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파랗게 그리고 하얗게 물든 잠실구장

입력 2015-10-3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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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한국시리즈 3차전 삼성라이온스와 두산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5-1 역전승을 거두며 시리즈 전적 2승 1패를 기록한 두산 선수들이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잠실|김종원기자 won@donga.com

■ KS 3차전

2차례 우천 중단…만원 관중들 우비 응원
PS 4연속경기 매진…가을야구 절정으로


두 차례의 우천 중단, 그리고 두 차례의 뜨거운 함성.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 3차전. 대구구장에서 열린 1차전과 2차전을 나눠가지며 1승1패로 맞선 상황에서 승부의 분수령이 될 이날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양 팀의 팬들은 관중석을 가득 메웠다. 티켓은 오픈과 동시에 2만5000석이 전량 매진됐다.

악재도 있었다. 경기 시작 10여분 전부터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경기는 예정대로 오후 6시30분에 돌입했지만 빗줄기가 점점 굵어졌다. 1회말 두산 1번타자 정수빈의 공격 도중 폭우가 쏟아졌다. 최수원 구심은 이내 경기중단을 선언했다. 구장관리요원들은 마운드와 홈플레이트를 방수포로 덮었다. 관중들도 비를 피하기 위해 지붕이 덮인 관중석 상단으로 옮겨갔다. 경기장 밖 관중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물밀듯이 관중석으로 들어왔다. 비가 잦아들자 최 구심이 들어와 그라운드 상황을 보고 경기재개를 선언했다. 정확히 20분 만이었다. 많은 관중들이 뜨거운 함성을 내지르며 선수들을 반갑게 맞았다.

2번째 폭우가 쏟아지면서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3회초 2사 후 삼성 야마이코 나바로 타석에서 다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경기가 32분간(7시 37분∼8시9분) 지연됐다. 선수들은 덕아웃으로 철수했다. 하지만 흥에 겨운 관중들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각자 마련한 우비를 갖춰 입고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두산의 1루측 관중석은 하얀 물결로, 삼성의 3루측은 관중석은 푸른 물결로 뒤덮였다. 비에 젖은 우비는 더욱 선연한 색깔을 드러내며 관중석을 찬란하게 물들였다. 두산 관중들은 두산 구단에서 무상으로 대여한 LED 팬라이트(응원팔찌)와 개인 스마트폰을 들고 단체응원을 펼쳤다. 형형색색의 빛깔이 그리는 응원물결이 장관을 이뤘다. 이에 질세라 삼성 팬들도 불을 뿜는 두 마리의 사자상을 끼고 응원가를 불렀다.

이번 포스트시즌은 첫 시행된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를 포함한 5경기 동안 단 1경기도 매진에 성공하지 못하고 흥행 부진이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kt 장성우의 사생활 문제와 삼성 주축 선수 3명의 해외원정도박 스캔들, 히어로즈의 J트러스트 네이밍 스폰서 파문 등이 연거푸 터지며 가을잔치에 재를 뿌렸다. 하지만 이날 3차전에서 보여준 관중들의 열띤 응원에 힙입어 두산-NC의 마산 플레이오프 5차전(24일) 이후 4연속경기 매진 행렬을 기록하며 마지막 가을야구에 불씨를 뿌렸다. 비도 뜨거운 한국시리즈 열기를 막지 못했다.

잠실 |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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