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국 때문에…” 경기일 전날까지 8강 시간·장소 미정 ‘황당’

입력 2015-11-1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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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흥행 위해 대만경기 우선배정 이유
우천지연 소동 등 미숙한 운영도 도마위

8강전이 코앞인데, 일정은 감감무소식이었다. 첫 국제대회에 임하는 ‘초보’ 조직위원회와 개최국에 대한 지나친 ‘배려’가 황당한 상황을 낳았다.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는 폐지된 야구월드컵을 대신해 만들어진 대회다. 야구의 올림픽 정식종목 부활을 위해 창립된 WBSC가 올림픽의 전초전 성격으로 창설했다.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개최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있지만, 국제대회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WBSC는 새로운 대회를 주창했고, 4년에 한 번 개최해 장차 올림픽 출전 티켓을 부여하는 쪽으로 대회를 확장하려 하고 있다.

야심 차게 출범했지만, 조직위는 대회의 권위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미 MLB 사무국이 40인 로스터 내 선수들의 출전을 불허하면서 ‘반쪽짜리’ 국제대회가 됐고, 아시아 3국(한국·일본·대만)의 잔치로 전락한 모양새다. 8강전 일정만 봐도 이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조직위는 조별예선 종료 이튿날인 16일 8강전 4경기를 배정했다. 하루에 4경기를 모두 개최하는데, 대진방식 외의 모든 것이 ‘미정’이었다. 이는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가 벌어진 15일까지 마찬가지였다. 모든 참가국이 이튿날 8강전을 언제, 어디서 치르는지 모르는 상황이 빚어졌다.

조직위의 미숙한 운영은 이미 11일 베네수엘라-미국전 우천지연 때부터 노출됐다. 이 경기가 2시간 가량 지연된 탓에 뒤이어 같은 장소에서 예정된 한국-도미니카공화국전 개시 시간이 3차례나 변경됐다.

8강 일정 확정이 늦어진 것은 개최국 대만 때문이었다. 대회 흥행과 직결되는 대만전을 가장 좋은 시간대, 가장 좋은 장소에 배치해야 한다는 이유로 조직위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하필 대만이 조별예선(A조) 초반부터 고전하면서 순위 확정도 늦어졌다. 대만이 A조 1위가 불가능해지자, A조 1위-B조 4위의 8강전을 4경기 중 유일한 낮경기로 먼저 배정했다.

이미 한국은 대회 흥행을 위해 조별예선 첫 경기를 공동개최국인 일본의 삿포로돔에서 치르고 2차례나 이동하는 고충을 감수했다. KBO 관계자는 15일 한국-미국전에 앞서 “낮경기와 밤경기, 그리고 3개 구장(타오위안·타이베이 티엔무·타이중 인터콘티넨탈) 어디로 결정될지 미지수라, 장거리 이동이 포함된 3∼4개의 시나리오를 갖고 상황에 따라 준비 중”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타이베이(대만)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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