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지코가 왔노라, 지코가 보았노라, 지코가 이겼노라

입력 2015-12-08 07: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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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라는 명언은 율리어스 시저가 아니라 지코가 했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듯하다.

지코가 7일 발매한 첫 솔로앨범 '갤러리'는 공개직후 타이틀곡 '유레카'가 7개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일부 차트에서는 수록곡 'Veni Vidi Vici'와 '오만과 편견'이 2~3위를 차지해 줄세우기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사실 지코의 이런 상승세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갤러리'의 선공개곡인 '말해 YES or No'나 'Boys And Girls' 등도 이미 각종차트 1위를 휩쓸었으며, 특히 'Boys And Girls'는 일간, 주간, 월간 차트까지 석권하며 현재도 대부분의 차트 상위권에 포진해있다.

뿐만 아니라 지코는 피처링과 '쇼미더머니' 등을 통해 끊임없는 활동을 펼쳐, 2015년 내내 차트 안에 자신의 이름을 등장시켰다.

지코의 이런 호성적이 더 의미있는 이유는 단순한 인기를 넘어 실력적인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함께 이뤄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힙합씬의 기초를 다진 대선배들 역시 지코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MC 스나이퍼는 최근 인터뷰 중 눈에 띄는 후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지코가 요즘 분위기를 탄 게 확실하다"라고 그의 이름을 언급했고, 허니패밀리의 리더 박명호 역시 "지코는 확실히 재능이 있다. 잘 하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YG엔터테인먼트의 수장 양현석은 지난 10월 아이콘의 데뷔 기자회견에서 "'쇼미더머니'를 보면서 지코의 랩과 프로듀싱 능력에 놀랐다. 그냥 아이돌이 아니구나 싶었다. 따로 만나서 이야기도 나눴다"라고 그를 높이 평가했다.

사진|세븐시즌스


이는 그저 전도유망한 후배들을 위한 선배의 립서비스가 아니다. 지코가 '쇼미더머니'의 프로듀서로 출연했을 때, '심사위원 자질 논란'과 이슈가 그리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돌이켜 보면, 이미 힙합씬은 물론 대중들 역시 지코의 실력과 재능은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다이나믹듀오나, 자이언티, 도끼, 더콰이엇, JTONG, 크러쉬 등 힙합씬에서 날고 긴다 하는 랩퍼와 보컬들이 지코의 주위에 모이는 모습은 지코가 현재 어떤 평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방증이다.

물론 지코가 이 같은 위치에 서기까지 기울인 노력과 집념은 짐작하기 힘들 정도다. 일례로 지코는 '갤러리'의 앨범을 작업하면서 "자이언티와 JTONG의 피처링 섭외를 위해 각각 3개월씩 걸렸다. 피처링 섭외만 반년이 걸린 셈이다. 또 JTONG 같은 경우 곡을 스케치하고 계속 언질을 줬다. 1절 나오고 들려주고, 2절 나오고 들려주고..."라고 말해 곡 하나마다 최상의 시나리오를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렸다.

'랩퍼 지코'와 '블락비의 리더 지코'에 대한 자각도 지코가 단순한 아이돌랩퍼가 아닌 힙합 뮤지션으로 인정받는 이유이다.

지코는 "내가 영화감독이라면 지코는 감독판이고 블락비는 전체관람가 버전이라고 생각한다. 블락비의 경우 남녀노소간의 공감대를 공략하고, 모두 다 즐길 수 있게 만들어야한다는 확실한 목적의식이 있다. 하지만 솔로 지코는 그런 부분에 눈치를 보지 않으려고 한다. (솔로앨범을)커머셜하게 가려고 했으면 19금 제한이 있게 가사를 쓰지 않았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가사로 발매한 건, 지코로 음악을 할 때는 내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라고 블락비에서의 지코와 솔로 지코를 명확하게 구분했다.

이어 "사실 ('갤러리'의)차트 성적을 전혀 신경 안 쓴 건 아니다. 그러나 약간 마이너적인 성향이 드러나 있다. 지코의 솔로라고 하면 '또 16마디, 16마디로 빼곡히 채워진 랩을 내고 자전적 이야기를 하겠구나'하는 추측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이런 다양하고 예상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라고 라고 자신의 성향을 덧붙였다.

어떻게 보면 고집스러울 정도로 확고하고 또 워커홀릭이라고 할 정도로 쉴 새 없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지코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은 식상함보다는 신선함을, 피로감 보다는 매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구체적인 성적과 사람들의 평이 고스란히 증명해 주고있다.

지금 지코의 기세는 'VENI VIDI VICI(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에 '지코가'라는 주어가 추가되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사진|세븐시즌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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