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개그맨들이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tvN ‘코미디 빅리그’로 활동무대를 옮기는 현상이 ‘집단이탈’로 비춰지는 해프닝이 있었다. 사진제공|KBS·CJ E&M
방송사 전속 계약 견디며 출연 코너 히트
힘들게 이룬 성공…타방송 러브콜에 흔들
기획사는 “키워줬더니 떠나”배신감 토로
최근 KBS 2TV ‘개그콘서트’(개콘)의 개그맨들 중 일부가 제작진과 불화로 경쟁 프로그램인 케이블채널 tvN ‘코미디 빅리그’로 무대를 옮겨간다는 ‘집단이탈설’이 불거졌다. 제작진과 소속사 측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밝히면서 한바탕 소동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잊힐 만하면 떠오르는 이 같은 소문은 앞으로도 언제든 또 다시 도드라질 수 있다고 방송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일부 개그맨들 사이에서는 “따지고 보면 제 집 같은 무대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가려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래서 이들은 ‘이탈’이라는 말은 적절치 않다고 말한다. 말 그대로 “살아남기 위함”이라는 항변이다.
● 이탈이 아닌 까닭은?
대체로 현재 활동 중인 개그맨의 대부분은 지상파 방송사의 공채 개그맨 출신이다. 이들은 개그맨 시험에 합격하면 보통 2년 동안 방송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그 관리 아래 활동한다.
일정한 연수 등 기간을 거친 뒤 본격적으로 무대에 오를 시점이 되면 일주일 내내 밤낮 가리지 않고 아이디어를 짜낸다. KBS 2TV ‘개그콘서트’(개콘)나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에 출연 중인 신인개그맨들은 이런 과정을 거쳐 무대에 오르는 셈이다. 이를 통해 일정한 출연료가 생기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경비 수준의 일정액을 받는다. 하지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은 못돼, 제작진이 단역으로 출연시키기도 한다.
전속계약이 끝난 뒤 적절한 능력과 개성을 갖춘 신인들은 기획사와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연예활동을 시작하지만 ‘개콘’이나 ‘웃찾사’의 출연 방식은 이전과 다르지 않다. 현재 이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라면 예외가 아니다.
이 과정에서 시선을 끌지 못하는 개그맨도 나오기 마련. 결국 이들은 다른 방송사나 행사, 공연 등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된다. 문제는 이들과 다른 인지도 높은 톱스타급 개그맨의 경우다. ‘이탈설’의 장본인들도 물론 이들이다.
‘개콘’과 ‘웃찾사’ 등에 출연 중인 이들은 회당 200만원가량의 출연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출연 코너가 없다면 출연료는 대폭 낮아진다. 그래서 경쟁은 더욱 치열하고 한 편의 코너를 만들어내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쏟아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은 인지도와 인기를 얻기까지 쏟아 부은 노력과, 덕분에 얻은 현재의 위상에 자신을 비춰볼 것은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자신의 개성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언제든 달려가고 싶은 욕망을 가질 법하다.
● 그래도 과거보단 나아졌다!
몇 년 전만 해도 ‘개콘’뿐만 아니라 지상파 방송사의 공채 개그맨들이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하려면 제작진의 최종 사인이 떨어져야만 가능했다. 소속사가 인정하더라도 제작진이 반대하면 출연할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많이 유연해지고 있다. ‘개콘’의 경우 3월 새로운 연출자가 맡으면서 출연자들을 모아 놓고 “미리 양해를 구하고, 프로그램에 피해만 끼치지 않는다면 다른 프로그램 출연은 괜찮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과거처럼 무작정 막는 분위기가 아니다.
물론 어느 프로그램이나 그 제작진도 경쟁무대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서는 약간의 민감함을 내보인다. 다수의 개그맨이 소속된 한 기획사의 관계자는 3일 “신인시절부터 한 프로그램에서 지내며 잘 키워뒀더니 경쟁프로그램으로 간다고 한다면, 섭섭함과 약간의 배신감을 느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이탈’은 재능과 실력과는 별도로 남는 방송가와 개그맨들 내부의 정서적 문제인 셈이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