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한대화는 1982년 세계선수권대회 일본과의 결승에서 터트린 3점포 한 방으로 국민적 영웅이 됐다. 2.‘일본 킬러’ 구대성(왼쪽)이 일본과의 2000시드니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완투승을 거둔 뒤 포수 홍성흔과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3.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주역이었던 이승엽(왼쪽)이 후배 정근우(가운데), 류현진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4.봉중근은 2009년 제2회 WBC에서 일본전 승리의 첨병으로 활약하며 ‘의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사진순서는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 결승전 5-2 역전승
2008베이징올림픽 준결승전 이승엽 결승포
2009WBC 준우승…日과 5번 맞대결 악연
또 다시 만났다. 한국은 19일 도쿄돔에서 열리는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 준결승에서 일본과 운명의 대결을 펼친다. 사실상의 결승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이번 대회 개막전에서 0-5 패배를 안겼던 한국의 ‘숙적’이다. 그러나 한국야구 역사에서 한일전은 우리에게 좌절감을 안기기도 했지만, 환희를 느끼게 해준 무대이기도 하다. 어쩌면 앞서 겪었던 완패가 앞으로 탄생할 드라마를 더 극적으로 완성하기 위한 밑바탕이 될지도 모른다.
● 1963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역대 한일전 드라마의 첫 주인공은 바로 김응룡 전 한화 감독이었다. 해방 이후 일본에 7전패를 당하고 있던 한국은 1963년 서울에서 열린 제5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일본과의 첫 대결에서 5-2로 승리하면서 광복 18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야구를 제압했다. 이어 결승전에선 당시 만 22세였던 김응룡이 1회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뽑은 뒤 1-0 살얼음판 리드를 이어가던 8회 무사 1루서 큼직한 쐐기 중월2점홈런을 터트렸다. 한국이 처음으로 일본을 꺾고 아시아 무대에서 우승하던 순간이었다. 경기 후 일제시대 설움을 겪었던 국민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내려와 선수들을 얼싸안고 펑펑 울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 1982년 세계선수권대회
1982년 잠실구장에서 열린 제27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 7회까지 단 1안타에 그치며 0-2로 끌려가던 한국은 8회 선두타자 심재원의 중전안타와 김정수의 2루타로 1점을 추격한 뒤 계속된 1사 3루서 그 유명한 김재박의 ‘개구리 스퀴즈 번트’로 천금같은 동점을 만들어냈다. 이어 2사 1·2루서 타석에 들어선 ‘해결사’ 한대화가 잠실구장 왼쪽 폴 상단을 때리는 역전 결승 3점홈런을 작렬했다. 한국의 5-2 역전승. 잠실구장에는 수용인원 3만명을 훌쩍 넘는 인파가 몰렸고, 경기 기념우표는 발행 당일 300만장이 매진됐다.
● 2000년 시드니올림픽
한국야구가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던 2000시드니올림픽 3·4위전 상대는 얄궂게도 일본이었다. 다행히 한국은 일본과의 예선전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7-6으로 이기면서 자신감을 회복한 상태였다. 일본은 예선에 이어 또 다시 ‘괴물’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선발등판시켰지만, 한국도 ‘일본 킬러’ 구대성을 내세워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 0-0이던 8회 2사 2·3루서 이승엽이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날리면서 한국이 승기를 쥐었다. 구대성은 9이닝 5안타 11탈삼진 1실점으로 완투승. 당시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응룡 감독은 “동메달을 딴 것보다 일본을 이겼다는 것이 더 기쁘다”고 말했다.
● 2006년 제1회 WBC
‘국민타자’라는 호칭은 단 한 명에게만 쓸 수 있다. 이승엽이다.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의 1라운드 첫 대결이 그 이유를 보여준다. 이승엽은 1-2로 뒤진 8회 1사 1루서 이시이 히로토시를 상대로 역전 결승 우월2점홈런을 쏘아 올리며 대한민국을 환호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2라운드 재대결에선 대표팀 주장 이종범이 제몫을 해냈다. 0-0으로 맞선 8회 1사 2·3루서 일본 최고의 소방수 후지카와 규지를 상대로 결승 2타점 2루타를 작렬했다. 이종범은 양 팔을 벌리고 포효하며 첫 WBC의 ‘4강 신화’를 자축했다.
●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일본은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야구가 따냈던 ‘전승 금메달’의 제물이기도 했다. 특히 준결승이 백미였다. 결승 길목에서 일본과 재회한 한국은 더 중요한 경기에서 지면 안 된다는 부담감에 시달렸다. 그러나 한국에는 숨죽이고 있던 홈런왕 이승엽이 있었다. 예선 7경기에서 22타수 3안타로 부진했던 이승엽은 2-2로 맞선 8회 1사 1루서 이와세 히토키의 직구를 퍼 올려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결승 2점홈런을 터트렸다. ‘일본 킬러’ 김광현은 8이닝 2실점(1자책점) 역투를 펼치며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켰다.
● 2009년 제2회 WBC
제2회 WBC는 무려 5번이나 한국과 일본이 맞붙었던 대회다. 과정도 드라마틱했다. 한국은 일본에서 열린 1라운드 1·2위 결정전에서 새로운 ‘일본 킬러’ 봉중근의 역투와 김태균의 결승 적시타를 앞세워 1-0으로 승리하면서 첫 경기 7회 콜드게임 패(2-14)의 수모를 말끔히 되갚았다. 또 8강전에선 다시 마운드에 오른 선발 봉중근에 이어 윤석민∼김광현의 필승 계투를 앞세워 4-1로 이겨 4강 진출을 확정했다.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다시 태극기가 휘날린 순간이었다. 비록 패하긴 했지만, 결승전 역시 명승부로 꼽힌다. 1-2로 뒤진 한국은 9회말 2사 1·2루서 이범호가 일본 최고의 투수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동점 적시타를 때려내면서 승부를 연장까지 몰고 갔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