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라’ 열풍, 불통의 시대에 던진 소통의 메시지?

입력 2015-12-08 07:0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트로트 가수 이애란. 사진출처|복지TV 방송화면 캡처

■ 요즘 대세 ‘백세인생’, 음원차트 100위권 진입 못하는 이유


‘전해라∼’ 재미로 즐길 뿐 공감 어려워
10·20대 점령한 음원사이트 진입 한계

불통시대, 소통 바라는 대중 정서 반영
강태규평론가 “재미있는 전달 인기 원인”

일명 ‘전해라 시리즈’로 뜨거운 관심을 모으는 ‘백세인생’의 트로트 가수 이애란(사진)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재촉말라 전해라’ ‘멘붕이라 전해라’ 등의 문구와 이애란의 공연모습이 담긴 사진을 합성한 ‘전해라 시리즈’의 이모티콘은 7일 현재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의 인기 이모티콘 1위다. MBC ‘무한도전’에 이어 KBS 2TV ‘해피투게더3’에 출연하는 등 예능프로그램에서 게스트 섭외 1순위로 떠올랐다. 사람들은 ‘백세인생’의 ‘∼고 전해라’를 유행어처럼 구사한다. 대중의 ‘화법’을 지배할 만큼 ‘백세인생’이 화제이지만, 정작 이 노래는 음원차트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 성인취향의 노래, 젊은층엔 파고들지 못해

7일 오후 4시 현재 멜론, 지니, 엠넷닷컴 등 국내에서 음원서비스를 하는 8개의 음악사이트의 어느 종합차트(1∼100위)에서도 ‘백세인생’은 올라있지 않다. 엠넷닷컴, 네이버뮤직, 벅스뮤직 등 3개 음악사이트의 ‘장르별 차트’에서 트로트 부문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종합차트 100위권 진입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종합차트에 없다는 것은 ‘백세인생’의 소비가 세대별로 엇갈리고 있다는 의미다. ‘백세인생’에서 파생된 ‘전해라 시리즈’는 큰 인기를 누리지만, 노래 자체의 대중적 확산은 이뤄지지 못했다는 의미다. 반대로 보면, ‘백세인생’이 젊은층의 감성을 사로잡기에는 다소 어려운 노래라는 의미도 된다.

멜론, 지니, 엠넷닷컴 등에 따르면 국내 음악사이트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연령대는 20대→10대→30대 순이다. 40대도 음악사이트를 이용하지만 순위에 영향을 미칠 만큼의 ‘존재감’은 발휘하지 못한다. ‘백세인생’은 지극히 중장년층 취향의 전통적인 분위기의 트로트 곡이라 50대 이상이 공감할 노래이지만, 이들은 음악사이트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 연령층이다. 음악사이트의 주 이용자층인 10∼20대가 소비하지 않으니 ‘백세인생’이 종합차트에 오르지 못한다. 젊은층은 ‘백세인생’에서 비롯된 ‘전해라 시리즈’만을 재미삼아 즐길 뿐이다. 일부 사이트의 트로트 차트에서 ‘백세인생’이 1위에 오른 것은 일부 젊은층이 드러낸 호기심의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불통의 시대에 던지는 소통의 메시지도 인기 원인

하지만 ‘백세인생’과 ‘전해라 시리즈’가 우리 사회에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고 전해라’란 문구가 인기를 얻는 것은 불통의 시대에 소통을 갈구하는 대중의 정서를 반증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자기의 주장을 상대방에 강요하고, 나와 의견이 다르면 적대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보니 주위와 소통하기보다 혼자만의 세계에 갇히게 되는 세태에서 ‘∼고 전해라’는 그런 불통의 사회 분위기에 대한 일종의 해학과 풍자가 된다는 것이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7일 “개그맨의 유행어가 전파력이 굉장히 빠른 것은, 그 유행어가 본질적으로 재미있기도 하지만, 우리 생활에 굉장히 밀착돼있기 때문에 확산속도가 빠르고 인기의 범위도 넓은 것”이라며 “개그맨의 유행어가 대부분 우리 일상에서 흔하고 편하게 쓰는 말이었지만, 그 평범한 말이 어떤 상황에 부합되면서 엄청난 폭발력을 갖게 되는 것처럼, ‘전해라 시리즈’가 급속히 인기를 얻는 것도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일반적인 정서가 재미있게 표현되고 전달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