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호’,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라 쓰고 ‘김대호’라 읽는다?

입력 2015-12-07 11: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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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호’ 속 ‘대호’가 배우와 스태프들 사이에서 ‘김대호’라는 이름을 얻게 된 사연이 공개됐다.

일제강점기, 더 이상 총을 들지 않으려는 조선 최고의 명포수 천만덕(최민식 분)과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를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 영화 ‘대호’. 영화 촬영 현장에는 호랑이에 관한 각종 인형과 더미(Dummy)들, 그리고 호랑이를 대체할 모션 액터가 상주하고 있었다. 최고 기온 영하 18도의 극한에 촬영 현장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호랑이와의 연기는 배우들은 물론, 스태프들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구경 역의 정만식은 “온갖 상상력을 다 동원해서 연기했다”며 촬영 당시 고충을 밝힌 바 있다. 조선 최고의 명포수 천만덕으로 분한 최민식은 “현장에서 ‘컷’ 소리가 나면 배우들도 풀어지듯이, 상상 속의 호랑이도 ‘컷’ 하면 저쪽에 가서 물을 마실 것 같은 느낌을 상상했다”며, 단순히 눈에 안 보이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연기하는 존재, 하나의 캐릭터로서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인 ‘대호’이었음을 전했다.

‘대호’의 생생한 움직임과 리얼한 시점을 완벽한 카메라 워킹을 통해 담아낸 이모개 촬영 감독은 “촬영이 50% 정도 지나고 났을 때 스태프들 모두 호랑이가 없이 촬영을 했을 때도, 각자 자신만의 ‘대호’를 생각하고 상상했다. 예를 들면 호랑이가 없이 찍었는데, 저는 지금 막 지나간 것 같다고 하면, 다른 친구들은 아직 안 지나간 것 같다고 말하는 식으로”란 말로 현장에 직접 있지 않았지만 전 스태프의 마음의 눈을 하나로 묶어 준 ‘김대호’의 존재감을 전했다.

‘대호’의 박민정 PD는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가 호랑이에게 이름을 붙여줬다. 호랑이가 나오는 장면에 카메라 세팅이 끝나면 ‘준비 됐습니다. 김대호 씨 오세요’라고 한다. 그렇게 우리 호랑이는 ‘김대호’가 되었다”며 ‘대호’의 이름이 ‘김대호’로 불리기까지의 사연을 공개했다. 그리고 ‘대호’가 단순한 호랑이를 넘어 생생한 캐릭터로 실체를 얻은 ‘김대호’가 되기까지는 조선 최고의 포수 천만덕을 연기한 최민식의 역할이 컸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블루 천으로 제작된 호랑이에 최민식 선배님이 직접 눈, 코,입을 그리고 늘 품에 안고 다니며 ‘이 분이 귀한 분이야’라는 말로 보이지 않지만 현장에 실재하는 것 같은 ‘대호’의 존재감을 만들어주셨다. 그 후 배우, 스탭 할 것 없이 모두가 말 못하는 동물과 대화를 나누듯 호랑이와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100년 만에 스크린에서 되살아난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대호’의 탄생 뒤에 숨겨진 이름 ‘김대호’에는 그를 탄생시킨 부모와 다름없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진심 어린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신세계’의 박훈정 감독이 각본과 감독을 맡은 영화 ‘대호’는 16일 개봉 예정이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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