다. 홈런의 비거리, 타석에서의 대처능력, 강한 멘탈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췄기에 가능했던 대기록이다. 스포츠동아DB
● 거리
일각에선 박병호가 외야 좌우펜스 98m, 중앙펜스 118m의 작은 목동구장을 홈으로 쓰기 때문에 홈런을 많이 칠 수 있다고 저평가한다. 그러나 박병호가 올 시즌 쏘아올린 50홈런의 평균 비거리는 123.5m다.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의 외야 중앙 펜스까지 거리가 120m임을 고려하면, 박병호는 거리와 상관없이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다. 박병호는 비거리 증가에 대해 “이지풍 트레이닝코치와 함께 복배근 훈련을 많이 한 게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 대처력
박병호의 타격폼은 일정하지 않다. 레그킥을 하며 칠 때도 있고, 두 다리를 타석에 붙이고 타격할 때도 있다. 넥센 심재학 타격코치는 “상황, 구종, 투수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준다. 타이밍이 잘 맞는다 싶으면 레그킥을 하기도 하고, 까다롭다고 생각이 들면 정확도를 위해 두 다리를 붙이고 친다”고 귀띔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박)병호의 남모르는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 멘탈
대기록을 목전에 두면 주변의 큰 기대와 부담감 때문에 신기록 달성에 제동이 걸리는 ‘아홉수’에 시달릴 수 있다. 삼성 이승엽도 2003년 한 시즌 최다홈런 아시아신기록(56개)을 달성할 당시 지독한 아홉수를 겪었다. 그러나 박병호는 20일 마산 NC전에서 49호 아치를 그린 데 이어 다음날 바로 50호 홈런을 터트렸다. 박병호 “홈런을 치고 싶다고 칠 수 있는 게 아니다. 숫자를 아예 생각 안 했다. 오늘은 오늘, 내일은 또 새로운 하루라고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달려왔더니 50홈런이 됐다”고 말했다. 2년 연속 50홈런은 강한 정신력이 만든 산물이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