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트랙] 김인식호 드라마는 계속된다…2009년 WBC의 기적

입력 2015-11-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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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프리미어 12’에 출전한 야구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로 꼽히지만, 비슷한 평가를 받았던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준우승의 위업을 일궜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오른쪽 줄 맨 앞)이 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벌어진 쿠바와의 1차 평가전에서 승리한 뒤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당시에도 저평가 받은 대표팀 준우승 쾌거
한일전만 5차례…결승전까지 명승부 연출


“가위바위보를 해도 한일전이 재미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한국야구 역사에서도 숙적 일본과의 맞대결은 대대로 숱한 드라마를 연출하고 수많은 ‘일본 킬러’들을 배출하면서 의미 있는 순간들을 선사해왔다.

한국은 야구 세계랭킹 상위 12개국이 참가하는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 역시 8일 삿포로돔에서 펼쳐진 일본과의 맞대결로 시작했다. 해외파 선수 대부분이 참가하지 못하고 부상 선수도 많아 역대 최약체로 꼽히는 대표팀이지만, 사실 돌이켜 보면 2009년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도 한국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저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2006년 제1회 대회 4강을 뛰어넘은 준우승이었다.

그 대회는 한국과 일본 취재진 사이에서 ‘한일베이스볼클래식’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한 대회에서 한국과 일본이 무려 5차례나 만났기 때문이다. 결과도 롤러코스터 같았다. 아시아 지역예선인 조별리그 1라운드 첫 경기에선 ‘일본 킬러’ 김광현이 선발로 나섰다가 일본의 현미경 분석 앞에서 처참하게 무너졌다. 한국은 2-14로 7회 콜드게임 패를 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그러나 1라운드 결승전에선 선발 봉중근이 일본 리드오프 스즈키 이치로와의 기 싸움에서 완벽하게 승리하며 한국이 1-0으로 이겼다. 이승엽의 빈 자리를 메운 새 해결사 김태균이 천금같은 결승타를 때려냈다.

A조 1위와 2위로 2라운드에 진출한 한국과 일본은 8강전에서 다시 만났다. 일본의 간판 스즈키 이치로는 “헤어진 여자친구와 재회한 기분”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한국은 이 경기에서도 또 한 번 봉중근의 역투를 앞세워 승기를 잡아나갔다. 윤석민과 김광현이 필승 계투조로 뒤를 받쳤다. 4-1로 이겨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펫코파크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으며 승리를 자축했다. 이어진 4번째 맞대결은 2라운드 결승전. 이미 4강에 오른 한국은 2-6 패배를 떠안은 대신, 마운드와 타선의 핵심전력을 아끼고 백업 멤버들을 출전시켰다. 그 덕분에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에 총력을 기울여 10-2 대승을 엮어냈다.

그리고 찾아온 일본과의 마지막 5번째 만남. 외나무다리와도 같은 결승전이었다. 한국 김인식 감독은 ‘위대한 도전’을 선언했고, 일본 하라 다쓰노리 감독은 ‘세기의 경기’라고 단언했다. 한국은 9회초까지 1-2로 뒤졌다. 그러나 9회말 2사 1·2루서 이범호가 일본 최고의 투수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동점 적시타를 터트렸다. 2루주자 이종욱이 슬라이딩으로 홈을 밟는 순간, 대한민국 전체가 들썩거렸다. 결국 연장 승부 끝에 패하면서 우승은 좌절됐지만, 선수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한국야구의 뒷심을 보여줬다.

삿포로(일본)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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