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부자들’ 조우진 “16년 만에 쏟아진 관심, 그저 얼떨떨”

입력 2015-12-07 16: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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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관람불가라는 핸디캡(?)에도 불가하고 연일 흥행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제작 내부자들문화전문회사)은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세명의 주연배우 외에도 연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충무로의 남자 배우들이 모두 집결한 작품이다. 그 막강한 배우진 중에서도 톱을 들고 “여 썰고, 여 하나 썰고, 복사뼈 위로 썰고…” 무표정한 얼굴로 섬뜩한 대사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조상무’ 역의 조우진은 관객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기며 단숨에 신 스틸러로 떠올랐다.

실제로 만난 조우진은 짧은 시간 쏟아진 사람들의 관심이 마냥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그는 “시사회를 비롯해 ‘내부자들’을 총 세 번 관람했지만 민망해서 내가 등장하는 장면은 잘 못 보겠더라”며 “‘내 작품이다’ 라는 표현은 아직 입밖에 선뜻 나오지 않는다”고 쑥스러워 했다.

“저를 선택해주신 감독님께 감사하죠. 400만을 돌파하고 나서 감사인사 겸 ‘축하드린다’는 문자를 보냈어요. 예전에 감독님께서 ‘400만 정도면 서로 많은 사람들이 해피하지 않을까’라고 하셨던 게 기억나 400만 관객을 돌파하고서 연락을 드렸어요. 영화가 잘 돼 감독님께서 많이 기뻐하실 거예요.“

영화 속 조상무는 악행을 실행에 옮기는 행동파지만 험악한 표정을 짓는다거나 그 흔한 육두문자 한번 뱉지 않는다. 대기업 상무라는 직책에 맞게 슈트를 차려입고 무테 안경 넘어 감정 없는 눈빛으로 자신한테 주어진 일을 처리해 나갈 뿐이다. 소위 ‘젠틀한 악역’이다.

“감독님은 조상무를 평범하고 낯선 사람이 월드스타 이병헌 혹은 ‘안상구’라는 인물에게 악행을 가했을 때 관객들이 느낄 수 있는 섬뜩함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인물로 그리고자 하셨어요. 디테일들은 주변에 있을 법한 분들을 참조했고요. 예전에 공장 아르바이트를 할 때 품질 보증부 부장님이 누가 봐도 큰 일 들을 프로페셔널한 냄새를 풍기면서도 드러내지 않게 평범하게 처리하곤 했어요. 그래서 살인이나 폭행도 조상무에게는 그저 ‘경리가 돈을 세는 것’과 같이 평범한 일과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표현하려고 했어요.”

16년간의 긴 무명의 시간동안 생업을 위해 경험했던 많은 일들이 조상무 역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는 그에게는 오디션을 통과하고 촬영을 진행하고 개봉하기까지 일련의 과정들이 그저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기라성같은 많은 배우들과 함께한 촬영 현장은 ‘내부자들 외전’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영화였다.

“호흡이나 몰입도, 연기력 자체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분들이라 따라가느라 바빴어요. 현장의 냄새, 기운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동경하는 마음, 팬의 마음으로 그 자체를 즐겼지만 한편으로는 같은 연기자로서 배우고 싶다, 뺏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죠.”

특히 극 중에서 조연배우 중 유일하게 3명의 주연배우 모두와 합을 맞춰 본 조우진은 세 배우 각각의 특징과 매력에서 배울 점이 많았고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백윤식 선생님은 절대 힘을 안주고 국어 선생님께서 시조 읊조리듯 고풍스럽고 우아하게 말씀을 툭툭 뱉으시는데 그게 굉장히 카리스마가 있어요. 범 같은 기운이 느껴지죠. 이병헌 선배님과의 신에선 대사를 주고 받아야 하는데 처음엔 선배님 대사 치는거에 감탄하기 바빴어요. 원래 담배를 끊었는데 이병헌 선배님이 담배를 피우는 걸 보고 참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담배피우는 모습조차 굉장히 멋있으세요. 승우는 친화력이 정말 좋았어요. 선배님, 스태프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스킨십하고. 현장에서 승우가 막내였는데 저한테는 막내가 아니라 형 같았어요. 여유있는 모습도 배우고 싶고,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고요. 저런 형이 있었으면 싶어요. 술도 좀 사달라고 하고 싶고요.”(웃음)

‘내부자들’은 나락으로 떨어진 정치깡패부터 성공에 목마른 족보없는 검사, 권력을 쥐려는 주요 언론사 주필,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 재벌 회장까지… 수컷냄새 진하게 나는 캐릭터들의 향연이었다. 매력 넘치는 캐릭터 중에서도 배우로서 도전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는 뭐였을까? 그는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한참을 신중하게 생각한 끝에 어렵사리 ‘장필우’ 역을 택했다.

“모든 역할이 매력있지만 이경영 선배님의 장필우 역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전 이경영 선배님께서 장필우 의원을 그렇게 야수처럼 묘사할지 몰랐어요. 저 멀리서 장필우가 걸어오는데 ‘정말 차기 대권주자는 저렇게 걷는구나’ 싶었고 권력의 파도가 밀려오는 느낌이었어요. ‘야수다. 저건 야수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언젠간 나도 저런 야수성을 지닌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우민호 감독은 ‘내부자들’이 흥행하면 3시간 40분짜리 감독판을 개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조우진 또한 내심 감독판을 기대한다고.

“처음엔 선배들 연기 감상하기 바빴는데 다시 보니 처음엔 안 들렸던 대사들도 들리고 소소한 장면도 재밌게 느껴지더라고요. 개봉작은 사건 위주 영화인 반면 감독판은 나온다면 캐릭터를 두각 시켜놓은 영화가 될 거라고 하셔서 그 나름의 재미가 있을거에요. 조상무는 또 어떤 색으로 펼쳐질까 궁금하고 저도 관객의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크랭크업한지 이미 1년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촬영 현장을 생각하면 설렌다는 그는 끝까지 ‘내부자들 팬’임을 자처하며 관객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아직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내부자들’이 주는 통쾌함을 느껴 보시고 함께 공유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이미 한번 보신 분들에게는 볼 때마다 새로운 장면과 재미를 선사할 거에요. 여러 번 보셔도 좋습니다.”

동아닷컴 권보라 기자 hgbr36@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ㅣ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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