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염경엽의 자율야구, 가을 오면 타이틀 추수

입력 2015-09-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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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선수들이 23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홈경기에서 10-0의 완승을 거둔 뒤 한데 모여 기쁨을 나누고 있다. 넥센은 4위 두산에 2.5경기차로 달아나며 3위를 굳히기 위한 가속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목동|김종원기자 won@donga.com

■ 개인타이틀 경쟁에 빠지지 않는 넥센

개인가치 높이사는 염경엽 감독의 뚝심
기록이 기량 발전·동기부여 요소로 생각
염 감독 “희생은 포스트 시즌에 하면 돼”


넥센은 지난해 팀과 선수 모두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비록 우승 문턱에서 아쉽게 주저앉았지만, 역대 최고 성적은 물론이고 선수들도 독보적 시즌을 지냈다. 내야수 서건창(26)과 박병호(29), 강정호(28·피츠버그), 투수 앤디 밴 헤켄(36)이 ‘판타스틱4’를 형성하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다퉜다. MVP는 서건창이 차지했고, 나머지도 모두 각자의 포지션에서 골든글러브를 따냈다. 박병호(2012∼2013년)에 이어 3년 연속 넥센이 MVP를 석권했다. 신인왕 경쟁도 다르지 않았다. 서건창(2012년) 이후 첫 신인왕 배출에는 실패했지만, 조상우가 신인왕 후보에 올랐다. 올해도 잔치는 끝나지 않았다. 박병호가 KBO리그 사상 첫 2년 연속 50홈런을 넘기며 MVP에 다가서고 있다. 김하성(20)도 삼성 구자욱(22)과 함께 신인왕을 놓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펼치고 있다.


● 강요는 자율을 이길 수 없다!


넥센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작전을 만들 줄 안다”고 입을 모은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기본기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고, 다음이 없는 플레이를 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넥센 염경엽 감독은 3년 동안 탄탄한 틀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기본기를 강조하고, 당근과 채찍을 고루 활용해 선수들에게 의욕을 심어줬다. 최고 선수와의 직·간접적 비교를 통해 ‘롤모델’을 찾아주려고 했다. 고졸 신인 김택형은 양현종(KIA)과 선발 맞대결을 붙였고, 고종욱은 기습번트를 집중적으로 배우게 하며 이용규(한화)처럼 성장해주길 바랐다.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선수들에게 피부로 닿는 동기부여가 됐다. “나도 열심히 하면 강정호처럼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곳곳에서 배어나왔다. ‘홈런왕’ 박병호는 올 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 진출이 유력하다. 박병호를 비롯해 서건창, 김민성 등 우여곡절을 겪은 선수들이 팀의 뿌리를 형성하면서 다른 선수들에게 큰 자극이 됐다. 이들도 후배들에게 경험과 기술적 조언을 마다하지 않는다. 유격수 김하성은 강정호의 공백을 지워내며 팀에서 빠져서는 안 될 선수로 성장했다.


● 개인의 가치는 팀 가치를 높인다!


넥센은 팀 가치만큼 개인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 심재학 타격코치는 “야구는 지도자의 영향이 가장 적게 발휘되는 스포츠다. 결국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기록의 중요성을 알고 이를 챙겨주는 감독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염경엽 감독은 평소 “선수들이 포스트시즌에서만 개인을 버리고 팀을 위해 희생하면 된다”고 즐겨 말한다. 즉, 정규시즌에선 선수들의 기록이 선수들의 발전과 동기부여에 큰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염 감독은 “선수들이 매년 커리어하이를 찍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팀의 가치는 개인의 가치가 올라가면 자연스레 따라가기 마련이다. 프로에서 희생을 찾으려고 하면 안 된다. 사인을 낼 때도 선수들의 가치가 올라갈 수 있도록 운영한다”고 밝혔다. 넥센이 개인 타이틀 경쟁에서 빠지지 않는 이유다. 올 시즌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목동 |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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