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명품 수비’ 안익훈으로 본 LG 세대교체

입력 2015-09-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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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외야수 안익훈은 동물적 감각으로 연일 호수비를 펼친다. 안익훈이 21일 잠실 kt전 3회초 1사 후 앤디 마르테의 중견수 뒤 큰 타구를 점프캐치하고 있다. LG 양상문 감독은 규모가 큰 잠실구장의 환경을 고려해 발 빠른 외야수들을 중용하며 리빌딩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빠른 발·강한 어깨·정확한 송구 능력
외야 넓은 잠실구장 고려 새로운 시도
수년간 해결 못한 리빌딩 방향성 제시


잠실구장은 홈에서 외야 펜스까지 길이가 좌·우 100m, 중앙 125m의 대형 야구장이다. 류현진의 소속팀 LA 다저스의 안방 다저스타디움(좌·우 101m, 중앙 120m)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중앙 펜스는 더 멀다.

NC 김경문 감독은 2004년 두산 사령탑에 취임한 뒤 홈런이 잘 나오지 않는 투수친화적인 야구장으로만 바라봤던 잠실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조망했다. 발 빠른 외야수들을 집중적으로 뽑아 육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 수비 때는 한 베이스를 더 막는 포구와 송구를 하고, 타격 때는 홈런이 아니라 빠른 발을 활용한 2루타와 3루타를 노렸다. 이종욱(NC), 민병헌, 정수빈(이상 두산) 등이 대표적인 김 감독의 작품이다.

반면 잠실 라이벌 LG의 지향점은 달랐다. 이병규(9번), 박용택, 이진영 등 중장거리 타자들이 오랜 시간 외야를 지켜오고 있다. 공격력은 화려했지만, 수비력에선 두산에 많이 뒤졌다. 데이터로 계량화하기 어렵지만, 몇몇 타팀 코칭스태프는 ‘두산 외야를 LG와 비교하면 한 시즌 30∼50점 이상을 더 막아낸다’고 지적한다.


● 안익훈이 상징하는 LG의 변화

22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LG의 고졸 루키 외야수 안익훈(19)은 KIA전에서 환상적인 수비를 몇 차례 보여줬다. 펜스 쪽으로 달려가며 등 뒤에서 날아오는 공을 잡아내고, 강한 어깨로 정확한 송구 능력도 보여줬다. 빠른 발을 활용한 넓은 수비범위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LG 양상문 감독은 시즌 중반부터 “퓨처스(2군) 팀에 정말 수비 좋은 외야수가 한 명 있다”는 말을 해왔는데, 안익훈을 눈여겨보며 한 말이었다. 선수시절 명 외야수였던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안익훈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기대된다. LG는 시즌 막판 안익훈을 기용하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임훈도 함께 투입하고 있다. 여러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다”며 “정의윤도 SK에서 잘하고 있지만, 임훈도 잠실구장에 잘 맞는 스타일이다”고 평가했다.


● 구장 맞춤 선수구성의 좋은 예

LG에 세대교체는 수년간 해결하지 못한 큰 숙제다. 팀 내서 베테랑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선수들이 끊임없이 기존 멤버들과 경쟁해야 강팀이 될 수 있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해 외야 펜스를 앞당기는 ‘X존’의 부활까지 고민할 정도로 장기적인 팀 전력 강화를 위해 고심을 거듭해왔다. 2009년 김재박 전 감독이 시도한 ‘X존’은 투수력이 약해 결과적으로는 실패작이 됐지만, 선수가 아닌 구장에 변화를 준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 양 감독은 올 시즌 구장의 환경을 고려해 시즌 막바지 안익훈, 임훈 등 발 빠른 외야수들을 중용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두산 외야수들은 그동안 수비에서 장타를 단타로 막고, 공격 때는 넓디넓은 잠실구장의 특성을 활용해 단타를 장타로 둔갑시켰다. 잠실에서 LG와 경기를 치르는 다른 팀들도 과감한 주루 플레이로 2루타와 3루타를 만들고 있다. 한 시즌 10승 차이는 언뜻 크게 다가오지 않지만 올 시즌 1위와 4위, 4위와 8위의 격차는 10경기 내외다. 그동안 LG가 약한 외야 수비로 날린 승리를 생각하면, 지금 같은 리빌딩 설계도가 왜 그동안 나오지 않았는지 안타까움마저 느껴진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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