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DA:다] 웃고 놀면서 쉽게 돈 번다고? 예능인들은 웁니다

입력 2015-11-13 14: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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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닷컴DB

지상파와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을 넘나들며 활약하던 개그맨 정형돈이 불안장애를 호소하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12일 정형돈의 소속사 측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그가 오랫동안 앓고 있었던 불안장애가 악화돼 모든 방송 활동을 당분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그의 불안장애는 이미 여러 방송을 통해 공개된 바 있지만 갑작스러운 활동 중단 선언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기에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내면의 붕괴가 정형돈이 유독 예민했기 때문이라고 보긴 어렵다. 차태현, 김장훈 등을 비롯한 많은 스타들이 불안장애 혹은 공황장애를 고백했기 때문.

특히 본인의 현재 상황과 상관없이 매번 웃음을 만들어야 하는 예능인들은 상상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이 방송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현재 유명 공개 코미디에 출연 중인 한 개그맨은 "정형돈 선배 같은 유명 예능인이 아닌 신인급들도 단 몇 분을 위해 개그 아이디어를 쥐어 짜낸다. 여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거기에 매주 방송 전에 제작진 앞에서 심사를 받고 수정을 거친다. 이런 정신적 노동의 피로도가 크다"며 "이 피로를 견디지 못하고 그만 두는 개그맨 후배도 많다"고 말했다.

사진│동아일보DB


또한 한 예능국 관계자도 "김구라의 경우를 봐도 예능인들이 왜 마음의 병을 앓는지는 분명하다. 해답이 보이지 않은 개인적인 문제들을 끌어 안고 있어도 프로로서 타인들과 웃고 떠들어야 한다. 여기서 오는 자괴감이나 괴리감이 차곡차곡 쌓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면에서 보면 소위 말하는 '뜬다'라는 개념이 주는 중압감이 있다. 연예인은 시청자 혹은 제작진으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하는 만큼 잊혀지지 않기 위해 계속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며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앓는다는 가면 증후군 같은 개념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부 몰지각한 누리꾼의 말대로 예능인들이 '놀면서 돈 버는 것' 같아도 이들의 속은 야금야금 타들어 가고 있었다. '물 들어올 때 노젓는 식'의 활동이 아닌 적절한 휴식과 재충전을 더한 스케줄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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