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서 움츠렸던 양훈, 넥센에서 기지개

입력 2015-10-1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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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양훈.

- 넥센 양훈, 준PO 1차전서 5.1이닝 1실점 호투
- 구단과 염경엽 감독의 오랜 기다림에 완벽 부응
- 시즌 전 가을무대 꿈도 못 꿨지만 화려한 변신
- 넥센의 반격 시작된다면 4차전 선발등판 이상무


겨우내 움츠렸던 꽃은 수확의 계절 만개했다.

넥센 우완선발 양훈(29)이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에 선발등판해 5.1이닝 동안 21타자를 상대해 5안타 2볼넷 2삼진 1실점의 빼어난 투구를 기록했다. 6회 1사 2루에서 구원등판한 손승락(33)이 후속타자를 범타로 처리하며 추가실점을 막았다.

● ‘파격 꺼내든’ 양훈의 1차전 선발투입

양훈의 1차전 선발등판은 다소 파격이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앤디 밴 헤켄~라이언 피어밴드~양훈의 3선발 카드를 준비했다. 7일 벌어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에이스’ 밴 헤켄이 출격하면서 준PO 1차전은 피어밴드의 선발등판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하지만 염 감독은 9일 미디어데이에서 선발투수로 양훈을 호명했다. “최근 구위가 가장 좋다”고 단단한 신뢰를 드러냈다. 시리즈 판도 전체를 좌우할 1차전 선발로 내정됐다.

시즌 말 3경기에 선발등판해 1승1패, 방어율 1.04을 기록했다. 최근 구위만 놓고 보면 더할 나위 없었지만 활약을 언제까지 장담할 수 없었다. 더욱이 2005년 프로 데뷔 후 처음 출전하는 가을무대는 긴장될 법했다. 양훈은 “큰 무대 경험이 없어서 긴장은 되지만 (나는) 연차가 적은 선수가 아니다”고 담담하게 각오를 밝혔다.

가을무대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최악의 출발을 했다. 한화 유니폼을 입고 출발한 스프링캠프는 컨디션 난조로 부진했다. 살이 쏙 빠졌고, 최고구속도 130㎞ 중반을 밑돌았다. “시즌을 포기”하려고 했을 만큼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시범경기에선 종적을 감췄다.

4월 8일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선발투수가 부족한 넥센은 양훈을 선발자원으로 분류했다. 군 입대 전 한화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줬던 건강한 모습을 바랐다. “올 시즌이 안 되면 내년 시즌을 기다린다”고 말하며 조급해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몸부터 만들도록 했다.

양훈도 여유를 갖고 구단의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따랐다. 6월 2일 목동 한화전을 앞두고 시즌 첫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구속도 138㎞에 머물러 시간이 필요했다. 8월 12일 목동 NC전에서 다시 1군에 합류했지만 기대했던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염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양훈이 포스트시즌에서 키 플레이어가 됐으면 좋겠다”고 신뢰를 전했다. 양훈은 리더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후반기 최고구속 144㎞를 찍으면서 포크볼과 커브 등, 변화구의 각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 ‘긴장은 잠시’, 2회부터 살아난 양훈

‘깜짝카드’는 1회 흔들렸다. 2사 후 민병헌(볼넷)~김현수(안타)~양의지(볼넷)를 연속 출루시키며 만루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오재원을 4구만에 스트라이크아웃낫아웃으로 처리한 뒤, 포수 박동원이 떨어뜨렸던 공을 주워 홈플레이트를 밟고 3루주자를 잡아냈다.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양훈은 2회부터 웃음을 찾았다. 높은 타점에서 때리는 묵직한 직구와 포크볼, 커브가 상대 타선을 요리했다. 2차례 병살타를 유도하며 6회 1사까지 막아냈다. 한계투구 90개에 다다르면서 6회 1실점했지만 기대 이상의 놀라운 피칭이었다.

넥센이 연장 10회 아쉽게 끝내기 패배를 당하며 양훈의 승리투수 요건을 날아갔지만 믿음직한 투수를 건졌다. 넥센의 반격이 시작된다면 다시 한번 4차전에 나와 멋진 투구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잠실 |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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