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시 17일과 18일 약 3만 5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이 같은 평가를 재증명했다.
특히 올해 GMF에는 몇 가지 특기할만한 무대가 존재했는데, 데뷔 20주년을 맞이해 처음으로(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삐삐밴드의 페스티벌 출연이 대표적이다.
18일 오후 4시 30분부터 체조경기장에 차려진 미드나잇 선셋 무대에 오른 삐삐밴드는 그 명성답게 약 1시간에 걸쳐 충격적이고 기묘함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위적인 무대를 펼쳐보였다.
가히 2015년 모든 페스티벌을 통틀어 가장 색다른 무대로 꼽을만한 공연이었다.
첫 시작은 무난했다. 넘버원 코리안과 함께해 스카 풍으로 재편곡된 ‘안녕하세요’와 ‘유쾌한 씨의 껌씹는 방법’은 GMF 특유의 편안한 가을 소풍 같은 분위기(물론 풀사운드 밴드도 다수 출연한다)에 비해 다소 격한 느낌은 있었지만 여느 페스티벌의 누군가의 무대에서 볼 수 있을법한 한도내 였다.
본격적으로 삐삐밴드 특유의 스타일을 선보인 건 그 뒤 이어진 ‘나쁜 영화’부터였다. 페스티벌 무대에서는 드물게 퍼포먼스팀까지 동원한 ‘나쁜 영화’의 무대는 평범한 라이브가 아닌 한 편의 전위 예술을 보는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이윤정이 “이상하죠?”라고 관객들에게 되물을 정도로 독특한 춤사위와 몸짓이 어우러진 이들의 무대는 ‘SOS’와 ‘ㅈㄱㅈㄱ’ 등에서도 계속해서 이어졌고, ‘삐삐밴드가 아니면 누가 이런 짓을 할 것이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묘하고 충격적인 무대가 이어졌다.
퍼포먼스팀이 기묘함과 낯섦을 더한건 분명하지만, 이들의 무대를 가장 독특하게 또 빛나게 만든 건 역시 ‘소리’였다.
목소리 그 자체가 어딘가 이펙트가 걸린 듯한(실제로도 이펙트가 걸린 몇 개의 마이크를 미리 준비해 뒀었다)의 이윤정의 보컬과 시종일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달파란의 미디와 키보드, 박현준의 안정적인 기타는 삐삐밴드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인 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쉽게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혁신적이고 남달랐다.
또한 첫 페스티벌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수 십 년간 꾸준히 출연해온 락커 못지않게 열정적인 무대매너와 라이브실력을 보여준 이윤정의 모습은 마냥 난해하고 희한한 공연이라고만 할수 없는 흥을 불러일으켰다.
그 분위기는 다소 다르지만 우드스탁 1994에서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가 보여준 충격적인 무대 퍼포먼스가 연상되는 1시간이었다.
올해를 넘어 근래 수년간 가장 혁신적이고 충격적인 무대를 선보인 삐삐밴드였지만 이날 공연은 큰 아쉬움이 있었다.
삐삐밴드 스스로가 어떻게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관객이 너무 적었다’는 것이 그것이다.
삐삐밴드의 공연이 시작할 당시 스탠딩석에 자리한 관객들은 100여명 남짓으로, 좌석에 앉아있던 관객까지 다 포함해도 200명이 채 되지 않았으며, 다른 스테이지의 공연이 끝난 마지막까지 체조경기장에 모인 관객은 3~400명 정도에 불과했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 이윤정이 “와~ 100만 명이 오셨네요. 우리끼리 재밌게 놀면 되죠”라고 너스레를 떨긴 했지만 1만석 규모의 체조경기장이 허전해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적은 관객으로 인한 장점도 있었다. 정말 눈에 다 보일정도로 적은 사람들 탓에 공연의 몰입도는 어느 공연보다도 뛰어났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그래도 ‘딸기’와 ‘Over & Over’를 부를 때 “무대 올라올 사람? 아는 사람은 같이 불러요”라는 이윤정의 요청에 아무도 응하지 못할 정도로 적은 관객은 공연의 완성도와 신선함에 비해 짙은 아쉬움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 가요사에서 가장 문제적인 밴드로 꼽히는 삐삐밴드의 첫 페스티벌 나들이는 과연 그 명성만큼이나 기묘하고 독특하고 충격적이었다.
이를 더 많은 사람이 보지 못했다는 점은 계속해서 아쉬움이 남겠지만, 그날 그 자리에 있던 수백여 명의 관객들에게 만큼은 아마도 평생 기억에 남을만한 색다른 무대였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