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MBC ‘인간시대’ 300회 특집

입력 2015-12-09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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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1년 12월 9일

매주 토요일 오전이면 TV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눈시울이 종종 붉어진다. 토요일 오전 8시55분 방송하는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때문이다. 얼굴과 이름이 널리 알려진 연예인들이 주로 등장하는 프로그램은 이들의 인기와 명성 이면에 숨겨진 사연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리며 화제를 모으곤 한다.

이 같은 휴먼 다큐멘터리의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면서 ‘원조격’으로 꼽히는 것이 있다. 이제는 사라진 MBC ‘인간시대’(사진)다.

1991년 오늘 ‘인간시대’가 300회를 맞았다. 1985년 5월9일 삼보컴퓨터 이윤기 사장의 스토리를 담은 ‘청계천에서 세계로’를 첫 방송하며 시청자와 만난 뒤였다. ‘인간시대’는 300회 특집으로 당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던 실종에 관한 이야기를 두 차례로 나눠 다뤘다. 10만명이 넘는 실종자와 그 가족의 고통이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샀고, 이른바 ‘인신매매’와 성매매의 어두운 그림자를 고발했고, 시청자는 분노했다.

‘인간시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카메라에 담아냈다. 소녀가장, 장애인 가족, 시골장터의 장돌뱅이 등 평범하지만 깊은 사연을 지닌 이들은 인간적 체취를 풍겨내며 시청자에게 감동을 안겼다.

그 가운데 가장 화제가 된 출연자는 스웨덴 입양아 신유숙씨였다. 1989년 11월27일 방송된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을 통해 소개된 신씨는 입양의 아픔으로 많은 이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신씨의 이야기는 훗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동명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최진실 역시 ‘인간시대’에 출연했다. 이처럼 연예인들의 이야기도 등장했지만, 주로 무명의 가수들이었다. 1988년 2월 ‘정아의 겨울일기’ 편에서 불치병으을 앓는 여중생을 위해 공연하는 사연 등을 풀어낸 무명가수 김흥국이 대표적이다. 1989년 11월에는 ‘신바람 이박사’인 이응석의 이야기도 화제를 모았다. 쌍둥이 듀오 수와 진은 심장병 어린이들을 돕는 따스한 마음으로 시청자의 공감을 샀다.

‘인간시대’ 출연자들은 1987년 9월 ‘인간회’라는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봉사활동과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도 앞장섰다.

‘인간시대’는 박명성, 고선희 등 작가들이 쓴 대본의 힘과 내레이션의 따스함 그리고 꾸미지 않는 장면에 담긴 이웃들의 모습으로 찬사를 받은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1993년 5월17일 ‘머리를 빠는 남자 김용’ 편(371회)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이후 5개월 뒤 ‘新 인간시대’가 신설됐지만 이 마저도 1996년 2월 사라졌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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